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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일으킬수 있는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싸우는 묘사가 있습니다.

                                                  안녕, 좋은 아침이야.

 

#00.

“다녀왔습니다.”

 

현관문을 열고서는 보이는 것은 어두운 거실 뿐이었다. 널브러져 있는 옷을 하나둘씩 집은 채 소파에 던지는 듯이 놔두었다. 분명 어젯밤에는 야근으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 누가 있다 갔는지 알 수 있었다. 심한 욕을 작게 내뱉으면서 핸드폰을 꺼내어서 전화 목록에 떡하니 있는 이름을 바라보았다.

 

「바보 성현제」

 

한번 누르면서 신호음이 가더니 곧 ‘전화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아-’익숙한 소리가 들려오면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한두 번이 아닌 상황에 참는 것도 한계였다. 성현제와 둘이서 사는 집안에서 다른 사람이 오는 것도 연인한테 보라는 듯이 수신 거부를 당하는 상황도 모든 게 최악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 했다.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어차피 성현제한테 굴러먹을게 뻔했다.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어떻게 생각해도 결론은 한 가지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결말도 한가지였기 때문이기에 더욱 결심이 서지 않았다.

 

‘사랑하니까‥’

 

성현제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해도 포기할 수 없었다. 친절함과 상냥함과 웃음은 어느새 마음에 파고들어서는 깊게 물들어졌다. 물들어진 것을 다시 백으로 만들려면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하지만 겁이 났다. 모든 것을 버리는 것보다. 이제 날 좋아하지 않으면서 바라봐주지 않는 것이 겁이 났다. 그래서 결심이 서지 않았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해줘도 말이다.

 

얼마나 소파에 고개를 올려서는 천장을 바라보고, 말없이 티비를 보면서 짐들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사진을 확인하고서는 기사를 확인하고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모두가 말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두 번째로 만난 인연은 오래간다는 말이 전설처럼 내려왔지만 말에 아무 의미도 없는 웃음만 지으면서 현관문을 나셨다.

 

 

#01.

천천히 걸어가면서 노을이 이미 저버리곤 밤이 된 밤하늘이 보였다. 그리고는 아파트에 입구까지 빠져나오고서야 멀리서 걸어오는 성현제와 S급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회식을 한 것인지 이번에는 우리 집에서 할 생각인 게 분명해 보였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가 예림이와 눈이 마주쳤다. 곧 시선을 회피하면서 그대로 성현제와 눈이 마주치는 동시에 눈웃음을 휜 채 날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연인처럼 날 감싸 안아서 뺨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현제야. 다 같이 집에서 마시기로 했어?”

 

아마, 연인이라면 예의상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했을 것이다. 아무리 현제가 날 싫어한다고 해도 예의상 해줘야 하는 것을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수신 거부를 한 채 내가 나가길 바라는 것이다. 알아서 정리하고는 스스로 나갔다가 오라는 듯이 말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청소부 씨를 모시거나. 속으로 생각했다. 화가 난다고 하면 났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것도 아니므로 더욱 분했고 갈 곳이 없는 것은 나였기 때문에 분리한 쪽은 나였기에 분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성현제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안하다는 상냥하게 속삭였다. 결심해도 심장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뿌리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이제 내 집이 아니니까.”

 

성현제에 시선이 아래로 향하면서 손에 들고 있는 캐리어를 한참 동안 바라보는 듯했다. 그리고서는 내 두어깨를 잡고서는 갑자기 껴안았다. 놀란 두 눈으로 고개를 돌려 성현제의 뒤통수를 바라보다가 떨쳐내는 듯이 순순히 밀어지지는 않았다. 당연하긴 했다. 위대한 S급이기 때문이니까.

 

“이거 놓고 말해.현제야.”

“어디를 가는 것인가? 지금은 집과 내전 중이어서 다다혁군과 다다나군은 연락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네.”

 

네가 그렇지. 하면서 성현제를 슬쩍 째려보았다. 물어보지도 않고서는 사람 정보를 알아 오라고 해서는 약점을 콕콕 찌르면서 자신이 아니길 매달려주길 바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아주 조금은 흥미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런 쪽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걱정해주는 것은 고마워. 현제야. 하지만, 이젠 괜찮아.”

“새로운 친구라도 사귄 것인가? 다애군이 말이네.”

 

이게 두고 보자 하니까. 친구가 없는 말은 정곡을 찌르니까 별로 좋지는 않았다. 어금니를 깨물면서 주먹을 꽉 쥔 채 말했다.

 

“좋게 말하려고 했는데 현제야. 안 그래도 되는 거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일 하는 것은 어떤가? 지금은 모두가 있으니 말이네.”

“아니. 지금 말할 거야.”

 

성현제가 어깨를 잡고서는 이끌려는 손을 가볍게 쳐내고서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성현제는 웃고 있던 눈웃음은 어디 가고 곧 익숙한 무표정하고 무덤덤하면서 관심이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익숙하게 미소 가득한 표정으로 아주 조금은 떨린 목소리로 내뱉었다.

 

“우리 이젠 그만 하자. 현제야.”

 

내가 알리는 첫번쨰, 이별이었다.

 

 

#02.

성현제는 자신 손에 있는 서류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이내 의자를 돌려서는 시선이 폰으로 향했다. 일은 당연히 머릿속에 들어가지도 않는지 폰만 보는 성현제에 모습에 직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허겁지겁 문을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다다애군이 지금 어디 있는데 오늘 안에 가지고 오렴.”

“네?네..!네! 알겠습니다!”

 

직원은 허겁지겁 고개를 숙이고서는 재빠르게 문을 빠져나갔다. 성현제는 의자에 기대어서는 또다시 폰으로 향했다가 말았다.

 

다다애의 소식이 끊긴 지 벌써 석 달이 지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현제한테 이별을 말하고서는 사라졌다. 박예림한테도 한유진한테도 소중하다고 했던 자신의 혈육한테도 말이다.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정보를 보고 오면 모두가 정신이 나가서는 제대로 말할 수 없다는 소식을 받기도 했다.

 

‘대체 왜, 맞고 온 것인가..’

 

처음에는 성현제는 납득을 했다. 다다애가 이별을 고하는 것에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므로 오히려 짐 하나가 스스로 나가 는 것이기 때문에 좋았다. 속 좋게 긍정적인 답까지 내뱉었는데 말이다. 지금의 성현제는 누구보다도 불안해 보였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서류를 오늘은 볼 생각이 없는지 자리에 일어서서는 재킷을 입은 채,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 옆까지 온 성현제는 잠깐 고민을 했다. 다다애를 이렇게까지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짐이 없어진 지금은 당연히 편안하다. 어떤 관계를 해도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으면서 슬퍼하는 사람도 없고, 화내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성현제는 또 한 번 생각했다.

 

다다애는 자신 앞에서 한 번도 표정을 숨긴 적이 없이 진실만을 보여줬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똑같이 보여줬다. 그것이 잘못되었는가? 성현제는 또 한 번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하니. 어느새 모르는 어두운 골목길로 향해져 있었다. 어둡다고 해서 엄청나게 어두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밤이어서 빛나 보였지만 그거와 반대로 누가 봐도 무서워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시비를 거는 애들과 싸우는 애들. 성현제는 조금이라는 흥미는 없었지만 길을 물어보기 위해서 차에서 내렸다.

 

사실은 그저 기분을 없애보려고 내린 것도 있었다.

 

‘어딜 봐도 포기한 사람들밖에 없군.’

 

성현제는 길을 물어보고서는 다시 차로 향하면서 골목길에 들려오는 비명에 시선을 바꾸었다. 원래라면 무시하고 가면 될 것은 그저 포기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노는지 알고 싶은 것일까? 그런 생각으로 성현제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전혀 여기에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던 다다애랑 눈이 마주쳤다.

 

 

#03.

성현제와 헤어지고서는 한 달이 지나지 않아서 돌아왔다. 어두운 밤에는 빛이 나지만, 그래도 어두운 밤이면서 시비를 걸고, 돈을 뜯고 살아남는 곳으로 말이다.

 

처음에는 형과 누나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새로운 직업을 갖고 새로운 도전까지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결심하고서는 이별까지 했지만 필요했다. 성현제라는 존재가 말이다. 그 존재를 잊기 위해서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하, 싸움도 못 하는 애가 시비를 걸면 어떡해? 아저씨~”

 

당연히 먼저 시비를 건 쪽만 싸움했고, 그 이후로는 그저 얻어먹으면서 살았다. 성현제를 골목길에서 만날 거라는 생각도 없이 말이다.

 

그날, 술을 마시고서는 휘청거리다가 어깨를 부디쳤다. 고작 어깨를 부디친 것으로 성질 부리는 것이 짜증나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대로 골목길로 끌려간 채 한참을 맞다가 정신이 차렸을 즘 이미 기절하고 있는 사람 위에 앉은 채 얼굴을 때리고 있었다. 성현제를 보는 것은 몇 달만인가? 자리를 간단하게 털고서는 방긋 웃어 보였다.

 

“위대한 S급이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온 거야?”

“석 달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찾아봐도 나오지 않은 이유가 있었군.”

“하하! 내 정보를 얻으려고? 떠나서 좋아 죽는 게 아니고?”

 

짐 하나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거잖아. 성현제를 째려보았다. 멱살을 잡고 있던 남자를 던지고서는 피 묻은 주먹으로 뺨을 닦았다. 그리곤 성현제한테 가운뎃손가락을 날리고서는 등을 돌리고서는 걸음을 땔 때였다.

 

어지러운 고통이 느껴지면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 줄을 놓을 정도에 괴로운 고통이 느껴졌다. 꼭 누군가 배를 차고 있는 것처럼 아파져오면서 점점 심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정신을 차려야 되는데-, 그대로 눈이 감겨지는 것과 성현제가 다가오는 것으로 의식이 끊겨졌다.

 

 

#04.

눈을 뜬 곳은 성현제 집이었다. 전혀 아무렇지 않게 익숙한 듯이 침대 이불을 한번 쓰다듬는 듯이 만지다가 주머니를 뒤적거려서 약을 꺼내 들었다. 익숙하게 방에서 들어오는 발소리와 목소리에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고마워, 현제야. 근대 난 안 말할 거야.”

“억지로 알아내고 싶다고 해도 말인가?”

“이제서야 관심을 주면 뭐 해? 현제야. 우린 끝난 사이야.”

 

성현제는 뭐라 말 할 수 없는 건지 대신 물이 든 컵만을 건네주었다. 물을 받아서는 약을 삼키고서는 긴 침묵만이 왔다. 컵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성현제를 한동안 바라보지 않았다가 물어보았다. 혹시나 착각을 하게 되는 지금 상황이 싫을까 봐.

 

“현제야. 날 왜 찾은 거야?”

“그건-”

“아, 그렇다고 해서 널‘좋아하고 있다’라는 건 기대하지 마. 다시 말하지만, 우린 이미 끝난 사이야.”

 

가볍게 웃으면서 답하라는 듯이 성현제의 시선을 바라보았다. 보기와 다르게 아주 조금 황당해 보이는 표정이 의미가 가지 않았지만 그러려니 했다.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던 애인한테 상냥하게 볼일 이유는 없었다. 물음에 성현제는 아까와 다르게 입을 다문 채 있다가 열었다.

 

“항상 현관문을 열면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네. 상냥하게 웃어주면서 때로는 혼내는 것이 흥미롭고 신비로웠다네. 그래서 처음에 사귀었다네.”

“그 정도로 난 진심이었으니까.”

“…그러다가 다애군이 없어지고서는 속으로는 좋았다네. 하지만, 곧..서류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면서 말이야. 다애야.”

 

무엇보다 진지한 표정인 성현제 얼굴이 보고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각하고, 진지한 상황인데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모습을 보지 못할 성현제가 아니었다. 성현제는 내 웃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지 눈썹이 살짝 찌푸린 게 보였다.

 

그저 지금 상황이 웃길 뿐이었다. 눈앞에 사라지니까 보이지 않아서 심리상태가 안 좋다면서 오히려 찾는 성현제가 우습고, 어이없었다.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다면서 말이다. 얼마나 알아줘야 하고, 얼만큼이나 이해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성현제를 생각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한숨을 작게 내쉬면서 컵을 여전히 만지면서 말했다.

 

“그래서? 내가 다시 현제한테 ‘좋아해.’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거야? 나의 정을 이용해서?”

“그런 뜻은‥”

“나한테는 그렇게 들려. 현제야. 난 이제 너를 애인처럼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없어.”

 

몇 번이나 배신을 당했다. 당한 사람을 어떻게 다시 한번 믿을 수 있을까? 아마 기억에 일부를 잊어버리면 괜찮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성현제가 없는 상태로 돌아간다면 지금처럼 냉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작게 미소를 지어 컵을 탁자에 놓고서는 성현제의 두 손을 살포시 잡았다. 오랜만에 잡은 성현제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잊어버리자. 현제도 나도.”

 

그렇게 성현제와 나의 관계는 오늘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잊어버리고 약속을 뒤로 한 채 잠자리에 들었다.

 

 

#05.

“결국은‥”

 

곁에 있어 주지 않는다. 성현제는 완전히 이루지 못했다. 그래. 원래라면 떠나간 다다애로 모든 게 이루어졌지만 결국 그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다애를 좋아했다? 성현제는 정확한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정확한 답도 낼 수 없었고, 정확히 좋아한다. 싫어한다는 의사 표현을 말할 수 없었다.

 

애매했다. 다다애가 없는 집안이 그렇게 쓸쓸한지는 몰랐고, 자신이 언제부터 옷을 더럽펴는지도 몰랐다. 자신은 언제부터 다다애를 믿고 있었나? 성현제는 고민을 하면서 자신이 마시는 커피와 다애가 좋아하는 따뜻한 꿀차를 만들고서는 똑. 똑 일정하게 노크를 하고서는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동시에 밝은 미소와 함께 자신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시선과 함께 성현제는 느꼈다.

 

“좋은 아침이야, 현제야.”

 

자신이 다다애를 진짜로 좋아하게 되었다는 마음이. 두근거리고 있는 심장이 말이다. 성현제는 아주 잠깐 멍을 때리다가 곧 천천히 다가가서는 다다애의 뺨으로 손을 뻗었다. 그대로 다다애는 자연스럽게 손을 비비적거리면서 살포시 웃음소리를 냈다.

 

성현제는 믿기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믿기지 않았고, 자신이 정신스킬에 당한 줄 알고 있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애초에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생각을 버린 채 그저 웃고 있는 다다애를 볼 뿐이었다. 가짜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성현제는 생각했지만 넣어둔 채 그저 지금 상황을 깨달자는 답지도 않는 설득을 혼자서 하면서 미소를 살포시 띠었다.

 

“어디 아프지는 않은 것인가? 머리가 아파 보였는데 말이네.”

“아, 졸업과제 때문에 그런가 봐.”

 

졸업과제? 다다애는 이미 졸업과제를 끝내고서는 취업을 하는 상태다. 지금은 직장에 휴가를 한 달 치 내서는 휴가비로 먹고살고 있다고 정보로 알 수 있었지만, 이상하다고 성현제는 직감했다. 다다애는 뭐가 잘못된 건가?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기억상실증]

 

다다애한테 들은 적이 있었다. 관심이 있는 쪽이 아니었지만 가끔 다애는 본인이 기억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할거라는 듯한 질문을 많이 했고, 성현제는 당연히 애매한 답이나 답을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솔직히 생각해도 말이 이어지지도 않아서 소용은 없었다.

 

성현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서는 물어보았다.

 

“다애야. 어제가 몇 년 몇월 며칠 인지 기억나는가?”

“어제? 2020년 3월 10일 아니야?”

 

성현제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시선으로 다다애를 한참이나 보았다. 하루아침에 기억상실증이 걸릴 수 있는 건지 의문을 든 채 한참이나 계속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꼭 자신한테 기회가 다시 생긴것 처럼 점점 표정인 펴지는 것은 다다애조차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는 인사하지 못했던 아침 인사를 하는 듯이 다다애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은 채 감미롭게 말했다.

 

“좋은 아침이군. 귀여운 애인 씨”

 

성현제는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생각을 다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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