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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세가와 란가와 드림주는 사촌남매 관계라는 설정입니다.

* 본 내용은 원작보다 과거에 있었던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결혼 후 캐나다에서 거주하던 이모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오키나와에서 타는 한 가족은 캐나다로 향한다. 처음 타는 비행기가 무섭고 힘들었지만 제 어머니가 해준 동생이 생겼네라는 말에 신이나 동생을 만나기만을 기대한다. 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 지쳐버려 몇 번을 자다 깨다 하며 동생을 보러 몇 번이나 큰소리로 물어봐 제 어머니를 곤란하게 만들고 주변에 있던 승객들에겐 웃음꽃을 피우게 했다.

 

 

 

“안녕. 아가야?”

 

힘들게 비행기를 탄 덕에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기절하듯 잠든 탓에 가족중 가장 늦게 아기와 만나게 되었다. 가족들이 보기엔 저도 어린 편이지만 아이는 제 이모의 품에 안긴 아기를 보았다. 머리카락도 얼마 없고 눈도 제대로 못 뜬 아기를 보면서 저와는 사촌지간이 되는 아이에게 제 오빠를 불러와 아기를 가리키며 좋아한다. 손가락을 들어 아주 살짝 조심스럽게 아기의 뺨을 건드리자 아기는 감은 상태에서 찡그리며 손을 주먹을 쥐고 펴고를 반복한다. 그러더니 제 뺨을 건드린 손가락을 잡는다.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손이 오물거리는 입이 손안에 들어오는 아이의 손을 느낀 건지 아기는 눈을 살짝 뜨며 활짝 웃는다.

아이는 저에게 생긴 동생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데려가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를 아이의 오빠가 끌어안고 그대로 몇 발짝 뒤로 물러나 이모와 떨어뜨린다. 그런 제 오빠의 행동에 결국엔 울음을 터뜨리니 어른들은 그런 아이를 보며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방학도 아니고 잠깐 보러 온 거라 아이와 동생과의 만남은 잠깐이었다. 곧 헤어지는 것을 알아차리자 가져온 제 물건중 반을 동생에게 준다며 말했지만, 이모는 웃으면서 괜찮다며 거절한다. 뭐라도 주고 싶은데… 고민하던 아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목도리를 줬다. 겨울인 지금 사용하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본인의 목이 추워도 아이는 저보다 어린 아기가 춥지 않길 바랬다. 이모는 아이의 선물을 받았다. 아기가 쓰기엔 큰 목도리를 포개어 몸 위로 덮어준다. 제 목도리가 몸 위로 올라오니 작은 손으로 목도리를 쥔다. 귀엽다. 여기서 살고 싶다며 울어버리는 아이를 품에 안고선 다시 그들은 오키나와로 향했다.

 

오키나와에 도착하자마자 편지를 사더니 글을 읽지 못하는 아기를 위해 편지를 쓰던 게 몇 년이 흘렀다. 아기는 어느새 어린아이로 아이는 학생이 되었다. 멀리 떨어진 제 사촌 동생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지겹지 않고 오히려 더 좋았다. 영어권에서 생활하니 일본어를 잘 쓰지 못해 중간중간 영어를 섞여진 편지를 읽는 것는 사전이나 제 오빠를 통해 읽을 수 있게 되어 즐거웠다. 영어단어를 알아가는 것도 그를 통해 제 사촌 동생의 생활을 알게 되는 것도. 이모부와 함께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했다는 내용과 함께 캐나다로 놀러 오면 같이 타자는 그 말에 어서 빨리 방학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방학만을 기다리며 사촌 동생이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 얼른 편지를 전하고 싶었던 마음에 평소보다 일찍 나가 편지를 부치기도 했다. 그렇게 방학이 다가올수록 부모님을 조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릴 뻔했던 그때.

 

“엄마… 엄마!! 란가가 비행기 티켓을 보냈어!”

 

아이는 제게로 온 사촌 동생, 란가의 편지와 함께 들어 있는 비행기티켓 두 장을 받게 되고 너무 기뻐 제 오빠와 함께 캐나다로 향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매년 캐나다에 눈이 내릴 때쯤, 방학과 겹쳐오는 날이 되면 한 번씩. 캐나다로 란가를 만나기 위해 선물과 부모 대신 이모에게 전할 음식을 챙겨서 갔다. 친구들과 못 지낸 것은 아쉽지만 제 사촌 동생과 스노보드를 타는 것도 즐거웠다. 스노보드가 재밌어서인지 오키나와로 돌아오면 스노보드를 대신할 서핑을 배우기 시작했다. 자신은 란가에게 서핑을 가르쳐 줄 거라는 그런 기쁜 마음으로 배웠다. 쉽지 않았지만 꼭 가르쳐줄 거라고 열심히 배웠다. 저보다 크고 무거운 서프보드를 들고 다닐 만큼.

 

 

 

어릴 때니까 가능했던 일이다.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학교에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졸업을 하고 나서는 바로 사회생활로 뛰어들었다. 란가와는 편지가 아닌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지냈다. 란가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서핑도 그만두고 장식품이 된 서프보드를 보는 것은 그나마 마음속 어릴 적의 제 모습을 떠올리게 할 뿐이었다.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많은 일이 있었고 유일하게 남은 제 가족인 오빠는 직장을 위해 도쿄로 떠났다.

혼자만의 생활은 익숙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란가의 메일이 끊기고 나니 힘들었다. 오빠와 연락을 하는 것과 다른 기분이었다. 사이가 나쁜 남매는 아니었지만 자주 연락해서 그런지 애틋하진 않았달까. 오빠를 생각하는 마음과 동생을 생각하는 게 달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제 오빠에게 미안한 생각을 하던 차에 휴대폰 화면에 보이는 오빠라는 단어에 놀라 급히 전화를 받았다. 늘 하던 안부 같은 거겠지. 저 혼자 어깨를 으쓱인 뒤 전화를 받았다. 역시나 안부 인사로 시작된 대화에 다른 행동을 하며 성의 없게 대답을 하고 있을 때였다.

 

[친구네 부모님이 부동산 한다 했지? 집 하나만 알아봐 줄래?]

“갑자기? 오빠 일 그만뒀어?”

[내가 일을 그만뒀음 집으로 들어가지. 너 몰랐어? 란가가 말 안 했어?]

“며칠 전에 갑자기 연락이 끊겼어. 무슨 일 있는 거야?”

 

머뭇거리던 말투에 다시 한 번 물어보니 한숨을 길게 쉬고 짧은 정적 후에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제야 란가가 어땠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르고 제 생각만 하고 답장을 쓴 게 미안해질 정도였다. 좋은 집을 구해다 주자. 그것만이 자신이 란가에게, 이모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월차를 내고 공항에 왔다. 오빠에게 도착 시간을 듣고 친구에게 빌린 차를 주차장에 대고 안으로 들어가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는데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릴 때 보았던 얼굴과는 조금은 달라진 얼굴이 보이자 달려가 제일 먼저 저를 부르며 웃는 제 이모를 향해 두 팔 벌린 뒤 꼭 안는다. 답답하다며 웃는 이모에게 더 꽉 안으며 장난을 치다 이모 뒤에 있던 이젠 저보다 키가 큰 란가를 보고 한 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이며 흔들었다.

 

“안녕, 란가.”

“…….”

 

대답을 한 것 같긴 한데 잘 들리지 않아 이리 오라 손을 까딱였다. 고민하다 다가오는 란가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인다.

 

“란가 안녕.”

“…응. 안녕. 누나.”

 

저를 보며 작게 중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더니 웃는다. 어릴 때와는 다르게 웃는 얼굴이 익숙지는 않았지만 함께 있다 보면 언젠가는 그 웃음을 보이겠지. 고개를 끄덕인 뒤 이모가 가져온 캐리어를 대신 끌며 셋이 함께 주차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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