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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일으키는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싸우는 묘사가 있습니다.

+1분기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반가워, 좋은 점심이지?

 

#06.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다. 많은 일이 생겼지만, 매우 평화로웠다. 다다애가 기억상실증이 걸린지 아무도 모르게 오직 성현제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였다. 봄의 기간동안, 다다애는 집안에만 있었다. 가끔씩은 하늘이 예뻐서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가끔씩은 집안 일을 해주는 성현제에 사진을 찍기도 하고, 멍을 때릴때도 있었지만 성현제가 있었어 지루하진 않았다.

 

“여름이여서 그런지, 엄청 덥다~”

“그러네, 다애야. 아이스티라도 만들어 드릴까요? 귀여운 애인씨”

“그것보다 파스타가 좋을 것 같은데.”

 

소파의 누워있는 다다애는 저절로 성현제한테 시선을 향했다. 부엌에서 아이스티를 만들고 있다가 다다애에 말이 끝나자마자 파스타 면을 찾고 있는 듯 했다. 그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려서는 몸을 가볍게 일으켜서 부엌으로 향했다. 파스타 면을 찾고 있는 성현제의 등을 빤히 보다가 허리를 감싸 안아서는 피식웃었다.

 

“면이 없는거 같은데, 내가 사려갔다올까? 현제야.”

“음, 재료가 없는 거 맞지만, 다른 것도 사올테니..다애군은 과일을 씻고 있으면 좋을 것 같네.”

 

고개를 끄덕이면서 앞치마를 다다애한테 해주고서는 현관문을 나서는 성현제 등을 바라보았다. 현관문이 닫아지고, 문이 잠그는 소리까지 들리고서야 다다애는 토마토랑 양파를 씻기 시작했다. 오이까지 씻고서야 깔끔하다는 듯이 이마를 한번 쓸어닦고서는 의기가득한 표정으로 웃어보인다.

 

할 것이 없어진 다다애는 창문을 열고서는 소파에 누워서는 폰을 바라보았다. 충전을 하지 않은지 꽤 된 것인지 몇 번을 만지작 거리다가 폰과 함께 손을 떨군채 두눈을 감았다. 다다애는 자신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을 알고 있다. 성현제가 말해줬기 때문에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충분히 기억을 낼 수 있지만, 내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에 갇힌 것처럼 말이다.

 

‘꼭..누군가 새장안을 나가게 하려고 하면 잡아두는 것처럼.’

 

다시 두눈을 뜬채 폰을 테이블에 두고서는 리모콘을 들어서 전원을 컸다. 티비 소리가 들려오면서 조용했던 집안은 아주 조금은 시끄럽다는 생각이 듣는 듯이 무념무상한채 티비만을 한 참이나 바라볼 때 였다.

 

[…지금 세성길드장이신 S급 성현제씨가 던전에 들어가지 않은지 오래됐습니다. 일반인 다다애씨도 실종이 된지 벌써 4개월이나 지났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A급 다다혁…]

 

쿵.

 

리모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뉴스를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니지만, 볼 생각은 없었다. 다다애는 소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용해진 집안에서 다다애는 테이블위에 있던 폰으로 손을 향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충전기를 꺼내들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에 폰이 커지기 시작되었다.

 

‘…알고 있는데.’

 

폰이 커지면서 다애의 손은 저절로 문자로 향해졌다. 몇백개나 온 문자를 내려가면서 보다가 한 문자에 멈쳐셨다.

 

「바보 성현제」

 

기억상실증에 걸리고서는 처음으로 보는 폰이면서, 처음으로 보는 내용이였다.

 

 

#07.

‘성현제! 넌 내가 청소부로 보여?’

‘다애군, 어제는 내가 늦게 들어온 것은 미안하다네. 하지만 다애군도 말하지 않았는가? 상관없다. 라고 말이네.’

 

짝. 손바닥을 뺨으로 쳐내면서 성현제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성현제한테 외치고, 불평을 토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두눈을 째려보면서 성현제를 원망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항상 똑같았다. 오해를 쌓이고, 그저 ‘아니’라는 말을 하면 되는 것을 하지 않는 말과 함께 신뢰는 잃어갔다. 성현제는 나한테 희망을 잃어버리고 말이다.

 

‘다애군, 일단 밥부터 먹고 이야기 하자구나.’

 

또 다시 지나칠 이야기, 몇 번이나 밥먹고 이야기 하자고 했지만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우리 둘은 사랑을 하면서 사람을 사귀면서 모두가 행복하게 보내는 일상 따위가 아닌, 하루하루가 괴롭고, 숨죽여오는 날이 계속 될 뿐이였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런 성현제를 아직도 사랑하는 내 마음은 멈추지 않으니까.

 

 

#08

성현제는 파스타와 함께, 한달 동안 먹을 식량을 구매하고서는 현관문을 열었다. 삐리릭-. 익숙한 소리가 들리면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와야 되는데,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니, 들려왔지만 가벼운 발소리가 아닌 흥분해보이는 발소리였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동시에 다다애는 성현제의 먹살을 잡은 채 내버려두고 있었던 폰을 보여주면서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성현제를 바라봤다. 두눈을 크게 뜬 채, 꼭 자신이 알고 있는 성현제는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현실부정을 하는 것 같았다.

 

“이게 뭐야? 이거..진짜야?”

“…”

“뭐라고 말 좀 해봐!!성현제!!”

“다애군”

 

성현제의 잔잔한 목소리가 흘려들려왔다. 다다애의 흥분한 표정은 그대로인채 성현제를 쨰려봤다. 무시한 문자와 무시한 전화. 그리고 상처밖에 보내지 않은 말. 그것에 기억을 잃을까봐 대비해서 쓴 일기장은 성현제도 몰랐을 것이다. 당연히 다다애 본인도 몰랐다. 어쩌다가 발견하게 된 일기장은 좋아한다는 글이 가득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좋아한다는 것은 밉다라고 바꾼지 오래된 것 같았다.

 

그것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성현제는 다다애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담였다. 소름돋을 정도로 말이다. 그의 행동에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성현제의 손이 앞서나갔다.

 

“어디가려고 그러는가? 다애야. 곧 음식을 해줄테니까. 먼저 간식으로 과일이라도 먹고 있는게 어떤가?”

“그게 말이..!”

“다애군. 아직 기억이 혼란스럽지 않는가? 그것이 진짜라는 법은 없단다.”

 

그의 말이 대부분은 맞았다. 정확하게 나는 기억은 없었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정도이기 때문이기에 표정이 변해진 것은 금방이였다. 그대로 다다애를 껴안은채 방안을 들어가서는 식탁에 앉아냈다.

 

그리고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내뱉었다. 그것에 다다애는 의심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09

의심을 할 때는 끈질기게 했지만, 서서히 사라지기도 했다. 여름 끝자락이 될 때 쯤. 이미 다다애는 잊어버린 상황에 그저 성현제와 다시 한번 행복한 점심을 보낼 때였다. 오래만에 밖으로 나가자는 성현제에 말의 다다애는 기쁜 표정으로 한층 들떠보였다.

 

“진짜? 언제는 안되다고 했으면서~”

“싫으면, 오늘도 다애군을 위해서 저녁을 해줄수도 있다네^^”

“현제의 저녁도 맛있지만~역시 밖에서 한 번 먹어보고 싶은걸!”

 

성현제가 생각을 바뀔까봐 허리를 꺼안은채 부비적거리면서 애교를 부렸다. 처음부터 생각을 바뀔 이유는 없었던 건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다애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담였다. 준비하고 있으면 저녁때 쯤 대리려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서는 현관문을 나서는 성현제의 등을 빤히 바라보았다. 나가는 소리가 들려오고서는 소파에 턱하니 앉자다가 그대로 스르륵 누워서 한참이나 천장을 보다가 폰을 보았다.

 

‘아, 까먹고 있었다.’

 

이제야 까먹고 있었던 문자의 사건을 다시 한번 보고서는 한숨을 푹 쉬었다. 기억을 한다고 해서 성현제가 말해주는 것도 아니다. 무덤까지 가져갈 정도니까. 한숨을 또 한번 내쉬고서는 폰만을 빤-히 바라보던 순간이였다.

 

지지지징이잉.

 

울러퍼지는 전화소리에 놓친 폰을 바라봤다. 눈을 돌려서 시선을 회피했지만 진동이 나는 폰으로 다시 시선을 향했다. 그리곤 손을 뻗어서 통화버튼을 눌려지고서야 들려오는 목소리는 오래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그래, 까먹고 있었던 가족인 다다애의 형인 다다혁이였다.

 

-오래만이야.다애야.

 

 

#10.

집에 있는 옷 들중 제일 심플한 흰색 반팔 티셔츠랑 검은 바지와 함께 모자를 깊게 눌려쓰고서는 마스크까지 쓰고서야 밖으로 나갔다. 처음으로 현제의 허락없이 나가는 이 상황이 매우 좋다고 볼 수는 없었다. 갇혀 있었다고 생각은 했지만 원하는게 없었기에 상관이 없었다. 기억이 없으니까. 갖고 싶은것도 원하는 것도 현제 일 뿐이였지. 그 이상과 이하는 아니였다.

 

그래서 일까? 지금 이 상황이 불안한 마음이 가득한채 현관문을 열고서는 뛰어나갔다. 혹시나 현제가 보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서 뛰고, 뛰어서 도착한 곳은 티비에서나 봤던 해연길드장 주변에 있는 카페였다.

 

‘여기..사람이 너무 많은데..’

 

들키면..아니, 이미 들켜을 수도 있다. 두 주먹을 꼭 쥐고서는 숨을 한번 들이킨 채 카페에 들어갔다. 얼마만에 들어가는 카페일까. 많은 글자와 사람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이 보였다. 저 사람이구나. 바로 알 수 있었다. 잔잔해보이면서 깊은 속눈썹에 짧은 머리카락이지만 형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 챌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테이블로 향했다. 형의 테이블 자리에 가까워지면서 인기척이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곤 예상외에 잔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워, 다애야. 좋은 점심이지?”

 

그리곤 또 한번 말이 이어왔다.

 

“아직 점심안 먹었지? 급하게 왔나보네. 얼른 밥먹으려 갈까? 다른 이들도 기다리고 있어.”

 

무언가 잘못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앗을 때, 이미 형한테 이끌려서 가고 있었다. 무언가 맞쳐지려 가는 이 길은 여전히 불안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기억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렸다.

 

이상할 정도로.

 

현제는 알고 있을까? 내가 이런 기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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