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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현_3분기.png

*다나와 드림주는 친구이며 드림주가 다나를 짝사랑한다는 설정입니다.
*본편보다 과거에 일어난 상황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잔잔한 음악과 다른 손님들을 배려하는 작은 목소리 덕분에 모두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에 제법 차가워진 바람 때문인지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내리쬐는 햇볕이 따듯하게 느껴져 저절로 눈이 스르륵 감긴다. 졸려. 작게 중얼거리던 그는 음악을 감상하려 눈을 감았다. 조금 전에 마신 차의 향이 입안에 맴돌아 찻잎의 원재료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하얀 꽃이 넒은 들판에 활짝 펴서 그 안으로 들어가 꽃이 밟히지 않게 조심스레 걸어가는 상상을 하던 그는 누군가 급하게 카페의 문을 열어젖히는 행동에 주변에서 들리던 대화가 멈춘다. 그 소리를 듣고도 모른척하며 밖을 보며 지나가던 아이와 눈이 마주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그 아이의 부모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아이가 뒤를 돌아보며 인사를 하기에 귀여워 쳐다보다가 쾅 소리와 함께 팔아래가 덜컹이며 손에 쥐고 있던 찻잔에서 차가 넘쳐 손등 위로 흘려 내린다. 순간 혀를 차려다 상대를 향해 웃는다. 그 웃음도 싫은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맞은편에 앉는다.

   “뭐가 그리 짜증이 났을까.”
   
   화를 낼 사람은 본인인데 자기가 뭐가 그리 잘났다고 저 난리인지. 차 때문에 붉어진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 직원이 다가오다 손등을 보고 놀라 괜찮냐며 물어왔고 괜찮다는 대답과 함께 마실 물을 주문한다. 손수건을 꺼내 손등을 닦는 동안 도착한 물이 앞에 놓이자 물 잔을 잡아 바로 상대 얼굴에 뿌려버린다. 갑작스레 물에 맞아 순간 멍하게 있으니 물을 끼얹은 그가 직원에게 사과하며 자신이 다 닦겠다고 말한다. 분위기가 이상해 직원은 일단 그의 말을 믿고 자리를 피해준다. 상대의 옷차림과 인상 때문인지 신경이 쓰이지만 괜찮다고 하니. 일단은 멀리서라도 지켜보기로 한다.

   “다나야 진정됐어?”
   “그래. 아주 고맙다…….”
   “고맙긴. 다음에도 뿌려줄게.”

   겉옷을 벗자 패턴 무늬 강렬한 색의 셔츠가 모습을 드러난다. 그가 자신에게 물을 뿌릴 거라 생각도 못 했던 다나는 뒤늦게 올라오는 화에 손을 내밀어 멱살을 잡는다. 그 행동에 직원도 주변에 있던 손님들도 놀라지만 정착 본인이 신경 쓰지 않고 그가 손수건을 내민다. 손수건을 내밀던 손을 보던 다나는 혀를 차며 자신이 잡은 손을 놓고 빨개진 손등 위로 제 손을 얹지만 웃던 얼굴을 싹 바꾸고 손을 쳐낸다.

   “차라리 화를 내.”
   “야.”
   “왜.”
   “…내가 잘못 판단한 거 맞아.”
   “그래서?”
   “미안하다. 그때도 지금 네 손등을 그렇게 만든 것도.”

   임무로 인한 사고가 있었다. 잠깐의 시간에 따라 결정되는 그런 상황에서 부서장인 다나는 선택을 하게 되었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땐.

   “네가 부서장인데 당연히 네 말대로 진행이 됐어야지. 내가 무리 한 것도 있었고. 사과는 내가 해야지. 미안해. 다나.”
   “사과하지 마.”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간다. 저를 많이 따르고 의지했던 동료가 이번에 일어난 일로 인해…….

   “사실 나 너한테 화풀이하는 거야.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거 알아. 그저 그 아이가 나를 따랐을 뿐이지.”
   “계속해. 들어줄 테니까.”
   “…그때 내가 그 아이를 조금 더 신경 써서 챙겨줬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나오지 않았을 거 같아.”
   “야.”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뒤쪽에 앉아있던 정장을 입은 남녀가 따라 일어난다. 빨개진 손등이 느릿하게 움직여 옆에 있던 의자 등받이를 덥석 잡는다. 다나가 몸을 일으켰지만 그가 애써 웃으며 말을 잇는다.

   “잘 있어.”

   쫓아갈까 했지만 절뚝거리며 앞으로 걷는 그를 보면서 다나는 더는 쫓아갈 수가 없었다. 둘의 행동에 정장을 입은 남녀는 찢어져 한 명은 그를 부축하고 또 다른 한 명은 다나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손수건을 내민다. 손수건을 거절하자 남자는 다나가 자리를 비켜주자 뒷정리를 마친 뒤 다나에게 다시 한번 인사한 뒤 직원에게 찾아가 사과를 하고 카페 밖으로 나간다. 카페 한가운데 서있던 다나는 남자가 밖으로 나가는 걸 보고 따라 나간다. 어디로 갈지는 대충 알고는 있지만 그를 막아설 생각은 없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나는 잠깐 자신의 선택을 다르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미래를 상상하다가 혀를 차며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털어내 정리하곤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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