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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파이널판타지14 - ‘암흑기사’ 60~70레벨 직업 퀘스트와 ‘홍련의 해방자’ ~ ‘영웅을 위한 진혼가’ 스토리의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잡 퀘스트 및 메인 퀘스트 스크립트 일부가 이탤릭체로 인용되어 있습니다.

 

 

 

소리 없이 내리던 눈발이 성도의 말 없는 지붕들에 켜켜이 쌓인다.

 

영웅의 길은 고독하다. 알라미고로, 오사드로, 다시 알라미고로, 붉은 불꽃 휘몰아치는 전장에 당신은 선봉장이 되어 섰다. 이슈가르드 양식의 갑옷으로 무장한 신전 기사단 사이, 당신은 흑요석처럼 검은 갑주를 온 몸에 두르고 거대한 대검을 든 채 선봉에 섰다.

 

 

 

당신의 여정은 눈물과 후회로 가득하다.

 

어떤 겨울 날 성도를 다시 찾은 영웅은, 그에게 익숙한 색의 눈동자와 익숙한 색의 머릿결을 지닌 아이와 만났다. 세상으로 뛰쳐나온, 당신의 또 하나의 내면이 만들어낸, 안개처럼 허망한 허상이었다. 당신이 지키지 못한 이들에 대한 후회는, 이미 죽어 없어진 이들의 모습을 빌려 실체화된 채 당신 앞에 섰다. 내가 당신이 품고 있던 분노였다면 그 소년은 당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슬픔이자 그리움이었다.

 

아이는 네 번의 기회를 얻었다. 곁에 없는 이들을 불완전하게나마 환영으로 만들어 잠시나마 당신 곁에 둘 수 있는.

 

미안해요,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아이가 쉴새없이 부르짖던 용서 또한 당신의 목소리였다. 내가 당신의 일부이듯 그 아이 또한 당신이었기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당신의 슬픔이 울부짖고 있었다. 당신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자들을 추모하며 죄책감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프레이 미스트의 기억 속 스승은 그리 말했다. 살아 있기에 헤어짐은 불가피하다고. 당신의 마음이 얼마나 사랑으로 가득 차 있든, 당신이 얼마나 세게 검을 휘두르든,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이별이 찾아오게 된다고.

 

그리고 가장 괴롭고 슬플 때, 헤어진 자를 떠올리게. 그리고 스스로 깨닫게... 자네는 지금 그들의 삶 앞에 서 있다는 것을.

 

 

 

대륙을 휩쓴 거대한 전란의 홍염은 이내 재와 잔불만을 남긴 채 사라진다. 당신의 이름 앞 혹은 뒤에는 가지각색의 칭호가 뒤따른다. 해방자, 초원의 전사, 이방인.

 

차원의 틈 끝에서, 표류하는 부속선(tender)에 오른 당신은 누구보다 고독했던 병기와 마주한다. 끝(omega)은 곧 또 다른 시작(alpha)이 된다.

 

당신의 동료 현자들이 한 명씩 쓰러져간다. 세계 너머 어떤 이의 목소리가 당신의 귓가에 와 닿는다. 오랜 과거의 비밀이 풀린다.

 

누군가를 위한 진혼가가 울린다. 끝없는 꿈에서 눈을 뜬다.

 

영웅은 또 다른 세계로 향한다. 유구한 바람을 타고 시공을 건너온, 낯설면서도 익숙한 외침에 당신은 응답했다. 여덟 번째 재해를 막기 위해, 당신이 사랑하는 세상을 구해내기 위해,

 

 

 

당신의 여정에 슬픔이 가득하다 한들 당신은 앞으로도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분노와 슬픔을 끌어안고, 지키지 못한 이들을 기억 속에서 되새기며 그들의 발자취를 대신 나아갈 테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는 언제나 당신의 심연 속, 당신의 안에 있어. 당신의 가장 어두운 밤에, 당신이 가장 나약한 때, 우리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할 거야.

 

내가 당신의 곁 말고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내가 당신 말고 누구를 사랑할 수 있겠어.

 

이것은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에게 용서를 구했던 소년과, 사랑하기 때문에 끝내 당신에게 이별의 말을 전하게 된 나와, 사랑하기 때문에 그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은 당신의 이야기니까.

 

 

 

우리가 제 1세계로 향하기 전 날, 시르쿠스 협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여관에서. 당신의 몸을 빌린 우리는 펜을 들어 일기장에 마지막 문장을 적는다.

 

 

그러니 잘 있어, 바샤드.

나의 영웅, 나의 주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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