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쌀쌀한 바람이 휘날리는 듯이 겨울은 금방 찾아왔다. 붕어빵과 국화빵이 길거리에서 팔려있으면서 가끔씩은 서비스로 3개나 넣어주시는 인심 좋은신 아줌마와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을지 꼬리부터 먹을지 의논하는 학생들도 일상적인 상황에 평화롭다고 말할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서는 오랜만에 보는 애인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오랜만이네. 다애군”
“..그러게. 5년만인가? 흐음~ 여전한 것 같아. 현제는”
전혀 변하지 않은 상냥한 미소에 사람을 녹이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기준이지만, 나한테는 소용없는 짓이였다. 가식거리 같은 미소에 눈썹을 살짝 찌푸리다가 곧 활짝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래서 왜 온거야? 현제야.”
대체 왜 온것일까? 의문이 드는 생각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모르는 건 아니였지만, 알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에 왔다는 것부터 현제는 나의 대한 조사는 싹쓸이 했다는 말이니까. 난 턱받침을 한쪽으로 한 채 활짝 미소를 지어서는 아무렇지 않게 바라봤다.
현제와 사이가 나쁘다거나 그렇진 않았다. 단순 나의 고집으로 5년이라는 시간동안 해외로 도망쳐 오는 듯이 살았다. 많은 것을 구경하면서도 현제와 보냈던 시간이 그리웠으면서 보고싶었다. 애절했고, 몇 번이나 연락을 다시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티비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서 하지 않은채 하늘만 바라볼때가 많았다. 나의 이기적인 것 뿐이지.
“다애군. 잊지 않았단다.”
“...왜?..”
“당연하지 않는가? 애인씨가 잊어다고 해도 난 기억하고 있다네.”
거짓말이라고 입속에서만 맴돌았다. 거짓말이 아니라고 해도 그저 입속에 맴돌은 채 빤히 바라봤다. 잊지 않았다는 달콤한 말에 기대를 하게 되버린다. 그 기대를 또 다시 반복하면서 좌책하기 싫었다.
난 현제랑 다니면서 내 자신의 무존재와 무기력한 것을 알게되었다. 무엇을 해도 소용이 없고,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된채 그저. 난, 도망쳐왔다. S급들이 많은 그곳에서 벗어나서 일반인들이 많고, 평범한 사람들 밖에 없는 곳으로 도망쳐왔다. 소중한 것을 버리고 말이다. 하지만, 성현제는 찾아왔다. 찾아와서는 보고싶다는 달콤한 말과 함께 같이 가자는 손을 뻗어왔다.
‘잡으면 안돼.’
알고 있다. 저것을 잡는 순간-. 그 순간부터는 나락도 아닌 나락으로 떨어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애군. 사랑한다네.”
“..바보..”
“하하, 바보같은 애인 곁에 있어주지 않겠는가? 다애야.”
물방울처럼 떨어져 나오는 눈물은 현제의 손아래로 떨어졌다. 한 방울, 두 방울, 수루룩 떨어지는 물방울은 어느샌가 컵안에 가득찬 채 날 끌어안았다. 따뜻한 품속이 느껴지면서 어깨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손에 힘이 가지 않았다. 싫다는 말도 없이고개를 들어서 현제를 바라봤다. 따뜻한 시선과 목소리.
“..보고 싶었어..”
“나도 보고 싶었단다. 다애야.”
“같이 있고 싶어..!”
그럼 같이 있으면 되겠구나. 하면서 달콤한 말이 속삭여 왔다. 그리고는 결국 성현제의 손을 맞잡은채 몸을 일으켰다. 알고 있다. 또 다시 도망을 치면 10년이라는 시간으로 못 찾게 도망갈 자신이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혼자는 외로웠다. 현제가 없는 곳도 현제를 사랑하는 것도 말이다.
또 다시 반복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