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드,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사라져버린다면 어떻게 할 거야?”
조금 늦은 점심을 먹던 제이드는, 제 맞은편에 앉은 메로스의 질문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왜 저런 질문을 하는 거지. 혹시 수수께끼 같은 걸까.
제이드는 목에 걸릴 뻔한 음식물을 겨우 삼키고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흑갈색 눈동자는 진지했다. 시답잖은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치려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제이드는 사뭇 진지한 상대의 태도에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메로스여?”
“아니, 뭐. 말 그대로야. 나는 여기에 갑자기 나타났잖아. 그러니까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지 않겠어?”
확실히 메로스는 신기루처럼 갑작스럽게 제게 찾아온 사람이었다. 그는 메로스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입술만 우물거렸다.
퍼디난드가 데려온 낯선 이방인. 마물이 가득하다는 외곽지역에서 왔다는 소문 외엔 무엇 하나 알려진 정보가 없는 메로스는, 그 불확실함 덕에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이건 자신만의 망상이 아니다. 다른 이들도 모두, 메로스는 종잡을 수가 없고 정체를 모르겠다고 말하곤 했으니까. 누군가는 그게 메로스의 매력이라 말했고, 누군가는 그걸 메로스에게 정을 붙일 수 없는 이유라 말하곤 했지.
하지만 그 누구도 정말 메로스가 사라져버릴 거라 예상하는 건 아니었다. 자신들이 느끼는 감상이, 곧 미래의 예측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니까.
물론 그건 제이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단 한 번도, 메로스가 가디언을 떠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걸 바라지도 않았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뭐 그렇긴 하겠지. 그래도 한 번 생각해 봐.”
굳이 그런 가슴 아픈 가정을 해야 할까. 제이드는 투정 부리듯 그리 반문하려다, 너무나도 진지한 상대의 언행에 입을 꾹 닫았다.
무엇 때문에 이런 걸 묻는지 조금도 감이 안 잡히지만, 메로스가 원한다면 답해줘야지. 그냥 상상일 뿐이니까, 조금만 가슴 저리면 그만인 일 아닌가.
수저를 내려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는, 조심스레 구체적인 상황들을 확인했다.
“나에게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는 건가?”
“그런 경우라고 치자.”
“으음.”
작별 인사도 할 수 없고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없다니. 더더욱 생각하기 싫어진다.
갑작스러운 이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어하는 그에겐, 조금 더 희망적인 가정이 필요했다.
“…다시 돌아올 건가?”
이런 것 까지 묻는 건 조금 집요해 보일까.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건 그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가정이었다.
메로스는 미지근해진 주스로 목을 축이고, 싱긋 웃었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 제이드를 두고 내가 어디를 가겠어.”
아아, 그렇구나. 이 사람은, 망설이지도 않고 제게 돌아오겠나 바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망설이지도 않고 당당히 답하는 메로스를 보고 나서야 안도감을 얻은 제이드는, 상대를 따라 웃듯 히죽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 언젠가 돌아왔을 때 ‘오랜만이구나’라고 해주고 싶구나.”
“오랜만?”
“응.”
메로스는 의외라는 듯 ‘호오’하고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지만, 제이드는 더없이 당당했다. 고작 상상 속 이별일 뿐이지만, 자신은 어떠한 기다림도 견뎌낼 수 있다는 듯. 떳떳하고 굳세었지.
“언젠가 내 곁으로 돌아올 게 아닌가. 그러니, 그렇게 말해줘야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메로스는 목소리를 내어 답하는 대신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제이드는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이 부끄러운지, 곧바로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제이드가 너무 기다리지 않게 얼른 돌아와야겠네.”
“당연하노라!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지만, 그건 너무 쓸쓸하니까….”
“그렇지. 응. 뭐, 정말 떠나는 것도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메로스는 언제나처럼 유쾌하게 웃으며 상황을 무마했지만, 제이드는 속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어째서일까, 그냥 호기심에 물은 거라고 본인 입으로 말했는데도, 제 안에선 의미 모를 불안함이 꿈틀거렸다.
마치 언젠가는 메로스가 방금 나누었던 대화처럼 사라질 것 같아서, 이 모든 게, 하나의 예습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