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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라_1분기_우류.png

* 세계관 언어는 일본어쪽 설정입니다.

 

 

 

 

 

 

 

"너의 고국에선 인사를 어떻게 말하니?"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아니, 방금 전에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으니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뜬금없다는 감상이 남아버려 사유라는 질문자를 말없이 올려다본다. 거기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햇살을 자신의 몸으로 가려주는 나무 아저씨가 있다. 햇살은 그의 뿔과 나뭇잎, 머리카락 틈새로 내리쬐어 더욱 하얀빛으로 보여 왔다. 나뭇잎이 무성한 커다란 나무 아래에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문득 네가 너의 고국의 언어를 쓴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게 떠올라서 말이지."

"그랬던가요?"

"혹시 쓴 적이 있었니?"

"... 아뇨, 없어요."

 

 

 

 

낮지만 묘하게 높은 톤의 목소리가 얘기한 이유는 그리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그 안에 숨겨진 마음은 상냥함이 담겨 있을 터다. 그래서일까,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답한 그녀다. 정확하게는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 형식이지만 그것으로 답변으로는 충분했다. 그에게 자신이 고국의 언어를 했었다는 기억이 있는 것 같다 란 답으로 들리기엔...

그렇기에 자신에게로 미미하게 놀람을 담은 채 건네진 질문에 사유라는 확실한 답변을 드린다. 다정한 그가 오해하지 않도록, 미안함을 가지지 않도록, 자신을 걱정하지 않도록. 지금의 그와 나누었던 대화들을 떠올리며 흔들림 없이 답한다.

 

 

 

 

"그럼 알려줄 수 있을까?"

"물론이죠."

 

 

 

 

사락하고 나뭇잎끼리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유라는 그에 미소를 담아 답할 뿐이다. 그러자 내려오는 미소에 눈앞이 핑 돌아 눈꺼풀을 한 번 깜박인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미소가 존재하여 자신도 미소를 만든다. 눈앞에 내리쬐는 햇살로부터 지켜주는 미소에 취하지 않기 위해.

 

 

 

 

"음, 무엇부터 말할까요. 우선 저희는 딱히 시간에 따른 인사가 다른게 없어요."

"그러니"

"물론 좋은 아침이나 저녁등 시간을 구체적으로 넣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사실 그렇게 쓰이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헤에, 그럼 무어라 인사를 나누니?"

 

 

 

 

자신이 살아오며 배운, 들었던, 사용했던 지식이나 경험들을 급하게 정리하며 그녀는 침착하게 얘기한다. 우선 지금 자신이 있는 접경도시와 알기 쉬울 정도로 다른 차이를 기준으로 시작한다. 확실하지 않은 데이터임에도 알고 있는 범위에서 완벽하게 틀리지 않는 수준으로 알려드린다. 사실 자신은 그에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지식이나 경험도 없는 미숙한 인간일 터인데,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주는 그가 흥미가 서린 표정과 목소리를 보여줌에 묘한 기분이 된다. 자신보다 연상인 그가 귀엽다는 감상을 숨기며 입을 열려 할 때였다.

 

 

 

 

"아, 우류 선생님이랑 사유라 누나가 데이트 한데요!"

"응?"

"에?"

 

 

 

 

높고도 밝은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따라 분위기가 확 바뀌고 둘의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에게로 향하게 된다. 거기엔 창문에 한 남자아이가 흥미진진하고도 장난기 어린 눈동자로 둘을 보고 있었다. 더불어 그를 중심으로 다른 아이들의 머리가 퐁퐁 나와 보는 시선이 늘어나는 모습에 사유라의 동공이 커진다. 남성이 그 모습을 보고 아이에게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

 

 

 

 

"너희들! 방해하면 안되잖아. 곧 저녁시간이니까 장난감 정리 해."

 

 

 

 

이번에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왔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은 듯 엄하게 말한다. 남자아이를 비롯한 아이들은 순순히 '네' 하고 답하더니 창문에서 하나 둘 모습이 사라진다. 마지막 아이가 창문으로 사라지자 뿅하고 양갈래로 머리를 묶은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그리고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여주더니 슉하고 사라진다.

 

 

 

 

"미안, 분명 나쁜 의도도 아니었을 거.."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일어난 일들에 두 어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둘 중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보육원의 원장이다. 귓가에 들린 말씀에 사유라는 무언가 얘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을 열지 못한다. 스스로도 알 수 있을 만큼 더운 목과 얼굴, 사고가 이어짐에도 엉망인 머릿속, 기도하듯 쥔 두 손, 그리고 무언가를 억누르듯 다물어진 입술 그 모든게 발언을 방해했다. 이런 자신의 상태에 그가 끝까지 말하지 못했음을 알아도 결국 입을 열지 못한다.

그저 적당히 흘러 넘기면 됐을 터다. 그저 아이의 장난이라며 웃어넘기면 됐을 터다. 그럼에도 자신의 몸은, 마음은 허락하지 않는다. 기쁨에 뛰는 심장의 고동이 귀 안에 울려 다시 알려준다. 자신이 미숙하다는 사실을, 어찌할 도리 없이 우류란 존재에게 연모하고 있음을.

 

 

 

 

"사유라."

 

 

 

 

부드러운 음성이 심장의 고동을 뚫고 들려왔다. 동시에 등에 닿는 미미한 무게감에 정신을 차린다. 허나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모른 채, 떠올리지 못한 채 굳어버린다. 그러한 자신의 등을 무언가, 아니 그의 오른손이 천천히 쓸어내리며 쓰다듬어 준다. 그 감촉과 짙어지는 온기에 손에서 힘이 풀어져 갔다.

'하아-'

다물어져 있던 입에서 얕은 숨이 뱉어진다. 그제야 사유라는 자신이 숨을 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 사실에 다시 숨을 멈춘 자신의 등을 계속 쓰다듬어 주는 우류에 멈춘 자는 다시 숨을 쉬게 된다. 깊지는 않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 천천히 숨을 쉬어 긴장한 몸이 풀려갔다. 병에 걸린 것 마냥 뜨거웠던 얼굴과 목은 식혀지고, 귀에 울리던 고동은 미약하게 진정이 되었다.

 

 

 

 

"이제 괜찮니?"

 

 

 

너무도 차분하고도 다정한 목소리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거기엔 자신의 시선 높이 맞추어 허리를 숙여 준 우류가 있었다. 흔들림이 없는 갈색의 눈동자엔 그저 따스함만이 담겨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눈빛이었다. 사유라는 어디서 본 것인지 떠올리지 못한 채 입을 움직인다.

 

 

 

 

"네, 이제 괜찮아요. 그... 죄송합니다."

"괜찮아. 너무 당황하거나 놀라면 그럴 수 있으니까."

 

 

 

상냥하다. 너무도 우류란 남자다운 반응이다. 많은 이들이 호감을 느끼는 그의 당연한 모습이었다. 그런 당연한 사실에 사유라는 아까의 눈빛이 어디선 봤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보육원의 아이들을 볼 때의, 모두의 나무아저씨일 때의 눈빛이었다.

가려주는 이가 없어 햇살이 환하게 내려온다. 그에 따라 끊겨버린 꿈과 선명한 현실이 내려온다. 사유라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눈꺼풀을 살며시 내리고, 잘 올라가지도 않는 입꼬리를 움직인다. 지독하도록 베여버린 습관으로 그에게 미소를 보인다. 부디 그가 이 습관을 알아차리지 않기를 기도하며 입을 연다.

 

 

 

 

"우류씨, 죄송해요. 저 급한 용건이 떠올라서 가 봐야할 것 같아요."

"그래?"

 

 

 

눈에 뻔히 보이는 화제 돌리기인데도, 거짓말이 아니지만 거짓에 가까운 말에도 그는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안함이 깃든 시선을 준다. 정말로 사람이 너무 좋아서 문제다란 문구가 떠오를만한 인물이다. 사실은 그가 모든 것에 너그러운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사유라는 그리 생각하게 된다. 살짝 내리 깔은 눈꺼풀 안쪽의 어둠을 의식하며 그녀는 입을 계속 움직인다.

 

 

 

 

"가기 전에 아까 물어보신 것에 답해드릴게요."

"다음에 알려줘도 괜찮은데."

"괜찮아요. 금방이니까요."

 

 

 

 

급하다면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시간이 있다는 모순. 다시 뻔히 보이는 것에 우류는 미약한 미안함을 보이며 다음을 기약하려 한다. 허나 그녀는 거절한다. 다음으로 기약하기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정말 짧고도 보잘 것 없기에.

사유라는 고국의 언어를 떠올린다. 그 안에 담긴 뜻을 시야 한 구석에 떠올린다. 새삼 그 단어의 뜻은 상냥하다는 걸 깨달으며, 그러면서도 어딘지 조금은 짓궂은 장난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안녕(安寧)"

"안녕?"

"네, 저의 고국에선 편안 사이끼리 그렇게 인사를 나누었답니다."

 

 

 

 

단 한 번도 그에게 쓴 적이 없는 단어를 읊는 입이 조금 어색했다. 자신을 따라 그가 읊는 단어는 한없이 다정하여 온전한 단어의 뜻과 같이 전해져 왔다. 어찌 이리도 순수하고도 진심 같을까 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가 뜻을 모른다 할지라도 말이다. 이런 비틀어진 생각을 하는, 거짓이 아니지만 물어본 것에만 대해 알려주는 자신에게 그가 고맙다며 미소를 짓는다. 사유라도 그에 따라 의식하여 미소를 만들어 낸다.

곧 그와 헤어지며 보육원의 작은 정원을 지나친다. 참으로 비겁하구나 라는 비웃는 문장을 일부러 목 안에 머물게 한다. 자신이 알려주지 않는 '안녕'의 다른 쓰임새를 그 몰래 썼기에. 다시 정말로 짓궂다는 감상을 내린다. 왜냐하면 그 하나의 단어는 , 인사는 만날 때와 반대의 상황에서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려주지 않는다면 모를 쓰임새도, 그 이유도 사유라는 우류에게 말하지 않았고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어차피 다음의 그는 떠올리지 못할 것이며, 분명 자신은 몇 번의 7의 반복 동안 그와 만나지 않을 거다. 깨져버린 꿈이 아른 거려서, 선면하고도 위태로운 현실이 던져졌기에. 그렇기에 안녕을 고했다. 작별의 인사를 그 몰래 한 거다.

보육원의 문을 지나칠 때였다. 우연히 보여 온 이름 모를 하얀 꽃에 잠시 걸음을 멈춘 사유라. 그리고는 꽃에게 작은 목소리로 단 하나의 단어를 읊조리고는 떠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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