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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캔_1분기.png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눈쌀이 찌프릴 수 있는 대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잘 있어

 

세상은 달콤한 것에 둘러쌓여 있는 것처럼 악마같은 느낌이 강한 세상에서 내가 살기에는 강력했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더욱더 달콤했다.

 

성현제. S급에 다가 세성길드장이면서 완벽하고, 매력이 넘쳐나면서 예의도 바르다. 또한, 외모도- 모델과 배우한테 바로 이길정도로 아름다웠다. 완변한 달콤함에 빈틈따위는 없었다. 그래. 빈틈이 있다면 아마도- 나라는 존재 일 것이다.

 

“다다애. 오늘은 안데리려 오시는 거야?”

“누구?”

“누구긴 몇 개월 전?까지는 항상 데리고 오셨던 너 애인있잖아.”

 

아~. 있었지. 하곤 건성하게 대답하고서는 미소로 얼버무릴 뿐이였다. 그렇게 멋지고, 완벽한 성현제는 나의 애인이기도 하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성현제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하면 호기심과 흥미로움은 꽤 가지만-, 그로 인해서 쉽게 질려서는 찾는 것에 고생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상이 지루하다는 거지.”

 

뭐라고 했어? 라고 물어보는 친구에 건성하게 다시 대답하고서는 걸음을 옮겼다. 원래라면 집에 가서 성현제를 기다리는 시간이지만, 고등학교 동창회를 한다면서 가자는 친구의 말과 어차피 집에 있을 건데 왜 그렇게 있나면 피드팩과 함께 아픈곳을 자꾸 찌르니까 결국 가기로 한 것이다. 포기하고 가는게 낫다는 생각과 어차피 집에 가면 아무것도 안하는 것은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짜증나게 분하지만. 몇분을 걷고서는 도착한 동창회는 의외로 평범한 고기집이였다. 당연하게, 그렇게 좋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면- 그렇다고 가난하고 돈도 없는 고등학교에 다닌 것도 아니였기에 오히려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고기집에 들어서면서 들려오는 반가워해주는 목소리와 이제오나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애들까지-. 오래만이여서 그런가? 오늘따라 기쁨 나며지에 주량도 생각하지 못하고 마신 것 같았다.

 

애들이 주는데로 마시다가, 결국 같이 온 친구가 막아서는 멈춰지만, 이미 멀쩡한 생각을 하는 것은 늦은 것처럼 비틀거린채 술잔만 만지작 거렸다. 이내 늘어지는 말을 중얼중얼 하면서 내뱉었다.

 

“왜에에~..술 마시고 싶어!!”

“정신차려, 다다애!”

 

친구의 꿀밤 덕분에 책상에 이마를 박아서는 그대로 한참이나 있었다. 졸리기도 하고, 애들 목소리가 안들리기도 한다. 얼른 가야되는데-..현제가 걱정할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과연 기다려줄지 의문이 들었다. 잠을 이기고 지금 간다고 하면 보내줄 애들이지만 가고 싶지 않았다. 또 다시 올 잔소리와 마음에 들지 않을 잔소리에는 지쳐다는 듯이 난 잠을 청하기로 하면서 천천히 두눈을 감았다.

 

 

눈을 떠을때는 박아있을 책상과 마주친게 아니고, 모르는 천장과 마주쳤다. 동시에 지끈하게 오는 통증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소파에 잔건가? 기억이 없는 나는 떨어진 이불을 다시 주우면서 생각했다. 아무도 없는데-. 여긴 어디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위를 둘려보았다. 모르는 천장은 자세히 고개를 올려다 보면 성현제와 내가 사는 동거집이였다. 정확히는 성현제가 살고 있는 집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건 친구가 취한 나를 대신에 성현제한테 전화를 해서 대리려 와달라고 했을 텐데. 아마도 애인인 척.하면서 대리려 와준 것 같다. 그러면 딱 맞긴한데...

 

안 맞는 것이 한 문제가 있었다.

 

“...난, 저런거 산 적없는데-”

 

떡하니 둘이서 먹는 테이블이 있는 게 의문이였다. 분명히 테이블은 성현제가 어제 부서트린 걸로 알고 있으면서 성격상 절대로 두명 테이블은 안 살 것이다. 분위기에 맞게 4인용 테이블을 살것인데 말이다. 자세히 방안을 보면 다른 것은 한두개가 아니였다. 성현제 취향이였던 컵은 내 취향으로 바꿔져있었으면서 어제 끓은 건지 아직 많이 남아있는 김치찌개랑 반찬이 부엌에 보였다. 그리고, 내 침실이였던 방은 옷장으로 변해져 있는게 이상했다. 수상할 정도로 이상해서 집안을 둘려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성현제 취향이 가득한 집안은 꽤 오래전부터 이런 구조였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새로운 느낌이지만, 조금은 녹슬어 보이는 것도 있으면서 오래된 것도 보였기 때문이다. 하루만에 집안을 뜯어 고쳐다? 그럴수도 있지만, 너무 깨끗했다.

 

그리고-

 

“조용해. 너무 이상-..”

 

말을 하던 중. 삐리릭-하면서 도어락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분명히 다섯 번 소리가 나야되는 삐소리는 총 네 번밖에 소리가 나지 않았다. 비밀번호가 바꿔졌다? 그럴 수 있다. 허락없이 바꾸는 건 성현제가 잘하는 것이니까. 속으로 성현제를 욕하던 사이에 이미 들어왔는지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현관문에서 점점 보이는 성현제는 어제랑 다르게 날 밝은 미소로 맞이해주고 있었다.

 

당연히 놀란 두눈으로 자신을 껴안는 성현제의 머리만을 바라봤다. 자신의 배에 부비적 거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밀어내기에는 성현제였다. 성현제를 어떡게 밀어내겠나? 그랬으면 처음부터 애인도 아니고, 뭣도 아니라고 노력했을 것이다. 자신이 약점이 되지 않으려고 떠나려고 했을 거니까. 몇분이나 자신을 부비적거리던 성현제는 5분이 지나고서야 내려줬다. 내려주는 동시에 몇발자국 뒷걸음질을 하고서는 눈을 마주쳤다. 금빛 눈동자색은 빛이 나고, 두 번다시는 볼수 없을 것 같은 다정한 기운이 가득해보였다.

 

“오늘 따라 애인씨가 부끄러움이 많은 것 같네.”

“...너..성현제 맞아?”

“어제 술을 그렇게 마셔서 기억이 없는 건가? 다애군”

“무슨소리야..? 여기 우리집 맞아? ..현제는 저런..국같은 거 안 만들잖아?”

 

나의 물음에 성현제는 천천히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전혀 황당해하지 않은채 말이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이미 성현제는 내 앞-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까지 다가왔다. 성현제의 눈동자가-..아주 잠깐 붉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금새 정신을 차린채 뒷걸음질은 다시 했다.

 

“넌 성현제가 아니야.”

“하지만, 다애군. 그쪽의 나는 너를 많이 아껴주지 않는 것 같다네. 맞지 않는가?”

 

성현제의 말이 맞았다. 지금 쯤 언제올지도 모르는데 관심도 없는 것을 봐서는 연락도 없는게 알거만 같았다. 다른 사람과 뒹굴고 있거나, 아니면- 완전히 날 까먹었거나. 둘 중 하나 일게 뻔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성현제가 아니면 누구지?

 

어느새 땀으로 손바닥은 미끄러운 느낌이 들정도로 긴장을 한 채 성현제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혹시나 잡혀먹힐까봐. 아니면-,그의 손에 죽을까봐?

 

침묵은 길지 않게 이어졌다.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오더니, 성현제가 내 앞에 손을 살포시 내밀었다. 손과 성현제를 번갈아보면서 뭐나는 듯이 바라보았다.

 

“데이트 하지 않겠는가?”

“..너랑..내가?”

“항상 하지 않는가? 저쪽 현제는 말이네. 의외군.”

 

의외라-, 그렇지. 저쪽에 있는 성현제는 데이트를 해준 적이 단 한번도 없는 건 아니지만- 데이트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였다. 여기는 다를까? 속으로 조금만 희망이 찢어서 나왔다. 자신 스스로 찢어서 나온, 희망은 곧 호기심처럼 성현제의 손을 잡고 말았다.

 

성현제랑 한 데이트는 매우 평범했다. 일반인 한테는 평범하지 않았도 성현제기준과 내가 느껴던 데이트와 다르게 매우 평범했고, 재미있었고, 즐겨웠다. 행복했다. 매일같이 대학교를 가서는 커플들을 바라보면서 저렇게 행복하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그게 이런 느낌이였구나. 그랬구나.

 

“-..현제야.”

“응? 다해야.”

 

나의 부름에 가볍게 웃으면서 내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성현제를 바라봤다. 한순간 내가 반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다시 성현제를 보는 순간. 들려오는 달콤한 목소리-

 

그건 꼭 악마가 유혹하고 있는 달달하고, 애달픈 목소리였다.

 

“사랑해.”

“...-”

“사랑하고 있다네. 다애야.”

 

얼마만에 듣는 고백일까. 얼마만에 듣는 애정가득한 목소리일까? 여기서 나가면-..성현제는 다시 한번 날 봐준다는 장담이 있을까? 그런 확률은 없었다. 저쪽에서 희망을 담으면 뭐하겠나. 성현제는 날 안봐줄 것이다.

 

오히려 혐오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편해졌다. 불안했던 감정은 사라진 채- 난 성현제의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속삭였다.

 

“나도 사랑해! 현제야.”

 

잘있어, 현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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