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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 씨, 많이 기다렸을까요? 변명하고 싶지는 않지만, HiMERU의 예상보다 스케줄이 늦게 끝나서요."

 

햇빛 아래 비친 당신의 모습은 순수한 아이 같은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붉어진 당신의 뺨은, 당신이 벚나무 아래에서 HiMERU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보여주는군요. 당신은 항상 그랬어요. 거짓말을 잘 하지 못했죠.

 

 

 

"별로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라... 그렇다기엔 아직 겨울바람이 무척이나 매섭더군요. HiMERU가 당신의 손을 잡아도 될까요?"

 

역시나 HiMERU의 추리대로군요. 하지만, 이번에는 HiMERU의 추리가 맞은 것이 그리 기쁘지만은 않네요. HiMERU를 항상 기다려주던 건 당신이었으니까요, 유에. HiMERU는 단 한 번도,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았음에도. 그런데도 HiMERU를 향한 변함없는 미소는 언제나 HiMERU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군요.

 

아니, 아닙니다. 이건 HiMERU로써 설레는 게 아니야. '나'는 어디까지나 HiMERU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뿐이니까요. 그러니까 유에 씨, 당신을 사랑하는 건 HiMERU가 아니라 나, 토죠 카나메에요. 당신이 이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비록 나는 '나'를 HiMERU라고 지칭할 수밖에 없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나는 토죠 카나메니까요.

 

 

 

"아, 미안합니다, 유에. HiMERU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해버렸군요. 다시 한번 말해주겠어요?"

 

"밸런타인 데이 선물이에요, 카나메. 당신과 같은 서클 멤버인 코하쿠 군이 추천해준 초콜릿으로 구매했어요. 그리고 카나메가 좋아하는 추리소설도 준비했답니다. 부디 카나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카나메. 그토록 숨기고 싶던 나의 이름. 하지만 어째선지 당신에게만큼은 그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해요. 그리고 당신은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나의 맘을 꿰뚫듯 그 이름으로 나를 불러주네요. 역시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

 

 

 

"유에, 잠시 눈을 감아주겠어요? 나 또한 당신을 위해 초콜릿과 함께 준비한 선물이 있으니까요. 당신 또한 취미가 추리 소설 읽기이죠? 그렇기에 당신을 떠올리며,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구매했어요. 당신이 좋아했으면 좋겠군요."

 

"고마워요, 카나메군. 그런데..."

 

후후, 그런 건가요. 마음이 통했나 보군요. 그 많은 추리소설 중 서로 같은 책을 구매했다니. 당신 역시 선물로 내가 준비한 책을 준비했어. 유에, 당신은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사람이에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크리스마스날, 당신이 물었죠.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갖고 싶은지 빌었냐고.

 

 

 

어쩌면 산타클로스가 실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나는 HiMERU가 아닌, 카나메로써의 나를 자각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HiMERU의 대역을 계속하다 보면, 때때로 나는 HiMERU에 먹혀버리니까요. 가끔은 그게 무섭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 괜찮습니다. 유에 씨, 당신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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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魔王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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