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3월 초. 얼음이 녹고 봄이 찾아오는 시기였다.
“아, 또 실패했네.”
오늘은 영화연구부 활동이 없기에 농구부 연습을 구경하러 온 아이렌은 열심히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눈으로 좇다 말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혼잣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중얼거림과 진지한 표정. 그냥 무시하기엔 결코 존재감이 적다고 할 수 없는 홍일점의 행동에 시선을 빼앗긴 에이스는 수건으로 얼굴을 훔치며 비어있는 옆자리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뭐 하고 있어, 아이렌?”
“응? 아아, 별건 아니고.”
할 일은 이미 끝난 걸까. 집중하느라 인상을 쓰고 있던 아이렌은 표정을 풀고 상대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었다.
눈앞의 화면에 보이는 건 어느 인터넷 쇼핑몰 주문 페이지. 상단에는 아기자기한 모양의 사탕이 찍힌 사진이 있었고, 그 밑에는 ‘주문하기’라는 버튼 대신 ‘품절’이라 적힌 버튼이 있었다.
“이거, 전통 장인이 만드는 수제 사탕인데 일주일에 한정된 양만큼만 주문받거든. 아무래도 직접 만드는 거라 생산량에 한계가 있으니까.”
“아하.”
“그래서 저번 달부터 매주 주문하려고 도전하고 있는데, 늘 실패하지 뭐야. 다들 1초 만에 구매해 버리니 남는 게 없더라고.”
과연, 그래서 기껏 여기까지 와서 잠깐 한눈을 판 것인가. 아이렌의 이유 있는 딴짓에 고개를 끄덕인 에이스는 자그마한 화면에 담긴 사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수제 사탕이라 그런 걸까.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찍어내는 사탕들과 달리 오밀조밀하고 알록달록한 멋이 있는 사탕은 먹거리라기보다는 공예품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예쁜데다가 맛까지 있다면 확실히 인기가 있겠지. 에이스는 금방 품절의 이유를 이해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뭐야. 너도 이 사탕에 관심 있어?”
둘이서 나란히 머리를 붙이고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게 눈에 띄었던 걸까.
어느새 열심히 연습하고 있던 쟈밀까지 두 사람의 사이로 파고들어, 화면을 살펴보고 있었다.
“쟈밀 선배. 연습은 끝나셨어요?”
“잠깐 쉬려고 나왔지.”
‘아하.’ 그가 얼마나 열심히 슛을 던졌나 알고 있는 아이렌은 연습에 대해 가타부타 더 말하지 않고 사탕에 관해서만 대꾸했다.
“선배도 이 사탕 알아요?”
“알지. 카림이 전에 먹고 싶다고 해서 주문한 적이 있으니까.”
“정말요? 어, 어떻게 성공하신 거예요?”
“그때는 이렇게 인터넷 주문으로 사지 않았거든. 아짐 가의 인맥으로, 따로 개별주문을 넣은 거라서.”
“아하.”
어지간히도 사탕이 먹고 싶은 걸까. 아이렌은 편법으로 사탕을 구매한 카림을 순수하게 부러워하며 작게 한숨 쉬었다.
“부럽다. 나도 먹어보고 싶은데. 안 그래도 다음 주는 화이트데이가 있어서, 주문이 더 힘들 테니 아예 4월을 노려봐야 하려나.”
“화이트데이? 그건 또 뭐지?”
“아, 그건 말이죠…….”
쟈밀의 물음에 아이렌이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으려는 순간. 쉬는 틈에 수분 보충을 하던 에이스가 대화에 끼어들어 아는 척을 해왔다.
“나, 들어 본 적 있어! 동쪽 나라에 있는 기념일 같은 거지? 밸런타인데이 한 달 후,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사탕 같은 걸 주는 날이던가? 마지카메에서 본 거 같은데.”
“맞아. 신기하네, 여기도 동쪽 나라에만 있는 기념일인 건가?”
아이렌은 기묘한 우연에 신기해했지만, 쟈밀과 에이스는 묘한 눈길로 서로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비록 경험한 적 없는 낯선 기념일이긴 하지만, 이건 아이렌에게 마음을 표현할 기회이지 않은가. 심지어 상대는 사탕을 먹고 싶어 하고 있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탕을 원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 사탕이 구하기 힘든 한정 상품이라는 거였지.
쟈밀은 이젠 잘 기억나지 않은 사탕의 맛을 떠올려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고 보니 이 수제 사탕, 동방의 제품이었지. 그렇다면 당분간은 더 주문이 힘들겠군.”
“아무래도 그렇겠죠? 아아, 그냥 포기할까. 겨우 사탕 하나로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건, 역시 좋지 않은 거 같은데.”
가지고 싶은 것에 너무 맹목적으로 매달리지 않는 건 바람직한 행동이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포기하게 둬도 되는 걸까. 에이스와 쟈밀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들 아기새우한테 불어서 뭐 하는 거야?”
언제 온 건지 연습을 빼먹고 도망쳤던 플로이드가 불쑥 나타나, 옹기종기 모여 떠드는 이들에게 물었다.
반가운 이의 등장에 고민에 잠긴 얼굴이 확 펴진 아이렌은 친근함을 아끼지 않고 상대를 반겼다.
“플로이드 선배, 언제 돌아오셨어요?”
“아기새우가 구경 왔다고 해서 왔지. 그래서, 뭐 하는 중인데?”
대체 그걸 어떻게 안 걸까. 혹, 같은 동아리의 누군가가 플로이드가 돌아오길 바라며 연락이라도 넣은 걸까. 쟈밀은 귀신같이 목표물을 찾아온 2m짜리 곰치를 수상히 여기며 노려봤지만, 정작 미끼가 된 당사자는 위화감 같은 건 느끼지 못하고 태연히 대답할 뿐이었다.
“별거 아녜요. 그것보다 선배, 오신 김에 연습하실 거죠? 저 선배가 연습하는 거 보고 싶어서 온 건데.”
“뭐 하고 있던 건지 알려준다면 할게.”
“예? 아니, 뭔가 대단한 걸 하고 있던 건 아닌걸요? 그냥 제가 사탕을 사려다 실패한 것뿐이라.”
“사탕?”
자초지종을 들은 플로이드는 희소성 있는 그 사탕에 흥미가 생긴 건지, 색채가 다른 한 쌍의 눈동자를 빛내며 물었다.
“헤에. 재미있네. 그러니까, 손 빠른 사람만 사 먹을 수 있다는 거?”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렇게 되겠죠?”
“흐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물건이란 늘 구미를 당기게 하지 않나. 승부욕에 불이 붙은 플로이드는 아직도 판매 페이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이렌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상대를 끌어당겼다.
“아기새우야, 그거 꼭 먹고 싶어?”
아이렌은 갑자기 확 다가온 아름다운 얼굴에 몸을 움츠렸다. 언제나 플로이드 앞에서는 가장 무르고 솔직해지는 그는 살짝 시선을 피하며 가식 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못 먹으면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왕이면 먹어보고 싶죠. 그래서 매번 주문하려고 하는 거니까요.”
“그럼 만약 내가 그 사탕 사 주면, 내가 원하는 거 들어 줄래?”
‘엑.’ 그 제안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아이렌이 아닌 다른 두 남자였다.
당돌하다 못해 발칙한 플로이드의 제안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머릿속으로만 화이트데이 선물을 고민하던 쟈밀과 에이스는 아이렌이 무어라 반응할지 몰라 눈치를 살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제안은 수락되지 않았다.
“선배 부탁이라면 굳이 그런 대가 없이도 뭐든 해드릴 수 있는데요?”
“아핫, 그건 그렇지. 아기새우는 나한테 엄청 상냥하니까.”
“그럼요. 이게 마음대로 되는 일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어요.”
아이렌은 어디까지나 플로이드를 생각해 그리 말한 거였지만, 상대는 그 말을 색다르게 받아들였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 소리는, 제가 사탕도 못 살 정도의 남자로 보인다는 걸까.
대체 얼마나 경쟁력이 세기에, 제가 바닷물로 콜라를 만든다 해도 믿을 아기새우가 이런 소릴 하는가. 그런 의문이 생긴 플로이드는 묘한 미소로 홈페이지 주소를 눈에 새겼다.
“너희들! 연습은 안 하고 모여서 뭘 하는 거냐!”
화기애애한 순간도 거기까지일 뿐. 네 사람이 오순도순 이야기하는 걸 발견한 발가스가 버럭 소리친다.
꿀같은 휴식도 여기까지라는 걸 직감한 세 남자는, 싫은 기색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고 코트 위로 돌아갔다.
“아, 랍스터 선생 시끄러워.”
“후우, 다 쉬었으니 다시 가야지.”
“아이렌, 우린 갈게! 이왕 구경 온 거, 응원해 줘!”
“응. 걱정 마, 에이스. 그러려고 온 거니까.”
스마트폰을 집어넣은 아이렌과 인사하고 뒤돌아선 그들은 겉으론 티를 내지 않았지만,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사탕, 그렇게 사기 힘든가?’
*
그로부터 일주일 뒤. 3월 14일 아침.
늦잠을 자는 그림을 내버려 두고 혼자 등교하던 아이렌은 교실 복도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이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아이렌!”
‘왜 교실에 안 들어가고 밖에 있는 걸까.’ 아이렌은 그게 궁금했지만, 어쩐지 평소보다 밝아 보이는 에이스의 표정을 보고 의문은 잠깐 접어두기로 했다.
“에이스, 좋은 아침이야. 듀스는?”
“몰라, 오고 있겠지.”
“응? 같이 등교한 거 아냐?”
“나 먼저 왔어. 너한테 줄 게 있어서 말이야.”
등 뒤로 감추고 있던 한쪽 손을 앞으로 꺼낸 에이스는, 익숙한 포장의 상자를 내밀었다.
인터넷 주문 사이트에서 몇 번이고 보았던 이 포장은, 분명.
“이거! 네가 먹고 싶어 한 사탕 맞지?”
아이렌은 사진으로만 보았던 수제 사탕의 등장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전히 주문에 실패한 채,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재도전을 포기하느냐 마느냐 고민하고 있던 그는 사탕과 에이스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이걸 어떻게 구한 거야?”
“다 요령이 있지! 자, 얼른 받아.”
에이스는 얼떨떨해 하는 상대에게 사탕을 안겨주고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저걸 사기 위해 몇 번의 새로고침과 빛의 속도로 주문하는 연습을 했던가. 몇 초 만에 품절 되는 사탕 하나 때문에 일주일을 속 썩인 에이스였지만, 그는 제 고생을 다 말하진 않았다. 아이렌이 만약 그걸 알게 되면, 이 사탕을 받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받아도 되는 거야? 적어도 사탕값은 주고 싶은데…….”
“무슨 소리야, 아이렌. 그럼 선물이 아니잖아?”
“하지만 이거 구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이거 봐라. 자세한 과정도 모르는 지금도 받길 미안해하고 있지 않나.
제 예상이 맞아떨어진 걸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에이스는 목덜미를 긁적이며, 슬그머니 제 사심을 꺼내었다.
“그렇게 고마우면, 이번 주 주말에 나랑…….”
큰 걸 바라는 건 아니다. 그냥, 주말에 농구화를 사러 가는 데 같이 가자고 꼬시려는 것뿐이지. 정확하게는 단둘이서 나가서,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올 계획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에이스의 계획에 걸림돌이 생겼으니. 그건 바로.
“아이렌. 복도에서 뭐 하고 있어?”
이 시간에 이 복도에 나타날 리 없는, 쟈밀 바이퍼의 등장이었다.
어딘가 익숙한 상자를 들고 나타난 쟈밀은 아이렌과 에이스를 번갈아 보다가, 제가 가져온 것과 똑같은 상자가 후배의 손에 있는 걸 보고 탄식했다.
“이런.”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쟈밀과 달리, 상대의 얼굴만 보고 있는 아이렌은 눈 하나 깜빡 않고 말을 걸어왔다.
“쟈밀 선배? 이런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아무래도 다들 같은 생각을 했나 보군.”
“예?”
원래도 깜짝 놀라게 해주거나 할 생각 없이 무심하게 전해주고 올 생각이긴 했지만, 이래서야 단순히 전달해 주는 것도 좀 멋쩍어지지 않나.
얍삽한 에이스를 슬쩍 흘겨본 쟈밀은 제가 사 온 사탕을 아이렌의 손에 쥐여주었다.
“자, 먹어.”
예고 없는 선물의 연속. 아이렌은 그 기쁘지만 당황스러운 상황에 고장 난 기계처럼 우뚝 멈춰 섰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절대 못 먹어보지 않을까 한 사탕이었는데, 지금은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게 되다니. 황당한 건지 당황스러운 건지 모를 제 감정을 꾹 억누른 아이렌은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선배는 또 어떻게 구하신 거예요?”
“뭐, 카림이 도와줬다고만 말해둘까.”
“……아하.”
해답을 들은 아이렌이 여전히 기쁨속에서 뚝딱거리고 있을 때.
사탕을 준비한 두 남자는 눈앞의 홍일점에겐 들리지 않게 자신들끼리 속닥거렸다.
“쟈밀 선배, 그건 반칙 아녜요?”
“원래 사회생활은 인맥을 활용하는 게 기본 아닌가? 그것보다 너, 용케도 구했구나.”
“에휴. 나는 어떻게든 빨리 주문 넣겠다고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것도 잠깐일 뿐. 빠르게 이성을 되찾은 아이렌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정말 제가 이걸 받아도 되는 걸까요?”
“……넌 왜 매번 선물을 주면 그 소리부터 하는 거야?”
“매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애초에 이건 희소가치가 너무 큰 선물이니 망설여지는 게 당연하죠!”
저 말은 반박할 수 없다. 아이렌의 말대로, 저놈의 사탕 하나 사겠다고 고생을 한 두 사람이었으니까.
투명한 상자 재질 덕분에 안에 든 아기자기한 사탕을 바로 볼 수 있던 아이렌은 내용물을 가만히 노려보다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안 되겠다. 저 이거 다 못 먹으니까, 두 사람에게도 나눠드릴게요. 봉투 같은 거 없나요?”
아. 이럴 줄 알았다. 저놈의 박애 정신.
선물해 준 당사자들은 어쩐지 이런 분위기로 흘러갈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망설일 필요도 없이 완강하게 거부해버렸다.
“뭐? 괜한 소리 말고, 그냥 선물이나 챙겨.”
“쟈밀 선배 말이 맞아. 모처럼 선물해주는 건데, 그냥 받아주면 어디 덧나냐고!”
귀한 거니 소중한 이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은 참으로 고맙지만, 그런 물건이기에 혼자서 다 먹어주었으면 하는 자신들의 마음은 정녕 모르는 건가.
쟈밀과 에이스는 아이렌이 괜한 짓 하지 않게 설득의 말을 쏟아내려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조금 더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아졌다.
“뭐야?”
마치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듯한 등장 순서대로,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이가 아이렌의 뒤에서 고개를 내민다.
다가오자마자 냅다 아이렌의 허리를 끌어안고 상대 머리에 제 머리를 기댄 그는 손안의 상자들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플로이드 선배?”
“흐음. 아기새우야, 그거…… 혹시?”
아, 예감이 좋지 않다. 먼저 와 있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플로이드의 양손을 살펴보게 되었다.
“설마.”
“플로이드, 너도?”
좋지 않은 예상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그 불변의 진리에 답하듯, 플로이드의 오른손에는 이젠 익숙해진 그 사탕이 있었다.
“이상하네. 아기새우 말대로 분명 구하기 힘들던데, 왜 다들 사 온 거야?”
아마 그건 아이렌이 제일 궁금해하지 않을까.
쟈밀은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기에, 이마를 짚고 중얼거렸다.
“어이가 없네.”
“그건 내가 할 말인데, 바다뱀 군. 꽃게도 말이야, 어떻게 구한 거야?”
“아니, 그러는 선배야말로 어떻게 구한 거예요?”
“다 방법이 있거든, 아하하.”
세 남자는 서로 어이없어하며 조잘거리기라도 하지. 얼떨결에 한가득 먹고 싶은 걸 선물 받은 아이렌은 드넓은 품 안에 안겨 바람 빠진 풍선 인형처럼 흐느적거릴 뿐, 도무지 제정신을 찾지 못했다.
가볍게 제 뺨을 꼬집어 이게 꿈은 아닌지 확인한 아이렌은 넋이 나가 중얼거렸다.
“행복한데 정신이 아찔하다는 건 이런 거군요.”
“아하하. 아기새우는 오늘 먹을 복이 터졌네.”
“그러게요.”
좋아서 방방 뛰어도 모자란 상황에 한숨만 쉬고 있는 아이렌은 잠깐 고민하더니, 플로이드에게 받은 사탕의 포장을 풀었다.
“알겠어요. 모처럼이니 받을테니, 다들 하나씩은 입에 물고 가세요. 하나 정도는 나눠줘도 되죠?”
“……뭐, 그 정도라면.”
“아, 그건 OK지!”
사실 정말 하나도 나눠주지 않아도 괜찮지만, 솔직히 얼마나 맛있길래 그 난리인지 궁금하긴 했다. 쟈밀과 에이스는 엄지손톱 크기만 한 사탕을 하나씩 받아 물고 그 단맛을 음미했다. 너무 강렬하지도 않고 은은하게 달콤한 사탕에서는, 향긋한 천연 재료의 단내가 가득 새어 나왔다.
다만, 플로이드는 상대가 내민 사탕을 바로 받지 않고 엉뚱한 소릴 해왔다.
“나는 더 줘도 되는데.”
“그래요? 그럼 뭔가 담아갈게…….”
“응? 아니. 그렇게 많이는 필요 없으니, 그냥 입에 몇 개 넣어 주면 되고.”
슬그머니 품 안의 여체를 놓아준 플로이드는 고개를 푹 숙여 눈높이를 비슷하게 맞추고, ‘아~’ 하고 입을 벌렸다.
뾰족한 이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커다란 입 앞에 잠깐 멈칫한 아이렌은 반사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이내 배시시 웃으며 사탕을 그 안에 하나씩 넣어 주었다.
“귀엽다…….”
사탕을 선물 받은 직후에도 보여준 적 없는, 지극히 행복한 표정으로 커다란 입을 사탕으로 채우는 아이렌의 얼굴은 벚꽃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화기애애한 장면에 질투를 느끼기보단 어처구니가 없어진 에이스는,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아이렌은 대체 플로이드 선배의 어디가 귀엽다는 걸까요?”
“그걸 답을 아는 녀석이 이 학교에 있을지 궁금한데.”
“하하…….”
그래도 지금 입에 들어가는 저 사탕들은 플로이드가 준 거니, 자신들은 가만히 있어도 되겠지. 이미 이해타산이 다 끝난 두 사람은 아이렌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입안의 사탕이나 씹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