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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옥은 담배 냄새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항상 흡연이라는 행위에 흥미는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오늘의 독한 담배 냄새는 참기가 힘들었다. 냄새 주인을 좇아가니 긴 생머리의 사내가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정이었다.

 

“넌 담배 싫어하면서 왜 나한테 오냐?”

“오늘은 냄새 맡아도 괜찮은 날이거든.”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그가 산옥을 보았다. 태연한 얼굴로 제 옆에 선 이는 어느새 팔을 발코니에 걸치고 있었다. 비킬 생각이 없다는 걸 안 오정이 말했다.

 

“팔계는 뭐 하는데?”

“법사님이랑 데이트?”

“아앙?”

“데이트라고.”

“퍽이나.”

“법사님이 부르셔서 잠깐 진지하게 대화중인데?”
“그럼 데이트가 맞긴 하네.”

그 말에 산옥이 ‘그렇지?’ 한 마디를 하고는 씩 웃었다. 오정은 그런 그가 가끔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짝사랑을 해 왔으면서 다른 이가 팔계와 대화를 나누는 건 데이트라는 단어를 쓰다니.

 

“너 말이야.”
“뭐.”

“팔계 별로 안 좋아했던 거 아니야?”

“야, 이 새끼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매서운 손놀림이 오정의 어깨에 닿았다. 고통스러운지 미간을 찌푸린 그가 마주한 산옥의 얼굴은 단호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정이 재빨리 말을 붙였다.

 

“그게 아니라, 내가 생각한 것보다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다고.”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

“야,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때리냐!”

“그럼 뒤질래!”

 

그들의 진지함은 그다지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새 큰 키로 휘적휘적 산옥을 피하던 오정은 정신없이 쫓아오는 그를 피하려 전속력으로 달렸다. 한참이나 달리고 있는 그들을 팔계와 삼장이 어리둥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추격전을 이어간 그들이 결국 평원에 드러누웠다.

 

“못 뛰어!”

“그러게 누가 뛰랬냐!”

“그래, 그만 하자. 내가 사과 받아주지.”

 

힘들어 헉헉대면서도 거들먹거리는 꼴이 우스웠다. 오정은 빤히 그를 보았다. 저와 이렇게 싸울 땐 싸우면서 진지할 때는 한없이 진지한 얼굴을 하는 존재.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산옥이 한 말에 그는 입을 완전히 다물었다.

 

“……독각시 씨는 잘 보내줬냐?”

 

오래 전, 사랑하는 가족을 전부 잃고 홀로 살아남은 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그만 머리에 얼마나 깊은 심연이 자리하는지 알 길은 없으나, 그럼에도 기어이 그와 같은 일을 끝내 겪고 나서야 오정이 그 앞에서 울고 말았다. 산옥은 그런 그를 알고 제가 때린 어깨를 가만히 토닥였다. 사과 겸 위로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팔계가 그들을 향해 따스하게 미소지었다. 삼장은 그들에게서 고개를 돌렸으나 대신 입에 담배를 빼물었다. 매운 연기가 하늘에서 흩어졌다. 소리 죽여 울던 오정이 주위를 살필 때, 그제야 팔계와 삼장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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