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시 선배, 정말 먹어도 되나요?”
두 손 가득 곶감을 받은 후시키조는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야간 훈련 전, 잠깐 보건실에 있는 후배를 만나러 온 토요노는 생긋 눈을 접으며 웃어 보였다.
“그럼, 후시키조 먹으라고 일부러 가져온 건데.”
“그, 그러면 잘 먹겠습니다~”
눈치를 보는 것도 잠깐일 뿐. 선물 받은 곶감을 조금씩 베어 먹는 후시키조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토요노는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질문을 해왔다.
“공부하다가 힘든 건 없니? 보건위원회 활동은 어때?”
“다, 다 좋아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이 정도로. 그래도 혹시 곤란한 일이 있으면 꼭 말하렴.”
아, 다정하기도 하지.
후시키조는 항상 자신을 챙겨주는 토요노의 호의에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가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후배들도 챙겨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게 보여주는 호의가 거짓인 건 아니지 않나. 공평한 호감이라도 없는 것보단 백 배 낫다는 걸 아는 그는, 제 나름대로 관심에 보답하고자 슬쩍 물었다.
“선배는 어떠세요? 그, 훈련이 힘들진 않으세요?”
“난 늘 하던 거니까 괜찮아. 내년이면 프로로 활동해야 하는데, 이 정도 훈련으로 힘들다고 하면 안 되니까.”
그야말로 선배다운 대답이다. 조금은 힘들다고 해도 될 텐데, 후배 앞이라고 말조심을 하는 거든 정말로 힘들지 않은 거든 대단한 건 마찬가지지 않나.
곶감을 우물거리던 입을 멈춘 후시키조는 고개 숙이고 웅얼거렸다.
“선배는 강하군요.”
“어라,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물론 난 강하긴 하지만.”
쿠노타마 상급반 최고의 실력자. 쿠노이치가 되지 않으면 재능 낭비일 실력. 그런 평가를 받는 토요노라도 아끼는 후배의 칭찬은 부끄러운 걸까.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이 퍽 수줍고 기뻐 보였다.
달이 밝은 밤. 단 둘뿐인 보건실. 은은하게 퍼지는 단내와 화기애애한 대화.
그야말로 꿈결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그 평온함은 오래가지 못했으니.
“나도 하나 주지 그러나, 후시키조 군.”
완전히 방심하고 있는 두 사람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쑥 나타난다.
인기척도 없이 나타난 상대를 발견한 토요노는 침입자의 정체를 확인하기도 전, 후시키조를 품에 안고 뒤로 물러났다, 순식간에 도망치는 토요노의 모습에 ‘흠’하고 짧게 탄식한 방문자, 잣토 콘나몬은 천장에 매달려있는 걸 그만두고 바닥에 착지했다.
“그렇게 인상 찌푸리지 말게나, 아가씨.”
“누가 아가씨예요?”
“하긴, 아가씨라고 부르기엔 아직 새파랗게 어리긴 하지.”
그건 다소 유치한 도발이었지만, 아직 어린데다가 잣토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토요노에겐 흘려넘기기 힘든 말이었던 모양이었다. 인상을 팍 찌푸린 토요노는 후시키조를 꼭 안은 채 잣토를 추궁했다.
“여긴 무슨 일이죠?”
“후시키조 군을 보러 왔을 뿐이야. 줄 게 있거든.”
“타소가레도키 성의 닌자대 두령이 대체 닌타마에게 뭘 준다는 거죠? 수상한데요?”
“하지만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 같은데.”
잣토는 보라는 듯 후시키조를 가리켰다. 그 말대로 후시키조는 그다지 놀라거나 겁먹지도 않았다. 평소 잣토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그인 만큼, 정말로 상대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무슨 짓을 할 거라면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기 전 처리했을 테고, 지금까지 받은 선물들도 특별히 문제가 없었으니 겁먹을 이유가 있겠나.
즉, 후시키조의 논리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토요노는 그걸 인정하지 않았다.
“선생님들을 불러오기 전에 당장 가세요.”
“부르러 갈 수는 있을 거 같나?”
“학원 내에서 학생을 해치면 학원장이 가만히 있을 거 같나요?”
“흠, 아직 햇병아리라 그런지 해결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자꾸 애 취급하지 마세요!”
하지만 토요노는 잣토에 비하면 아이가 맞았다. 솔직히 말해 딸뻘이라 해도 될 정도였으니까.
‘분명 얕잡아 볼까 봐 경계하는 거겠지.’ 잣토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이고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꽉 안으면 후시키조 군이 숨 막힐 거 같은데. 놔 주지 그러나.”
“절대 안 돼요!”
“내가 해를 끼칠 거라면 굳이 이렇게 권유할 이유도 없다는 걸 알 텐데? 마음만 먹으면 네가 어디로 도망치든, 아니, 도망치기도 전에 목숨을 끊겠지.”
“그런 협박을 하면서 애를 내놓으라고요? 말이 되는 소릴 해요!”
“후…….”
강경한 토요노와 어떻게든 피는 보기 싫어 좋은 말로 하는 잣토. 두 사람의 다툼은 아슬아슬하고 위험해 보였지만, 후시키조는 알고 있었다.
잣토 정도 되는 닌자라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순식간에 토요노의 품에서 빼앗아 갈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굳이 말로만 상대하는 건, 토요노를 해치고 싶지 않아서겠지.
토요노 또한 마찬가지다. 비록 이기지 못할지라도 잣토에게 맞서거나 몰래 선생을 불러올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말로만 호통치는 건, 잣토를 정말 100% 불신하는 건 아니라 그런 걸 테다.
“스릴과 서스펜스…….”
어차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일까. 평화롭게 두 사람의 말싸움을 지켜보는 후시키조는 품 안의 곶감을 우물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