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안 하던 행동을 하면 죽을 때가 온 것 아니냐는 얘기, 알아? 최근 카즈마의 행동이 이상하다. 그러니까 그 말은 즉, 카즈마가 곧 죽을 때가 왔다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알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신작 게임을 소개해 달라고 다가가니 갑자기 얼굴이 새빨개져서 도망간 것 하며, 평소에는 잘만 마주치던 눈을 어느 순간부터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 자신이 끼면 애들과 말을 하다 말고 사라지는 것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이 하하 호호 웃으면서 대화도 하고 사건도 풀던 사이었는데 그 며칠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신을 이리도 피하고 다니는 건지. 그러면서 또 다른 Q클래스의 사람들과는 잘도 대화하는 걸 보니 괜히 울분이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서운한 게 있으면 말로 해결하면 될 걸 이렇게 피하고 무시하는 행동이 전혀 이해가 안 됐으니까.
“카즈마가 알을 무시해?”
“못 느꼈어? 카즈마, 저번부터 내가 올 때마다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바쁜 일 있다면서 도망치고, 자리도 피하고! 아니 글쎄, 심지어는 사건 때문에 어떻게 얘기할 틈이 생겨도 눈을 안 마주친다니까? 이거 무시하는 거 맞지, 그렇지?!”
“이, 일단 진정해 알. 카즈마가 그럴 애가 아니라는 건 알도 잘 알잖아? 음…. 무슨 사정이 있는 건 아닐까?”
“그렇지만 벌써 닷새 째고 너무 서운하단 말이야…. 서운한 일이 있었으면 차라리 말로 해주면 되잖아. 근데 왜 무시하는 건데….”
고민이 있다며 자신을 카페로 데려온 알의 말을 듣던 메구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긴 하겠다….”라며 공감의 말을 더해준 것은 덤이었다. 하지만 메구미의 생각은 알과 달랐다. 카즈마가 지금까지 보인 태도는 알에게 서운한 일이 있으므로 고의로 무시하려고 나온 행동이라기보다는, 호감을 갖고 있으므로 보인 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서 말인데, 메구 언니가 카즈마랑 얘기 좀 해줄 수 있을까 해서!”
“으응? 내가?”
“응. 나랑은 절대 얘기를 안 하니까, 분명 내가 말을 걸어도 또 도망칠 거야. 그렇다고 킨타 오빠나 우리 오빠한테 부탁하기에는 둘은 너무 바보고…. 류 오빠도 이런 일에는 그렇게 도움이 안 될 것 같단 말이야. 믿을 사람이 메구 언니밖에 없어…!”
자신의 손을 간절하게 잡으며 말하는 알의 모습에, 메구미의 손과 눈이 가볍게 흔들렸다.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킨타로나 큐에게 말하자니 그 둘이라면 분명 오히려 더 티를 내서 카즈마에게 추궁을 받고 금방 들켜버릴 것이고 그렇다고 류에게 말하자니 류가 이런 쪽으로 뛰어난 사람은 아닐 것 같다고 메구미 또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메구미는 결국 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니 이참에 두 사람의 큐피드가 되어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은 덤이었다.
…
“카즈마, 잠깐 시간 괜찮아?”
“큐? 괜찮아, 왜 그래?”
같은 시각, 카즈마에게 다가온 것은 큐였다. 새로운 게임 프로그램을 만드는 중이었는지 바쁘게 움직이던 손은 여전히 움직이던 중이었지만. 혹시 알이랑 싸운 거야? …어? 이내 큐의 말에 말문이 막힌 것인지 돌아오는 것은 되묻는 듯한 답일 뿐이었다. 큐는 카즈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알이 카즈마가 계속 자기를 무시한다고 속상해하는 것 같았거든. 곧이어 잇따르는 말에 카즈마는 눈을 굴렸다. 솔직히 최근에 알을 피한 것은 거짓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그것이 무시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건, 그러니까….
“그, 그런 거 아니야!”
“하지만 카즈마 요즘 알을 피하긴 했잖아?”
무어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피한 이유. 카즈마가 최근에 알을 피한 이유는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아니라면 아닌 이유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괜찮은 몸 상태가, 유독 알만 보면 안 좋은 것이 이유였다. 심장 한쪽이 간지럽고 빨리 뛰는 것. 어느 순간부터는 얼굴까지 빨개지고 있던 그것이 카즈마는 너무나도 신경 쓰였다. 내가 왜 이러는 거야…! 라면서 애꿎은 베개를 때린 적도 많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시간은 해독제가 되지 못한 채, 오히려 상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었다. 그렇기에 카즈마는 알을 피하는 쪽을 선택했다. 상태가 괜찮아질 때까지만이라도 안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으니까.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나중에라도 설명하면 그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한 게 카즈마의 오만함이었다면 오만함이었다.
“…절대 무시하려고, 그랬던 건 아니야! 그냥, 자꾸 신경 쓰이고 옆에 있으면 심장이 빨리 뛰는데, 어디 아픈 것 같아서. 근데 그게 알을 볼 때만 그러니까…!”
신경 쓰였다고? 옆에 있으면 괜히 심장이 빨리 뛰고? 앞에서 팔을 휘저으며 열정적으로 부정하는 카즈마의 말을 듣고 있자니, 하나의 가정이 물 위로 올라오는 사과처럼 큐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람의 마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각하지 못한 무의식일지라도. 그러니까 그거 꼭…. 있잖아, 카즈마. 너 혹시….
“알을 좋아해?”
“뭐?”
카즈마에게서는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얼굴이 새빨개진 것은 덤이었다. 그 반응이 마치 이제야 막 깨달았다는 듯한 반응이라, 큐는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몰랐어?”라고 되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없었지만, 새빨개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 거리는 걸 보아하니 수학 천재 소년이 자각하지 못하던 마음을 자각한 것은 분명했다.
알이 이를 알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또한 분명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