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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그날을 기억한다. 겨울이 지나 완전한 봄이 되었던 나날, 제게 닥친 일을 급급히 해결하느라 만개한 봄꽃을 뒤늦게 알아차리며 꽃이 더 지기 전에 다같이 꽃놀이나 가자며 시덥잖은 농담을 하던 날. 시린 겨울 내 내리던 눈처럼 흩어지는 꽃잎 사이로 네 모습이 선명히 보이던 날.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날의 너는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흩어지는 꽃잎 사이, 잊은 적 없던 해맑게 짓는 웃음. 감히 주님 외에 빛이자 태양이라 칭하지 않으면서도, 나는 내 신분마저 잊고 그날의 너는 참으로 빛나고 있었다고. 그게 죽은 줄 알았던 감정을 다시 되살리는 일인 줄 모르고, 전과 달리 드러나는 감정을 내뱉기 바쁜지라. 고해할 게 있어서 찾아왔다는 너의 말에 나는 알았다. 네가 무엇을 고해할지, 아니, 그건 분명 고백이나 마찬가지였다. 말하는 이에게도, 듣는 이에게도 죄를 하나 더 얹는, 무거운 고해이자 고백. 그렇기에 나는 유독 그날의 너를 더 기억한다. 그 말을 잊어버리고 모른 척하는 걸로 우리 사이를 정의할 수 없기에. 나는 이 죄를 안고 나아가야만 한다…

 

 

*

 

 

“벌써 간다고요?”

“응, 인사할 시간을 길게 못 준다고 하네. 서련이는 바로 가야 한대.”

“그래도요… 떠날 때, 축하 파티 해주기로 했잖아요.”

“대신, 잘 가라고 다같이 인사해주는 거야. 어때?”

 

 

해일은 제 손에 들린 봉투를 흘긋 바라보았다. 보육원에 있는 애들을 위해 항상 사오던 왕만두를 다른 애들보다 유독 좋아하던 서련을 위한 몫이었다. 서련에게 왜 만두를 좋아하는지 물었을 때, 한 손에 따뜻함이 가득 들어와서 좋다는 서련의 말을 해일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 서련의 입양이 확정되었을 때, 서련이 나가는 날 꼭 한 가득 쥐어주자고 다른 아이들과 얘기했었다. 그런데, 이별이자 축하해줄 틈조차 없이 가야한다는 소식에 아무리 장남처럼 듬직하던 해일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제 손에 들린 왕만두는 기껏 해야 하나 뿐인데.

 

 

‘애들한테는 뭐라 말하지…’

 

 

해일은 선생님을 두고,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직 입양이 결정되지 않은 아이들 속에서 서련의 입양은 보육원에 들어온 일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꽤 빠르게 결정된 편이었다. 그러니 서련이 가진 특유의 밝은 성격이 아이들과 금방 친해지는데 제 몫을 톡톡히 한 편이었다. 오래 지내지 않았는데도 아쉬워 하는 애들이 한 둘이 아닌 걸 보면, 서련이 이 보육원에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여전히 공을 차며 노는 아이들과 곧 부모가 될 이들을 마주하며 인사하는 서련을 해일은 번갈아 바라 보았다. 아이들을 데려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따라 이제 이별식이 제대로 될 시작이었다. 해일은 차마 전해주지 못한 왕만두가 담긴 봉지를 들고, 아이들 틈으로 뛰어 갔다.

 

 

“얘들아! 선생님이 모이래!”

 

 

하나둘 모이던 아이들을 이끌고, 선생님 옆에 선 이후에나 해일은 서련을 마주할 수 있었다. 떠나는 건 제 쪽이면서 소리내어 우는 아이의 등을 토닥이는 서련은 처음 봤을 때와 지금까지 변함없는 다정한 아이였다. 훌쩍이는 소리와 함께 크게 팔을 흔드는 아이,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아이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는 서련을 보며 해일도 조심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이별이란 건 이런 거다. 언제 다시 만날지 생각할 틈도 없이 허전함을 느끼는 일. 그 뒤로 해일이 서련에 대한 소식을 들은 적은 없었고, 불이 나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현실에 해일의 머릿속 서련의 모습은 점자 흐릿해질 뿐이었다.

 

 

*

 

 

“대테러1팀으로 근무하게 된 유서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강직한 눈빛과 군더더기 없는 경례 자세. 해일은 새로 들어온 후배보다 그 후배의 어깨를 두드리며, 시덥잖은 농담이나 내던지는 상사를 흘긋 바라보았다. 달리 첫인상에 대해 할 얘기도 없었다. 어차피 일은 일이고, 제가 먼저 나서서 친해질 일이 뭐가 있겠냐 싶은 생각이 들면 딱딱하게 굴 필요없다는 상사의 말에 해맑게 웃어보이는 서련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본 웃는 얼굴이었다. 따스하고 꼭, 햇빛이 쨍하게 내리던 나뭇잎 사이에서… 항상 웃던…

 

 

“야, 뭐 해? 내 말 안 들려?”

“아… 아닙니다. 듣고 있습니다.”

“그럼 빨리 해.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네, 죄송합니다.”

 

 

제 상념을 깨우는 상사의 목소리에 눈을 두어번 깜박인다. 제 기억력이 나쁘다고 여긴 적은 없는데, 빛 사이로 보이지 않는 그 얼굴에 기억하려 애쓰듯이 미간을 좁히고 만다. 소녀의 얼굴이었으니 보육원에서의 기억이라고 추측된다. 같이 알고 지내던 아이들의 얼굴과 끝내 보내야 했던 아이들의 얼굴은 그리 선명한데, 왜 그 아이의 얼굴만 흐릿할까. 해일은 저보다 아래에 있는 이에게 시선을 내린다. 그 기억이 왜 이 사람을 봤을 때, 불현듯이 떠올랐을까. 의문이 이어져도 명확하게 내려지는 결론은 없다. 하나 알겠는 건 여전히 저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는 저 표정이 깊숙히 숨긴 감정을 툭툭 건들고 있노라… 제 본능이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문제는, 그 간질거림이 또 싫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장 속을 뛰어들며 퍽퍽한 생활 속에 해일이 유일하게 활기차던 순간을 꼽자면 그건 서련과 있는 시간이었다. 서련은 밝은 사람이었다. 활기차고, 긍정적이기도 하고, 항상 애쓰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임무에 들어가면 몸을 아끼지 않는 요원이었다. 그게 신경 쓰였다는 핑계로 서련을 걱정하다보면 어느새 침대에 누워 있는 서련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어색하기도 하고, 가슴 한 켠이 간지럽기도 하고, 이러한 감정 속에 서련을 지켜주고 싶다는… 지켜야만 한다는 목표가 생기자 가야 할 길이 명확해진 기분이었다. 어릴 적에는 지키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지켜야겠다고 손을 꽉 쥐었다. 그러기 위해 무작정 들어온 게 군대였다. 지키지 못하면 그게 전부 제 탓만 같아서, 그러한 감정에 벗어나고픈 허우적거림에서 이 사람을 지킬 수만 있다면… 더 이상 헤맬 필요가 없다. 이건 김해일이 유서련에게 남기는 하나의 맹세나 마찬가지였다.

 

 

*

 

 

“퇴역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해일 선배가…”

“유서련, 그만.”

“그만하게 생겼습니까! 어차피 이중권 그 새끼가 손 썼을 게 뻔하지 않습니까!”

“상사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그만 하라고 했다, 서련아. 너까지 이러면…”

 

 

유서련은 한 손으로 제 머리를 헝클인다. 떠났다, 해일 선배가. 말도 없이. 아니, 말을 주고 받을 틈도 없었다. 위르키스탄에서의 임무가 막 끝난 참이었다. 먼저 인질을 구출하고 나간 이들보다 뒤늦게 자리 정리까지 하고 온 유서련이 들을 수 있는 소식은 김해일의 퇴역 소식이었다. 상세한 얘기는 제가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중권이란 사람의 성질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 자식이 해먹은 것만 해도 몇 개인데…! 말로 따지고 들 수 있어도 먹히는 건 다른 문제였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적어도 국정원 내에서는. 유서련은 무작정 달렸다. 이미 하기로 정해졌다면 제가 그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러니 떠난 김해일을 복귀시킬 수는 없어도,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고 싶었다. 알아야만 했다. 저는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해일과 지내며 서련은 그의 감정이 명확하지 않아도 저를 향한 시선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제 손을 잡고, 지키겠다던 말 한마디는 결코 거짓이 될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저를 두고 갔을리가 없었다. 책임감 하나는 지독하게 끌고 가는 인간이었다. 몇 번이고 끊기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저한테는 말해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 오래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다. 반대로 마냥 짧지도 않다. 우리가 서로에게 가진 감정을 모른 체 할 수 없는 일인데. 우리는 분명…

 

 

그렇게 찾아낸 해일의 모습은 서련의 예상보다 더 처참했다. 언제 어디를 찾아가도 해일은 항상 술을 마시고 있었고, 서련을 보면 피했고, 멀쩡한 순간조차 드물었지만, 멀쩡할 때는 서련을 외면할 뿐이었다. 누구보다 끈기에서 지지 않는 서련은 해일이 외면한다고 해서 물러날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항상 시기가 좋지 않았다. 서련이 이중권을 찾아가 따져들지 못한 건, 오로지 서련이 자신없기 때문이었다. 이중권하고 맞붙을 수 없다거나 억울해지는 게 두려운 건 아니었다. 상사에게, 회사에게 대들 수 없는 일. 서련은 어릴 적부터 뼛속까지 상하관계에 수긍하는 군인이었다. 자신이 마치 그러기 위해 태어난 인간처럼 여길 정도로. 단순히 말해 서련은 반항할 수 없던 것이다. 그러한 인간이었다. 둘 사이는 또다시 멀어지기 좋았다. 해일은 다가가지 않았고, 서련에게는 쫓아갈 기회가 없었다. 또다시 시간은 흐르고 만다. 서로에 대한 스스로의 감정 하나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로.

 

 

*

 

 

해일은 서련을 마주한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 자신이 서련을 밀어낸 순간들이 존재한다. 그게 서련을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기에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서련이 오해했을까 걱정하다가도 뭐 좋다고 결국 제게 돌아오는 서련을 보는 일이 마냥 착잡하기만 하다. 서련은 몇 번이고 해일을 보려고 했으나 모든 순간을 내친 건 해일이었다. 이제, 오늘은, 아무리 피하고 도망가려고 해도 마땅한 명분도 핑계도 없었다. 부패한 세력과 마주하는 일보다 서련을 마주하는 일이 더 두려운 이유를 해일은 명확하게 알고 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선배.”

 

 

익숙한 목소리, 변한 게 하나 없어보이는 웃는 낯에 해일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였다. 이곳에 있는 게 어색하다면 어색하고, 맞다고 한다면 맞는 이가 눈앞에 있었다. 여전히 어깨를 살짝 넘는 흑발이나 둥글게 그어진 눈매, 저만 보면 해맑게 웃는 얼굴이라 마치 첫눈에 반한 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얼굴로 조용히 입을 다문 채 있다보면 들려오는 한 발자국 다가오는 소리에 입꼬리를 애써 올렸다. 지금 같은 반응은 곤란하다. 이제 더는, 아니, 이제 그럴 수는, ……오랜만에 보는 낯에 놀란 이처럼 일부러 눈을 더 크게 뜨고 저도 따라 발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반가우면서도 당혹한, 그게 보일 수 있는 감정의 전부라는 듯이 굴면 상대는 그럴 줄 알았다며 실망스러우면서도 곧 표정을 갈무리하고 손을 흔들었다.

 

 

“네가 왜 여기 있냐?”

“왜 있긴, 들은 게 있으니 여기 있지 않겠습니까.”

“듣긴 뭘 들어. 야, 됐고… 아직 날 춥다. 들어가자.”

“선배.”

“아잇, 들어가서 얘기하자니까.”

“…왜 신부입니까?”

 

 

뭐? 서련의 말에 해일은 되묻는 듯한 반응을 내보였다. 그렇지만 정말로 말의 뜻을 모르거나 못 들어서 되묻는 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할 말을 놓쳐서 툭하니 튀어나오는 반응에 가까웠다. 오히려 서련이 무얼 말하는지 잘 알았으니 아닌 척 외면하기 딱 좋은 반응이었다. 제 반응의 의미를 알았는지, 서련은 어깨를 으쓱이고 걸음을 옮겨 성당으로 들어갔다. 이곳에 처음 온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걸음이었다. 왜, 왜냐고. 이유는 단순했다. 이영준 신부님을 만난 게 전부였다. 근데 그것이 서련에게 어찌 보일지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조용한 성당 안에 자리 잡고 앉아 한참 침묵을 유지했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되려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순간이었다. 잘 지냈냐는 말은 단순하고, 뭐하면서 지냈냐고 묻기에는 저의 전직장을 떠올리면 할 일이야 뻔하기도 했다. 해일의 입장에서는 서련이 마음껏 질문해는 게 답하기 쉬웠지만, 불쑥 내미는 감정을 오로지 받아낼 자신이 없었으니 지금은 제가 나서는 게 맞다고 여겼다. 왜 신부냐고 묻는 말에 답하지 않은 게 떠올랐다.

 

 

“…이영준 신부님이라고 내가 크게 다쳤을 때, 도와준 신부님이 계셔.”

“저도 압니다.”

“응?”

“뵙습니다. 성당 구석에서.”

“야… 네가 이영준 신부님을 왜 만나? 아니, 뭐, 어쩌다가? 왜 나한테 말을 안, 아니, 허.”

 

 

기가 차다는 듯이 서련을 노려보며 말하다보면 어깨나 으쓱이는 꼴에 또 욱하고 성질이 올라온다. 당장 소리를 친다고 해서 놀랄 성정은 아니나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차분히 대화를 해야 한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시간이 아무리 지났어도 저는 서련에게 다정한 선배라는 듯이…

 

 

“선배가 저 안 만나주길래 뒤 좀 캤습니다. 신부인 건 알았고, 자리도 옮겼다길래 뵈었습니다. 김수녀님도, 한신부님도.”

“야!!! 너, 너… 신부는 민간인인 거 몰라? 민간인 뒤를 왜, 조사하고 난리야. 김수녀님, 한신부님은 또 왜 만났어. 할 말이 뭐 있다고. 너 뭐 말했어, 어? 야이씨…”

“거, 성질은 예나 지금이나.”

“뭐, 내가 뭐, 내가 예전에 어쨌는데.”

 

 

잘 보이는 건 실패, 아니, 애초에 그런 사이도 아니었으니 됐고. 해일의 뒤를 캤다는 걸 자신있게 얘기하는 걸 보자니 웃기지도 않을 판이었다. 누가 얘를 이렇게 키워둔 거야. 아, 나였지. 하여튼. 이런 대화를 하려던 건 아니었으나 작은 투닥거림에 되려 전과 같은 분위기를 내는 듯해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같은 동료로 있을 때, 쉬는 타이밍마다 장난스런 대화를 했던 게 생각났다. 그때는 그게 전부였다. 지켜야 하는 상대를 제 곁에 두고, 시시한 대화를 하고, 웃고, 그것만으로 삶이 충족되는 기분이었다. 서련이 웃으면 저도 웃었다. 괜히 지나가다 장난 한 번 치고 싶었고… 그래, 안다. 알고 있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런데? 입 밖으로 꺼내 인정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제가 사제가 아닐 수 없고, 서련이 사랑을…

 

 

“선배, 듣고 있습니까.”

“어? 뭐, 뭐가…”

“…아닙니다.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제가 돌아가면 누군지 해명할 시간이 필요해보이지 말입니다.”

“뭐? 아… 어, 어. 내가 대충 말해둘게.”

“예.”

 

 

서련이 사랑을 끝낸다면 해결될 일이긴 하다. 우리가 서로 아는 선후배로 남는다면 모든 게 해결이란 걸 알면서도…

 

젠장…

 

관둔다는 상상을 하면, 제 가슴이 욱신거린다. 망할 김해일. 욕심이 너무 크지 않냐. 사랑해줄 수도, 사랑에 보답해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상대가 저를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얼마나 이기적인가. 아니, 아니다. 그게 아니야.

 

 

“야, 유서련!”

 

 

제 부름에 서련이 뒤돌아본다. 꽃잎이 흩날리는 계절, 살랑거리는 머리카락과 나무 사이로 보이는 저 환한 웃음. 부르면 안 될 걸 알면서도, 이름을 붙이고 마는… 모르지 않는다. 이건 사랑이다. 도망쳐도, 외면해도, 결국 마주해야하는 감정이다. 그리고 사제인 제가 가져서는 안 될 감정이자 죄.

 

제게 붙은 죄목은 분명 사랑이며,

 

 

“다음에도 와. 기다릴테니까.”

 

 

저는 기꺼이 그 죄를 짊어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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