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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메오양

샤크스경 드림

막 탑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조심하십시오, 수호자님. 그곳은 아직 개척되지 않았습니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제복을 차려입은 사내가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긴장한 얼굴에 염려와 두려움이 얼핏 스쳤다. 나는 내 손에 들린 짐꾸러미를 내려다보았다. 물과 간식거리가 주머니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다시 그를 보자 내 시선을 따라 주머니를 보았던 그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요새 일이 여간 많았어야지요.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서…, 제가 괜한 참견을 했군요."

 

두 손에 들었던 짐을 한 손으로 옮기고서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의 마음이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갔다. 지난 전쟁의 트라우마는 내게도 남았다. 길게 말하는 대신 두어 번 두들기고는 발길을 돌렸다. 나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이 있었다.

 

* * *

 

황무지에는 한 무리의 군중이 고함을 지르며 서로 뒤엉켜 굴렀다. 어린 야수처럼 날카롭게 울부짖는 아이들의 사이사이 보호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나를 발견했다.​

 

"수호자님, 오늘도 오셨군요!"

"네, 올 시간이 생겨서요. 별일 없었고요?"

"다들 기운차게 놀고 있죠. 아예 펄펄 난다니까요? 주변 경계를 서랴, 아이들을 살피랴, 오히려 우리가 죽을 맛입니다."

 

혀를 내두르는 대신 입안의 전등을 요란스럽게 깜빡인 엑소가 앓는 소리를 냈다. 짧게 안부를 나누는 틈에도 아이들은 그의 곁을 지나며 괜히 손이나 옷자락을 한 번씩 쥐어보는 중이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붙잡아 물을 마시게 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마음이 든든하군요. 강하기로 소문난 수호자가 둘이나 여기 계시니 정말 별일이에요. 케이드님이 종종 다른 수호자를 데리고 이곳을 찾아오기는 하지만 이렇게 자주 얼굴을 비추시는 분들은 드물거든요."

 

그 말에 아이들에게 물을 나눠주던 걸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말고 다른 수호자가 왔어요?"

"네, 저기요."

 

엑소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 보니 수호자 한 명이 아이들을 앞에 두고 익숙한 모습으로 호령하고 있었다. 왜 아까는 그를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어리둥절해질 정도로 남다른 존재감이 그의 주변을 아우르고 있었다.​

 

"네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는데, 샤크스."

 

팔짱을 끼고서 아이들의 움직임을 지적하던 샤크스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도 이곳에서 나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고개가 살짝 뒤로 젖혀졌다.

 

"케이드랑 같이 왔나?"

 

그러고는 헬멧을 휙휙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나는 그의 헬멧 앞으로 손을 뻗어 흔들었다. 그의 고개가 다시 나를 향했다.

 

"처음에는 그랬지. 너도 케이드가 데려왔나 보지?"

 

말하는 동시에 탑을 들썩이게 했던 한 사건이 떠올랐다.

 

"나는…."

"내가 맞춰볼까? 케이드랑 내기하던 그 날 맞지? 네가 자리를 비운 동안 시련의 장에서 케이드가 내기 판을 크게 벌였다는 소문은 들었어."

 

샤크스의 말을 끊고 끼어든 내 아는 체에 그는 대답 대신 침음성을 삼켰다.

 

"그래도 네가 여기를 자주 찾았다는 건 놀라운걸."

"그것도 소문이 난 모양이지?"

"아니. 나도 방금 들었어."

 

고갯짓으로 저만치 떨어져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엑소를 가리켰다. 그가 작게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샤크스와 아이들의 훈련은 어중간한 휴식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챙겨온 간신 꾸러미를 풀어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새된 기쁨의 비명과 웃음소리가 황무지를 메웠다.

 

"내가 널 착각했나 봐. 여기서 아이들이랑 놀아줄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샤크스로부터는 아무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간 시간이 흘렀고, 그 침묵을 못 견딘 내가 입을 떼려던 참이었다.

 

"훈련이야."

"뭐라고?"

"훈련이라고. 이 도시를 위해 수호자만이 아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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