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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논자카 돗포와 드림주는 직장동료 관계며 돗포가 드림주를 짝사랑하고 있는 설정입니다.

 

 

 

너무 좋아하면서도 표현을 못 하면서 지낸 지 몇 개월, 몇 년이 되었을까. 오늘도 파티션 너머로 들어오는 목소리에 간질간질해진다. 오늘은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다. 본인의 감이 그랬다. 바쁜 와중에도 들리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상대의 안부를 물으며 본격적인 이야기에 정신을 차리고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거래처에 걸려온 전화라 차분히 전화를 받으며 대화를 나누는 중 그를 부르는 부장의 목소리에 이름이 불린 그도 통화 중이던 돗포 본인도 고개가 돌아간다. 말없이 쳐다만 보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큰소리에 사과를 하며 대화를 잇는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부장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보다 화면을 보기를 반복하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제 겉옷을 챙겨 나가는 그를 보며 별일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른 건 아니었다. 일정한 소리와 통화를 하며 대화하던 소리는 날카로운 소리에 순간 멈췄다. 잠깐 동안 이어지던 정적과 그 후, 다급히 사과하는 소리에 상대는 차분한 목소리로 괜찮다며 대답하자 별일이 아니구나 하며 자기 일을 시작한다. 바닥에 떨어진 음료수 캔을 주워 책상 위에 올려놓고 바닥을 닦아내는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바닥에 머리 박고 있어야 할까. 어지러운 머릿속 눈앞이 살짝 흐려지는 것 같았다. 당황해 들고 있던 서류도 내려놓은 돗포를 보던 그는 음료수를 건넨 자신에게 한 행동에 대해서 대답 않고 바닥과 책상을 닦아낸 후 쓰레기까지 정리하고 나서야 제자리로 돌아간다.

말없이 멀어지니 서운함에 제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돗포는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자리에 앉으려 하는 줄 알았더니 파티션 너머로 손을 내밀어 건네주는 건 조금 전 자신이 실수로 쳐낸 음료수였다. 자신이 그랬지만 뜯은 머리카락에 두피가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조금 전엔 미안했어요. 칸논자카씨. 새로 사 왔으니까 드세요.”

 

자신이 쳐냈는데 어째서 자신이 실수 한 것처럼 말하는 걸까. 일단 돗포는 주는 음료수 캔을 받아들었다. 대각선에서 마주 보고 앉는 직장 동료. 동기여서 그런지 처음 입사하면서부터 자연스레 친해졌다. 동료들 사이에선 친절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안 좋게 말하면… 아니 안 좋게 말하기 싫었다. 자신에게 잘해주던 사람에게 점점 호감을 느껴 지금의 감정을 갖게 되었으니까.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

돗포는 일하다 말고 파티션 너머를 쳐다본다. 옆에 앉은 직원과 얘기를 하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니 살짝 고개를 숙이며 눈웃음을 치는 그를 보다 급히 고개를 푹 숙인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제는 땀을 흘리기에 손수건을 주려 했는데 과장이 말을 거는 바람에 놀라 손수건을 얼굴 쪽으로 던져 버리지 않나. 서류를 들고 옮기다 그와 부딪쳤는데 너무 따듯해진 날씨 탓에 마시라고 주는 음료수가 그의 몸으로 쏟아지질 않나. 모두가 퇴근한 시간, 도와주겠다는 그의 말을 피곤해서 괜찮으니까 가라는 식으로 얘길 해버려서 그를 당황하게 하질 않나…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불안했다. 또 실수하면 어쩌지. 눈앞이 깜깜해진다. 이래서 되는 걸까 싶어서.

 

 

 

“칸논자카씨. 내가 중요한 일이 생겨서 그러는데. 내 일 대신해줘.”

 

어제와 이어진 실수 덕인지 오늘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질 정도로 피곤했다. 머리카락을 손으로 마구 흩트리며 자신을 탓하고 있던 돗포는 퇴근 평소처럼 쌓이는 서류에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당연했다. 본인도 제 일이 있고 없어도 피곤해 일찍 퇴근해서 쉬고 싶으니까. 대답도 못 하고 있는데 대각선에서 손이 나와 돗포의 손을 잡는다.

 

“미안해요. 오늘 제가 칸논자카씨에게 실수한 게 있어서요. 그래서 저녁을 사기로 했거든요. 빨리 가요. 늦으면 못 먹거든요.”

“네? 아, 네. 죄송합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손을 잡힌 탓에 남은 한 손으로 가방과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탄다. 이게 얼마 만에 정시 퇴근인가. 너무 기뻐하고 있는데 옆에서 웃음소리가 나자 돗포는 조용히 엘리베이터에 기댄다. 거리가 살짝 멀어지자 그는 자연스레 손을 놓고선 엘리베이터에 비치는 제 머리카락을 만진다. 조용해진 엘리베이터 안. 서로 말없이 각자 할 일을 하다 중간에 멈춘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뒷걸음질을 치며 자리를 내준다. 몇 명이 그와 저를 번갈아 가며 보다 자신에게 고정된 시선에 부담스러워 눈동자를 엘리베이터 쪽으로 옮긴다.

 

“마천랑 돗포 맞죠? 와 저 팬인데.”

“아, 네…”

“사인해주세요!”

 

거절하려 했지만 붙어오는 요청에 결국 사인을 해준다. 사인하면서도 돗포는 그를 흘깃 쳐다본다. 묵묵히 앞을 보는 그가 아는 사람을 만났는지 표정이 밝아져 반갑게 인사하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작은 목소리 쪽으로 신경이 쓰여 시선을 옆으로 옮겨지는 걸 겨우 참아낸 그는 사인을 마치고 나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피해 뒤로 걸어간다. 그러다 엘리베이터에 등을 부딪쳐 숨을 내쉬는 동안 거리가 있던 그 역시 사람들을 피해 들어오다 보니 돗포의 옆에 서게 된다. 아는 직원과 대화를 나누다 그의 머리가 어깨에 부딪히자 그가 고개를 살짝 숙여 사과하고 돗포는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다 발등으로 느껴지는 통증에 너무 아프고 놀라서 소리도 못 낸다.

누가 그런 걸까. 속으로 발을 밟은 상대를 원망하며 겨우 제 발을 확인하는데 그 발의 주인은 제 옆에 있던 그라는 걸 알고 속으로 욱했던 감정은 급속도로 가라앉아 차분해진다. 그럴 수 있지. 음. 그렇고말고. 돗포는 그에겐 실수로 계속 밟혀도 아니 맞아도 괜찮습니다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평소 그가 어제도, 오늘도 아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를 생각한다면. 자신이 발을 밟고 있다는 생각을 못 한 건지 대화를 이어가던 그가 순간 몸이 뒤로 휘청이자 그제야 발밑을 확인하고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며 사과를 한다. 아프지만 사람 좋은 얼굴로 괜찮다고 대답한다. 짧은 시간이 지나가고 엘리베이터에 문이 열리자 인파에 밀려 밖으로 나온다. 그를 놓칠세라 옆에 딱 붙어서. 대화를 끝내고 먼저 가는 동료를 향해 손을 흔드는 그가 저를 발견하고는 걱정하는 얼굴로 바뀌어 시선을 아래로 내려 발을 확인한다. 구두 위로 발자국이 남아있자 얼굴이 파래진다.

 

“미안해요. 많이 아팠죠?”

“괜찮아요.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

 

미안해서 아무 말도 못한다. 정말 아무렇지도… 까진 아니지만 괜찮은데. 자신은 항상 더한 일도 괜찮다며 넘어가면서 왜 그런 걸까. 다른 말을 하며 넘기기로 한다.

 

“식사는 어디서 하는 건가요?”

“아. 예약한 식당은 저쪽이에요. 혹시 연어 스테이크 좋아해요?”

“네. 좋아해요.”

 

격하게 끄덕이자 그는 손가락으로 식당 위치를 가리키며 걸어간다. 음식에 대해 양손을 사용해 소개하니 돗포는 그의 설명도 설명이지만 얼굴에 집중한다. 좋아하는 음식인지 맛을 이미 알고 있는 건지 기뻐하는 얼굴이었다. 저 얼굴을 보고있으니 그가 하는 말에 집중이 될 리가… 그는 저와 시선을 마주하는 돗포가 제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기뻐 더 큰 동작을 하며 설명을 한다. 각자의 생각으로 이어지는 기쁨을 안고 두 사람은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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