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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윤슬. 거기서 뭐 해?”

 

성호의 부름에 고개를 든 윤슬의 얼굴엔 곤란함이 가득했다.

‘또 길을 잃었구나.’ 말하지 않아도 안 다는 듯 웃음을 흘린 그는, 상대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성호 씨, 혹시 화산지대로 가는 길이 어디인지 아세요?”

“화산지대?”

 

거기라면 여기서 꽤 떨어진 곳이지 않던가. 대체 얼마나 길치여야지, 이렇게나 길이 엇갈릴 수 있는 걸까.

윤슬이 길을 찾는 것에 서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얼굴로 성호가 한숨 쉬자, 윤슬이 해탈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쪽은 아닌 모양이네요.”

“내가 데려다줄까? 마침 시간이 비던 참이라, 너만 괜찮다면 안내해 주고 싶은데.”

“괜찮아요. 성호 씨도 바쁠 텐데, 저 하나 때문에….”

“아냐, 지금은 한가하다니까? 정말이야.”

 

참고로 이 모든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오늘의 그는 정말로 한가했으니까. 하지만 윤슬은 한 지역의 챔피언 쯤 되는 그가 한가하다는 게 믿기지 않는지, 계속해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괜찮아요. 혼자 잘 찾아볼게요.”

“아, 아니. 잠깐!”

 

지도를 봐도 길을 잃어버리는 윤슬을 두고 그냥 가는 건, 물가에 아이를 두고 오는 것과 같으리라. 성호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윤슬에게 바짝 붙어, 다른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거기로 가면 더 멀어진다고. 자, 이쪽이야.”

“아…. 감사합니다.”

“후우.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구나. 너는.”

 

희미하게 웃으며 한탄하는 성호는 아예 윤슬의 손을 마주잡았다. 제가 잠깐 다른 곳을 본 사이에, 상대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이건 기우가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윤진과 잠깐 대화하는 사이 미아가 되어버린 윤슬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해요.”

“아냐. 나는 돌봐주는 걸 싫어하진 않아서, 손이 많이 가는 것도 매력이 아닌가 싶거든.”

“알 것 같아요. 포켓몬도 손이 많이 가는 아이가 더 귀여워 보이는 법이죠.”

“그렇지.”

 

꼬박꼬박 대답하는 성호의 시선이 윤슬을 향해 꽂혀있다.

마치 귀한 돌이라도 보듯, 상냥한 시선에 행인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지만, 정작 윤슬은 엉뚱한 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버디 포켓몬이 된 기분이네요.”

“응??”

“성호 씨 옆에 이렇게 붙어서 다니니까, 제가 버디 포켓몬이 된 거 같아요. 속성은 노말?”

“…….”

 

이 여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째서 연인이 아니라 그런 쪽으로 생각하는 걸까.

어이가 없어진 성호는 입을 닫았지만, 이내 소리죽여 웃어버렸다.

그는 윤슬의 저런 엉뚱한 점이 너무나도 좋았기에.

 

“그럼 좀 더 유대를 쌓아야겠구나.”

“잘 부탁드릴게요, 성호 씨.”

“응. 나야말로.”

 

가야 할 길이 멀어 다행이다. 오래 손을 잡고 있을 수 있으니까.

성호는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꾹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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