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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어요, 나리? 이본느 씨가 어제 카페에서 프러포즈 받은 거.”

 

재프는 히죽 웃으며 클라우스의 옆에 붙었다. 누가 보면 이본느가 아니라, 제가 프러포즈라도 받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래요? 하긴 어제 나리는 바쁘셨으니까 모르실 수도 있겠네.”

“흠.”

 

무표정한 얼굴로 일에만 집중하던 클라우스는 잠깐 말이 없다가, 슬쩍 물었다.

 

“자세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습니까?”

 

무덤덤해 보여도, 그는 제 사촌 여동생에게 관심이 많았다. 재프는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주절주절 말을 쏟아내었다.

 

“거창하게 말하긴 했지만, 사실 별거 없어요. 우리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겁 없는 누군가가 프러포즈를 했고, 이본느 씨는 딱 잘라서 거절했다는 것 정도?”

“거절했군요.”

“받아 줄 리 있겠어요? 이본느 씨는 눈이 높을 것 같은데!”

“처음 보는 남자의 고백을 덥석 받아주지 않을 것 같다는 의미라면 동의합니다.”

 

이본느는 딱히 연애에 관심 있는 타입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관심을 보여도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딱 잘라 거절하고, 맞선이나 소개팅 같은 것도 모두 사양했지.

그런 이본느가 처음 보는 남자의 고백에 응할 리 없지. 깊게 생각해 볼 것도 없는, 당연한 결과였다.

 

“인기가 많았군요, 이본느.”

“몰랐어요? 아니, 정말로? 사촌이잖아요?”

“하지만 이본느와 만나는 건 대부분 가족 모임을 가질 때나 업무상 만날 때뿐이었습니다. 사적인 영역은 잘 모릅니다.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하고요.”

 

참으로 훌륭한 마음가짐이다. 존경스러울 정도이긴 하지만, 자신은 절대 저렇게는 될 수 없지. 재프는 자신도 모르게 무음으로 혀를 찼다.

 

“이본느도 어느새 그런 나이가….”

 

손은 열심히 펜을 움직이면서, 머릿속으론 다른 생각을 하는 걸까.

일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던 클라우스가 어쩐지 아련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좋은 짝을 만나 행복하게 산다면 좋을 텐데.”

“사촌오빠가 아니라 아버지였어요?”

“물론 이본느만 행복하다면 결혼하지 않고 평생 함께 지내도….”

“이 사람 지금 안 듣고 있네!”

 

정이 많은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아니, 이건 정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굳이 말하자면 ‘시스터 콤플렉스’라고 말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역시 이본느와는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물론 여러모로 무서워서라도 거리는 두고 있었지만, 더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재프였다.

 

‘그것보다 정말 이본느 씨라면, 라인헤르츠의 성씨를 가진 채 살아갈 거 같기도 하도.’

 

일단 어쭙잖은 신랑감은 어떻게든 처리해 버릴 거란 건 확실하다. 이본느가 처리하기도 전에, 눈앞의 이 거대한 시스터 콤플렉스의 화신이 처리하겠지.

어쩐지, 누군가가 가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남자’라면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도 있지.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남의 연애사 같은 건 끼어드는 게 아니다.

가족사는… 끼어들어 달라고 해도 끼어들면 안 되는 거지.

머릿속 잡생각을 애써 무시한 재프는 아직도 망상에 잠겨있는 클라우스를 두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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