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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주와 레너드 맥코이는 동료사이며 드림주가 맥코이를 정말 많이 좋아합니다.

 

 

 

 

‘잘해주는 게 좋을 거야. 어느 날 누가 갑자기 그 애를 채가면 어쩌려고 그래?’

 

갑자기 그 말이 떠오르는 걸까. 이것은 분명 망할 함장 때문이다. 쓸데없는 말을 해서는.

 

“사실 전부터 좋아했었습니다.”

“아. 저도 좋아해요.”

“그럼…!”

“제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면서도 고백을 해준 건 고마워요. 더 이상은 말하면 당신께 실례일 것 같네요.”

 

아무 말도 못 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대원의 손은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손등을 토닥여주자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만다.

좋아해 줘서 고마워요. 라고 말하는 그의 눈도 제 맞은편에서 울고 있는 대원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맥코이는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왔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그런 상황에서 할 말이라곤 하나밖에 없는데 뭐 하러 끝까지 다 들었을까. 그리고 왜 그 목소리가 들린 걸까. 망할 짐. 나간다던 사람이 다시 돌아오니 무슨 일이 있었냐며 대원들은 묻지만 맥코이는 조금 전의 상황이 떠올라 대충 대답을 하면서 넘겼다. 그도 그럴게 자신에게 늘 좋다며 쫓아다닌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고백을 받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 했기에 이런 상황이 은근 혼란이 오게 만들었다. 어디까지나 은근이었다. 뭐 인기가 없진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대놓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할 수도… 있다. 조금 전에 봐놓고선.

 

“닥터 무슨 일 있어요?”

“무슨 일이 있긴”

“별일 없었어요.”

 

언제인지 그가 들어와 대원과 대화를 나누려다 중간에 끼어든 목소리 때문에 두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옮겨지자 맥코이는 아무 말도 안 한척 입을 가리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무슨 일이 있었으면서 아닌 척을 하는 건지 그는 맥코이를 가리키며 왜 저러냐는 반응을 할 뿐이었다. 신경 쓰는 사람이 지는 거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려면 두 사람이 있는 곳을 지나야만 했다.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자.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자. 손안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주변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맥코이는 손에 쥔 무언가를 꽉 쥔 체 휴게실 옆으로 지나고 있었다. 휴게실 안에서 장난스레 저를 부르는 목소리도 무시하면서.

 

“잠깐. 진짜 무슨 일 있어요?”

 

바로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맥코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째서 저를 따라다니는 것인지 한숨을 내쉬며 제 얼굴을 만지려는데 제 손안에 든 다른 손에 깜짝 놀라 급히 손을 놓는다. 손을 놓자 자신의 손목을 주무르며 흘깃 쳐다본다. 저렇게 행동하는 건 분명 자신의 잘못이 맞다며 맥코이가 사과를 하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손이 이마로 올라온다. 이마에 손이 얹어지니 바로 눈앞에 빨개진 손목이 보인다.

미안함에 손목을 조심스레 잡아 만지는 행동에 오히려 그가 당황해 손을 빼려 하자 조금 맥코이는 힘을 줘 잡는다. 무슨 생각인 걸까. 그는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린다. 저와 제법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의 고백을 거절하며 위로를 해주고 있을 때 누군가 근처에 있었다는 것쯤은 그림자를 보고서 알았다. 사람이 많이 없는 복도라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달래고 메디베이로 오니 맥코이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분명 함장을 만나러 간다고 했던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다 자신이 있던 곳이 함장을 만나기 위해 지나야 하는 한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본 거구나. 하지만 모르는척 제게 질문을 하는 동료 대원의 말에 대답하려는데 자기가 찔렸는지 대답을 하질 않나.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나가려 하기에 오늘은 그냥 보내주자라고 동료 대원과 계속 말하려는데 갑자기 제 손목을 잡고 끌고 나가질 않나. 그것도 모자라서 왜 그러냐는 질문에 대답 없이 억지로 끌고 가서는 갑자기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질 않나.

자길 좋아한다고 대놓고 말하고 다녀서 내가 고백을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맥코이의 생각을 알아차리며 숨을 길게 내쉰다. 맥코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딱 보이지만 굳이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뭐 이럴 수도 있는 거죠.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몰라도 지금 미스터 맥코이는 쉬는 게 좋겠네요.”

 

저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자 맥코이는 손에 힘을 푼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혼란이 올 거라곤 예상도 못 했다. 이상할 정도로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휘둘리고 있다는걸. 제 손이 반대로 잡혀 손가락 마디가 그의 입가에 닿자 급히 손을 뺀다.

 

“무슨…!”

“힘내라고 해주는 거예요. 미스터 맥코이니까 해주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물론 제 동생한테도 안 해줬으니까 기쁘게 받아줘요. 그럼 전 이만 갈게요!”

 

그는 얼굴에 열이 잔뜩 오른 맥코이에게 손키스를 날린 뒤 메디베이로 향했다. 좀 전까진 어이가 없고 당황하기까지도 했지만 제 행동으로 인해 잔뜩 빨개진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이래야 미스터 맥코이지. 뒤늦게 뒤에서 화난 목소리로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소리 내어 웃는다.

 

 

 

어제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평소와 같이 뚱한 얼굴로 저를 보는 맥코이에게 그는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 너무 웃긴 나머지 잠이 안와 늦게까지 일을 한 탓에 피로함이 몰려오지만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어제 일이 신경이 쓰이긴 하는지 오자마자 불러내서는 손목부터 확인한다.

 

“약간 부은 것 같기도 하고…”

“괜찮아요. 이 정도는.”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제 대답에 대원들이 자신을 흘깃 쳐다보는 줄도 모르는지 손목에만 집중을 한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기에 저런 대화가 오가니 분명 백퍼 무슨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평소의 둘을 떠올린다. 드디어 두 사람이 사귀게 된 걸까. 그저 한 사람만의 짝사랑이 끝난 걸까 싶었지만 그러기엔 대화만 그렇지 분위기는 전과 다를 게 없었다.

 

“닥터 할 일이 없어 보이는데 제 일 대신 해줄래요?”

“네?”

“미스터 맥코이가 절 너무 좋아하는지 손을 안 놔주네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나중에 다친 걸 핑계로 뭔 소릴 할지 몰라서 봐주는 것뿐이야. 얘말 무시하고 하던 거마저 해.”

“아… 네.”

 

저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진 않을 텐데.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한 뿌듯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쳐다본다. 사랑하면서 동시에 현명할 수 없다더니... 대원은 그가 자신에게 아까처럼 일을 대신하게 할까 생각도 쳐다보는 것도 마치고 손을 움직인다. 그러다 문득 어제의 이상하게 행동하던 맥코이를 떠올렸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을 그만두기로 한다. 남의 연애에 끼어들어봤자 좋을 게 없을 테니까.

제일이 집중하니 둘의 대화도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저 별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아무 일도 없기를.

 

“본즈 어제 무슨 일 있었다면서?”

 

갑자기 불쑥 메디베이로 찾아온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어쩌면 평화를 바랐던 것 같다. 맥코이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고 그의 얼굴이 밝아지는 걸 보니 아주 짧은 평화였다는 걸 느끼며 그들을 무시하도록 한다. 그래도 기왕이면 나가서 대화를 한다면 좋겠지만… 평소엔 오라고 오라고 해도 안 오던 함장이 이럴 때만 찾아온 것에 대해 짜증을 느낀 얼굴을 보자 그냥 자신이 나가는 게 나을 거라 판단해 다른 동료들의 뒤를 따라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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