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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나와 드림주는 친구이자 전 동료 관계며 드림주가 다나를 짝사랑하고 있는 설정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질수록 파란 나뭇잎 가면의 표정이 바뀐다. 그에 따라 얼굴도 가면과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기뻐하는 얼굴로 그는 맞은편에 앉은 누군가를 빤히 쳐다본다. 머리카락이 몸의 움직임에 따라 살짝 일렁이자 옆에 있던 염호는 그만두라며 그의 이마를 뒤쪽으로 탁 소리가 나게 밀어내며 대화를 이어간다.

 

   “아, 뭐야!”

   “뭐긴 뭐야. 방해하지 말라고.”

   “너야말로 방해하지 마. 내가 먼저 왔거든.”

   “그러게 누가 근무시간에 땡땡이치래.”

 

   맞은편에 앉은 다나는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싸우기 시작하는 두 사람을 보며 별 말없이 들고 있던 팬더 모양의 귀여운 컵을 찌그러트린다. 놀란 귀능이 컵에게 붙인 이름을 부르며 주저앉아 그는 귀능에게 귀여운 이름이네 라며 찌그러진 컵을 어떻게든 펴주려 애쓴다. 그러던 중 귀 한쪽이 부서지자 귀능은 그만두라며 그에게서 컵을 빼앗는다.

 

   “미안. 귀능씨. 이 컵 그거지? 요즘 인싸컵이라는.”

   “맞아요. 귀엽죠? 이거 색깔별로 있는데 완전 귀여워요.”

   “그래? 그럼 세트로 사줄게. 잠깐만. 우리 애들한테 사 오라고 해야겠다. 둘이 대화하고 있어.”

 

   대화를 방해하던 본인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나가자 자연스레 대화를 잇는다. 공적인 대화가 끝난 두 사람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그를 떠올리며 동시에 숨을 길게 내쉰다.

 

“안 오네.”

“또 여기 애들 만나서 대화 나눈다고 안 오겠지.”

“그렇겠지. 딴 길로 잘 새니까.”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하던 두 사람은 귀찮음과 짜증이 섞인 체 점점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앞에서도 하는 말인데 뭐. 귀능은 익숙하다는 듯 그가 오기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꺼내 찌그러진 컵의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 셔터 소리에 두 사람은 귀능이 있다는 걸 알고 숨을 내쉬며 진정시킨다. 그런데도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지로 누르려 애쓴다.

좋은 얘기를 하면 괜찮을까. 두 사람이 통했는지 같은 생각으로 그에 관련된 좋은 일을 생각하려 했다. 머릿속을 살펴봐도 떠오르지 않는 좋은 일. 아니, 조금 전에도 좋은 일 아닌가? 다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뭐 그래도 지금처럼 애들을 챙겨주거나 하는 건 잘하지.”

“그래. 과해서 그렇지.”

“그래. 과해서…….”

“눈치가 없어서도 그렇고.”

“제멋대로 하는 것도 그렇고.”

 

점점 갈수록 장점이 아닌 단점을 이야기하면서 장점을 이야기 할 때와는 다르게 마음이 편해진다.

 

 

 

다급하게 뛰어오는 소리와 함께 멈추지 않고 바로 벌컥 문이 열린다. 들고 있던 상자와 포장된 봉투 여러 개를 든 상태로 들어온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은 건지 아니면 사 온 건지. 두 사람은 밝게 웃는 그를 보며 분명 받아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숨을 길게 내쉬자 그는 더 기뻐하며 다나의 옆으로 빠르게 앉는다. 다나는 제 쪽으로 다가오는 얼굴을 질색하며 옆으로 피한다. 염호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지만 제 상사가 어디로 가든말든 본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너무 친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귀찮게 생각해서인지.

 

“미안해. 오다가 애들 만나서 대화하다가. 아참, 이건 선물 받은 거고. 이건 귀능씨꺼. 다나가 또 망가뜨릴 수 있으니 여러 개로 사 왔어.”

“아이참, 안 그러셔도 되는데.”

“그럼 이건 애들…”

“감사합니다.”

 

상자 몇 개를 챙겨 받은 귀능은 입이 귀에 걸릴 것 같이 기뻐한다. 자기 짐을 챙긴다며 조금 전의 상황을 그에게 알리지 못한 체 귀능은 그대로 나간다. 양손 가득 받아온 것을 소파 옆에 두고 받은 선물 중 두 봉투를 꺼내 다나에게 나눠준다.

 

“이건 우리 다나꺼.”

 

  그가 내민 봉투를 확인하던 다나는 호칭 때문인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내용물을 확인한다.

 

“이게 뭐야. 컵?”

“우리 애들 본다고 밖에 나갔었는데 누가 날 위해 만들어줬어. 내 나뭇잎을 보고 만들었데.”

“누가?”

“몰라. 팬이겠지. 사진도 찍고 갔어.”

 

제 일이 아닌 것 마냥 제 파란 나뭇잎 가면과 닮은 그림이 그려진 머그컵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귀엽지 않냐며 자랑을 하며 웃는다. 다나는 뭐가 귀엽냐며 받아치자 투덜거리는 그가 다시 다나쪽으로 고갤 돌린다.

 

“역시 다나는 내가 더 귀엽구나?”

“아니거든.”

“왜 나만 보면 그런 표정인 거야? 다나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어째서.”

 

뚱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자 그는 씩 웃으며 다가간다. 들고 있던 선물을 다시 봉투 안으로 넣어놓고 손을 뻗어 컵을 쥐고 있던 다나의 손을 잡는다. 컵을 손에서 떼어내 테이블 위에 놓게 한 다음 손을 잡아당겨 얼굴을 들이밀자 다나는 표정 변화 없이 저를 쳐다보자 재미없다며 손을 떼어낸다.

 

“다나 재미없어.”

“언제는 재미있었냐?”

“나한테만 그러는 거잖아. 차라리 염호가 재밌겠다. 그럼…”

 

거리를 두며 가려고 몸을 일으키려던 그를 보던 다나는 손을 붙잡았다. 뭐 때문에 이러는 걸까. 다나는 본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 전 어느 포인트에서 화가 나는 게 있었던가? 손을 잡아당겨 아까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이번엔 다나가 위쪽에서 그를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파에 거의 눕다시피 하는 자세가 되었다.

 

“야.”

“으응?”

 

오히려 자신이 했을 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며 그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오히려 기뻐할 줄 알았더니 이런 반응이니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런 반응을 자신이 하길 원한 걸까. 했다면 이런 식의 장난을 계속 걸어왔겠지. 다나가 불러놓고 대답도 안 하고 본인을 빤히 쳐다보자 그는 손을 빼려 움직였지만, 꼼작도 하지 않았다. 그도 다나처럼은 아니어도 그만큼 힘이 있는 편이었다. 뺄 수가 없으니 숨을 짧게 내쉰다. 자신에겐 이런 행동을 하지 않고 제 가족 같은, 아니 가족인 오수를 좋아하니 오수에겐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하니까. 지금의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불렀으면 말을 해.”

“너 말이야.”

“서장님 오늘 임무…”

 

다나가 그의 말에 대답을 하려 했다.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나가가 말을 끝까지 내뱉지 못한 체 문을 닫으려 하자 다나가 다나의 아래에 있던 그가 웃으면서 나가를 향해 손을 흔든다. 지금 상황에서 손을 흔들다니 저건 또 뭘 하자는 걸까. 다나의 얼굴이 점점 바뀌면서 얼굴에 점점 열이 오른다.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저를 쳐다보고 있자 나가는 쫄아서 문을 닫으려니 그가 어깨를 밀어내며 몸을 일으킨다. 화가 난 다나를 다루는 것 쯤이야. 그에겐 아주 쉬운 일이었다. 여전히 잡힌 한 손을 저도 꽉 잡은 체로 일어나 춤을 추듯 옆으로 돌며 빠져나온다. 나가가 당황해 상황 파악을 하는 동안 뒤에서 저를 향해 소리치는 다나에게 손키스를 날리며 나가 뒤에서 역시 상황 파악을 못하고 서있는 염호에게 다가간다.

 

“안녕. 다나. 다음에 이어서 하자!”

“웃기지 마!!”

 

화를 내며 테이블 위에 놓인 컵을 들자 그가 염호의 손을 잡아 빠르게 사라진다. 다나는 제 손에 쥔 컵을 꽉 쥐자 빠득 소리를 내며 구겨지려 하자 다나는 컵의 무늬를 보고는 내려놓는다. 숨을 길게 내쉬며 눈치를 보고 있던 나가에게 쫄지 말라며 들어오라 손짓하자 나가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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