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이본느. 저번의 그 맞선은 어땠습니까?”

 

뚝. 클라우스의 한 마디에 스티븐이 들고 있던 서류철을 놓치고 말았다.

맞선이라니. 설마 그 이본느가, 연애를 목적으로 맞선을 보았단 말인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클라우스와 이본느 외엔 자신밖에 없는 라이브라의 사무실 안. 마치 관엽식물처럼 존재감을 죽이고 라인헤르츠 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스티븐의 눈썹이 잘게 떨렸다.

 

“나쁘지 않았어요. 저쪽도 이쪽을 좋게 봐주는 것 같았고.”

“그건 다행이군요. 제가 직접 가보지 못해 아쉬울 뿐입니다.”

“분가의 일이니까,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스티븐이 있다는 걸 아예 잊고 있는 건지,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가정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스티븐은 그 무신경함이 조금은 거슬렸지만, 한 편으로는 귀동냥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게 해줘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맞선이라니, 무슨 일이야?”

 

대화를 끝내고 돌아가는 이본느를 붙잡은 스티븐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마치 자신은 이런 주제는 관심 없지만, 예의상 물어봐 준다는 식으로 말이다.

 

“얼마 전 맞선을 보았습니다. 고향에서.”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독일에 다녀왔던가?”

“네.”

 

그때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가서 설마 맞선 때문에 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럴 줄 알았다면 미리 물어볼 걸 그랬다.

하지만 지금 후회해 봐야 무슨 소용이겠나. 스티븐은 만년필 끝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 어땠어? 상대는.”

“나쁘지 않은 가문의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무난하다고 봐야겠군요.”

“아니, 네 마음에 들었냐는 의미였어. 이본느.”

 

만약 마음에 들었다 해도 제가 뭐라 할 권리는 없다. 자신과 이본느는 어디까지나 직장동료 정도의 관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스티븐은 꼭 저렇게 묻고 싶었다. 이본느는 맞선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이 이후에도 계속해서 맞선 상대를 만날 건지, 그런 것들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걸 어쩌겠는가.

‘절대 질투라던가 하는 건 아니니까.’ 제 행동을 그리 합리화 한 스티븐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대답을 기다렸지만, 이본느의 대답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제 마음과는 관계가 없죠. 남동생의 맞선이니까.”

“…어?”

“저는 시누이 노릇을 할 계획은 없어서.”

 

‘그럼 이만.’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한 이본느는 그대로 제 할 일을 하러 가버렸지만, 스티븐은 그대로 굳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그 맞선이 본인 맞선이 아니었다니. 주어 없이 말하니 오해하기 딱 좋았다지만, 이 무슨 부끄러운 착각인가.

 

“이런….”

 

클라우스가 소리죽여 웃는 목소리도 듣지 못한 스티븐은, 제 이마를 치곤 의자 등받이에 그대로 늘어졌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