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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우지마 치아키(드림주)와 모모이 사츠키가 사귀는 사이며 작중에 나오는 배드민턴부가 토오학원에 있다는 설정입니다.

 

 

 

 

 

“코우지마 선배는 오늘도 입니까?”

“신경꺼. 저 인간이 저러는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주장이 불쌍해요. 저런 사람이 친구라니.”

“야. 너 말조심해.”

 

평소와 같은 부활동 시간. 감독도 포기한 코우지마의 행동을 말리는 건 어릴적 부터 친구인 주장밖에 없었다. 거울을 그만 보라며 손날로 머리를 몇번 때리다 코우지마가 저를 보며 웃자 오늘도 깊은 한숨만 쉰다. 실력이 전혀 없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훈련만 제대로 따라와 준다면 금방 잘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인지 노력을 하지 않는다. 운동부임에도 훈련도 안 해 체력도 없어 체력이라도 기르길 바라며 늘 하는 기본 훈련만이라도 제대로 해주길 바랐지만 힘들다며 몇 번 뛰지도 않고 주저앉고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걸 보니 억지로 시키기도 이미 늦은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엔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게 되어 열심히 하는가 싶었다. 여자친구가 응원 온다고 전 대회에서처럼 무리하다 체력 때문에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제 걱정을 하는 주장의 마음도 모르고 거울로 얼굴을 보며 만족하고 있다. 거울을 빼앗아버릴까. 바닥에 드러눕고 난리 치는 거 아냐? 설마……. 저를 불쌍히 쳐다보는 1학년에게 하던 거나 계속하라며 손짓을 하자 각자 자신이 하던 걸 마저 한다. 감독에게 시선을 보내지만, 감독부터가 코우지마를 포기한 상태니 뭐 할 말이 있겠는가. 본인도 하던 거나 마저 하자고 라켓을 바로 쥐었다.

 

“저… 주장.”

“또 무슨 일이야? 치아키 때문이라면 신경 쓰지마.”

“농구부 매니저인 모모이가 찾아왔는데요. 코우지마 선배를 찾… 는 데…….”

 

말이 끝나기도 전, 옆에서 약한 바람이 불어왔다. 기분 탓인 걸까. 제게 얘기하던 후배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하고 그곳에선 큰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럼 그렇지. 여자 친구인 모모이 사츠키 앞에서 잘 보이고픈 부원이라면 한 사람밖에 없었다. 3년간 그를 쫓아다니며 운동을 시키려고 했던 저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만약 모모이가 같은 학년이었다면 코우지마는 지금 배드민턴부의 에이스가 되었을 거다. 감독의 한숨이 들려오는 것 보니 감독도 같은 생각을 했다는 거겠지. 감독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뒤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농구부는 벌써 끝났어?”

“네. 일이 있어서 일찍 마쳤어요. 그래서 코우지마 선배를 기다리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오늘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니 나도 이만 가야”

“당연히 괜찮지! 치아키 이 녀석, 요즘 엄청 열심히 하거든. 다음 대회 때 너한테 잘 보이려고. 맞지?”

“물론이지! 사츠키, 내가 훈련하는 거 볼래?”

 

모모이에게 잘 보이려 안 하던 훈련을 시작하는 코우지마를 보면서 주장은 모모이에게 편히 기다리라며 코우지마가 있는 코트 옆에 의자를 뒀다. 모모이가 코우지마를 보며 기뻐할수록 그는 평소에 안하던 훈련까지 하고 안하던 말까지 하며 누구보다 훈련에 동참한다. 모모이에게 슬쩍 자주와도 좋다며 말을 하다 배드민턴부 매니저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흘리듯 얘기하자 상황 파악한 모모이는 시간 날 때마다 오겠다며 대답을 한다. 이런 천사가 어떻게 저런 놈하고… 그동안 본인이 코우지마를 훈련을 시키겠다고 했던 행동이 머릿속에서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이자 다시 한번 큰소리로 고맙다고 한다. 놀란 모모이가 의자에 앉은 체로 움직이자 코우지마가 그 소리에 주장에게 버럭 소리친다.

 

“사츠키 놀라게 하지마!”

“코우지마 선배!”

 

 

 

잠깐의 목소리 후 강한 아픔에 의해 생긴 상처 덕분에 다른 부원들보다 일찍 하교했다. 사실 모모이 앞에서 추한 꼴을 보인 탓에 끝까지 더 하겠다고 난리를 쳤지만, 주장과 감독은 더 무리하면 내일 앓아눕게 될 것 같다는 판단으로 체육관 밖으로 쫓아냈다. 열심히 하면 좋은 거 아닌가? 이마에 난 상처를 보며 슬퍼하던 코우지마는 모모이가 손가락으로 약을 발라주자 가만히 있는다. 씻긴 했지만 땀 냄내가 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고. 아까 셔틀콕에 맞아서 뒤로 넘어갔다고. 본인의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코우지마로선 조금 전의 상황과 지금의 제 상태가 부끄럽기만 해 모모이를 제대로 볼 수가 없어 눈동자를 다른 쪽으로 돌린다.

 

“멍은 금방 빠지진 않을 것 같네요.”

“나랑 같이하던 애가 1학년 중에 에이스였거든. 그래서 셔틀콕 속도도 엄청나지.”

“일단 약 바르고 밴드 붙었어요.”

“응, 고마워! 사츠키가 붙어서 금방 나을 것 같네. 그나저나 여긴 왜 온 거야?”

“아까 선배가 저 공원 안에 아이스크림 트럭이 있다고 그래서요. 쿠폰도 받았어요!”

“걔가 아이스크림 엄청나게 좋아하거든. 그럼 먹으러 갈까?”

 

대답하는 모모이의 손을 잡고 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가을이라 그런지 노을이 진 하늘과 같이 붉게 물든 나뭇잎을 보면서 느긋하게 걸었다. 농구부는 왜 일찍 마쳤고 오늘은 교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학교생활부터 전날 저녁에는, 티비에서 보았던 것들을 대화를 나눴다. 분명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했지만, 얼굴을 마주 보며 하는 것은 다르게 느껴진다.

손까지 사용하며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도중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자 코우지마는 모모이에게 춥지 않냐며 제 겉옷을 벗어 직접 걸쳐준다. 춥지 않았지만, 아까의 일을 만회하기 위한 행동인걸 모모이는 알아차렸지만 그래야 코우지마가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고맙다며 소매로 제 팔을 집어넣었다. 소매를 걷어 손이 보이게 접어준 다음, 다시 가려는데 갑자기 눈앞이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이는 바람에 놀란 코우지마는 소릴 지르며 고개를 빠르게 흔들었다. 금방 붉은색은 사라지고 저를 쳐다보는 시선만 가득했다. 웃거나 모른 척 해주는 사람들 속에 모모이 옆에서 또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생각에 얼굴에 열이 올라 이번엔 아예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려버린다. 그런 코우지마의 손을 잡아끈다.

 

“코우지마 선배! 저 트럭인가 봐요!”

 

모모이의 행동에 코우지마는 바로 바보 같이 웃으며 모모이를 따라 아이스크림 트럭이 있는 곳으로 간다. 아이스크림을 고른 뒤 모모이가 고를 때까지 기다릴 겸 코우지마는 친구 덕분에 아는 사이인 사장과 인사하며 안부를 주고받는다. 잠깐의 고민 끝에 모모이가 주문을 하고 다음 사람을 위해 옆으로 비켜 기다린다. 먼저 기다리던 사람들도 어느 정도 있고 앉을 자리도 찾아야 할 것 같아 모모이에게 먼저 벤치를 가리키며 자리를 잡아달라 부탁한다. 본인이 할까 했지만 모모이를 쳐다보는 시선 때문에 모모이를 먼저 보내고 헛기침 몇 번을 하며 모모이를 쳐다보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했다. 그러다 저를 부르는 사장에게 아이스크림을 받아들며 모모이가 있는 벤치 쪽으로 걸어간다. 벤치 위로 보이는 핑크빛 머리카락에 웃으면서 다가가는데 모모이 쪽으로 모이는 다른 학교 학생을 발견한다.

들고있던 아이스크림이 빠르게 녹는 것 같았다. 분명 여름 더위가 가신 시원한 날이었다. 땀을 흘려도 금방 식을 그런 날씨. 코우지마는 걸음을 더 빠르게 걸으면서 시선은 학생 쪽을 쳐다본다.

 

한편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음에도 계속해서 말을 걸기에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 다른 벤치를 찾던 모모이는 제 앞에 있던 상대가 갑자기 겁을 먹은 표정에 빠르게 죄송합니다를 외치며 도망가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상대가 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본인이 아닌 다른 쪽을 보며 뛰어오던 코우지마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걸 알았는지 급하게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려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아이스크림을 보호하고자 한 행동 때문에 아이스크림은 아래가 아닌 위로 붕 떴다. 잠깐 위로 올라간 두 개의 아이스크림에 시선을 빼앗긴 모모이는 고개를 위로 올렸다가 아이스크림을 따라 아래로 내려와 하나는 바닥, 하나는 코우지마 머리 위로 떨어진다.

만화 같은 상황에 둘은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게 있다가 지켜보던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코우지마 역시 따라 웃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어 웃고 있는 코우지마를 보던 모모이가 그제야 급히 가방을 챙겨 뛰어가 가방 속에 있던 티슈를 꺼내 닦아준다.

 

“괜찮아요?”

“당연하지! 그나저나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보다 코우지마 선배가 더 중요해요. 얼른 화장실 가서 닦으러 가요.”

 

모모이가 내미는 손을 잡고 일어난다. 다행히 바로 근처에 있는 화장실로 간다. 오늘따라 왜 이런 걸까. 성격이 못된 주제에 사츠키같은 좋은 사람과 사귀게 되어 그런 걸까. 아니면 평소 훈련을 안한 탓에 친구와 감독님의 속을 썩혀서 그런걸까. 그동안 했던 자신의 잘못을 떠올리며 코우지마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머리카락을 씻어낸다. 이미 한 행동을 없었던 거로 만들 수도 없다고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적신 물을 털어내며 나왔다. 모모이쪽으로 걸어가며 최대한 물기를 털어내려는 강아지처럼 고개를 빠르게 흔들어 물을 털어낸 뒤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제 수건을 준비해 내미는 모모이의 행동에 코우지마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당황한 모모이의 손을 잡는다. 물을 털어내느라 축축해진 손가락이 느껴진다.

 

“사츠키. 난 정말로…”

 

코우지마의 대답에 모모이는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머리카락에 달린 물방울이 톡 아래로 떨어져 교복 셔츠를 적신다. 어깨 부분이 얼룩덜룩해지자 모모이는 남은 한 손으로 수건을 들어 닦아준다.

 

“사츠키를 만나서 너무 행복해.”

 

뜬금없는 대답이었지만 모모이는 코우지마의 대답에 소리내 웃었다.

 

“저도 코우지마 선배를 만나서 너무 행복해요!”

 

모모이의 대답에 코우지마는 얼굴이 잔뜩 빨개져 고개를 푹 숙이며 모모이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그런 행동에도 모모이는 머리카락을 말려주며 웃는다.

선선한 날씨, 바람의 흐름에 따라 내리는 낙엽 비 사이로 두 사람은 여느 커플처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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