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행운아, 이스.
희대의 불운아, 루카스.
우리의 시작은 그렇게 처음부터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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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지도 못했고 보지도 못했지만, 현세에 다시는 보지못할 엄청난 행운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는 타이틀을 단 기사가 내가 태어나자마자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었다고 한다.
그럴법도 하다.
그렇게 큰 교통사고가 나서 뒷좌석에 있던 임산부가 거의 죽을 위기에 처해진채로 병원에 실려왔는데 아이만 혼자 멀쩡하게 뱃속에서 나왔으니.
그리고 그 아이가 20살이 될때까지 어느 장애없이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게 그들한테는 행운과 기적, 그 자체였을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태어나기도 전에 부모님을 다 잃은 내가 부잣집 양반들에게는 꽤나 구미돋는 존재였나보다.
나를 입양하면 집안의 사업에 행운과 기적을 가져다줄꺼라고 생각했나 보지.
그런 사람들과, 항상 내가 어딜가든 따라다니는 매스컴이 지겹고 짜증나서 겉모습을 완전히 바꾸고선 섹터의 깊은 어둠속에 숨어들었다.
그 후에 한참동안 할만한 일을 찾다가 꽤 괜찮은 집 하나와 엄청난 금액의 월급을 지급해 주겠다는 직장에서 스카우트를 받아 카지노에 딜러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루카스, 아니 시드 너를 만났다.
처음 봤을때는 조금 긴가민가 했었다.
마지막으로 뉴스에서 봤던 어릴때와는 생김새도, 성격도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런 너를 알아볼 수 있었던 가장 큰 특징은 내가 가장 싫어했었던 아빠라는 사람과 같은 머리색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네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못했다.
그런 내 감정이 그대로 대놓고 너에게도 느껴졌는지 나를 볼때마다 그다지 좋은 표정을 하고 있지는 않았었다.
' 저기 저, 남색 머리 너무 잘생기지 않았어요? '
" 글쎄요... 너무 사기꾼 같이 생겨서 전 별로에요. "
' 원래 사기꾼 같이 나쁜 남자 일수록 더 끌린다잖아요~ 이따가 연락처라도 한번 따볼까봐요! '
" ...제펠씨, 요새 바 쪽에 일이 많이 없나봐? 일도 안하고 여기서 노닥거리는거 보면. "
' 아, 죄송합니다 딜러님. '
저런 사기꾼 같이 생긴 남자가 잘생기긴 뭐가 잘생겼다는거야.
여자들 등골이나 빼먹으면서 살 거 같이 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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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에도, 다 다음날에도 시드 너는 매일같이 카지노에 들락날락 거렸다.
딱히 돈을 쓰는거 같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구경을 하는것도 아닌.
그냥 누군가를 하루종일 찾다가 가는거 같았다.
" 손님, 혹시 무언가 찾으시는게 있으신가요? "
너에게 다가가 최대한 친절하게 물었음에도 너는 그 말이 들리지도 않았다는듯이 씹고서는 그냥 카지노 밖으로 휑 나가버렸다.
" 아.. ㅈㄴ 짜증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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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카지노에서 일하기를 몇달, 요 근래에 네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문 쪽을 기웃거리기를 몇분, 출입하신 손님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명부를 뒤적거리기를 몇시간, 보이지 않는 네 흔적에 괜히 짜증이 났다.
" 그새 뭐 죽기라도 한거야? "
하룻밤새에 사랑했던 연인이,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사라지는건 이 바닥에서 흔한일이었다.
흔히 눈 감으면 코를 베어간다고 하듯이 눈 깜짝할사이에 사람 하나를 없애는건 간단한 것이였으니 말이다.
신경질적으로 명부를 카운터 안 책상 위에 내려놓은 뒤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아서 들어오는 손님을 한분, 두분 맞이하다 보니 꽤나 튀는 머리칼의 남자가 당당한 걸음으로 카지노 안에 들어왔다.
그 뒤를 이어 갈색머리의 소녀, 검정색 머리의 남자, 그리고 시드 네가 들어왔다.
너를 보자 나도 모르게 카운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빨간 머리의 남자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윙크를 한 번 한 다음 사장님이 있는 방 쪽으로 들어갔다.
" ..뭐야, 그새 사이비 종교에라도 들어간거야? "
그 무리가 들어간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사장이 시드네 무리와 함께 나오는걸 봤다.
사장은 오늘은 좀 일찍 문을 닫을 생각이니까 다들 먼저 퇴근 하라며 무리보다 먼저 발을 움직여 카지노에서 빠져나갔다.
" 웬 떡이야? 조기 퇴근은 커녕 하늘에 별이랑 달 뜰때까지도 집에 안 보내던 인간이. "
딱히 이유는 알고싶지도 않았고, 사장이 말해주지도 않을거같아 먼저 짐을 챙긴다음 가벼운 인사와 함께 카지노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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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갑자기? "
여느때와 같이 카지노로 출근하자 문 앞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을 직원들이 보이지 않았고 문도 굳게 닫혀있었다.
닫힌 문 위에는 글씨가 쓰여진 종이가 달랑달랑 거리며 붙어있었다.
" 본 건물은 건물주의 파산으로 인하여 압류되었습니다..? "
그 외에는 알아듣지도 못할 어려운 용어들이 가득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거였다.
" 돈을 잔뜩 빌렸지만, 그 돈을 갚을 능력이 없어서 파산했고 카지노가 있던 건물도 압류당했으니 이제 니들 살 길 알아서 찾아라 이거 아니야? 허, 이런 미친새끼가. "
헛웃음만 나왔다.
일한지 몇달도 안 된 직장을 한순간에 잃어버렸으니 어이가 없을만도 하지.
종이를 쭉 읽어보다가 맨 밑에 있는 글자에 눈이 갔다.
" 이에 대한 문의는 MM-86 섹터, 탐정 사무소 <철야>에 찾아와서 해주세요..? "
처음 보는 곳이였다.
설마 시드 네가 이런곳에서 일하고 있을까, 그 사람들이 다녀간 후에 이 종이가 붙은거 같으니 아마 너도 그 곳에 있을게 분명했다.
문의도 하러갈겸, 네가 살아있는지 확실하게 한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종이에 써있던 탐정 사무소 <철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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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문의만 하고 튀었어야 했는데.. 왜 그때 제프의 화려한 입담에 반해서 서류에 도장을 찍어버린걸까.. "
' 왜? 싫어? 나는 이스 네가 와줘서 너무 좋은데~ '
" ...아가리 닫아라, 망치로 찍어버리기전에. "
그냥 문의만 하고 튀려는 나는 제프의 화려한 입담과 계약서 내용에 반해 도장을 찍고 탐정 사무소 <철야>의 직원이 되었다.
그리고선 원래 살던 집도 처분한 뒤, 그 돈으로 사무소 근처에 있는 집을 사서 이사도 마쳤다.
어차피 카지노가 다시 돌아올 일도 없고, 돌아온다고 한들 안정적이지도 못할테니 이 곳에 들어온건 좀 엿같지만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 ..근데 왜 내가 그 쪽이랑 같이 가야되는거야? "
' 이보쇼, 그 쪽도 나를 싫어하지만 나도 그 쪽을 싫어하니까 그냥 쌤쌤인거로 치자고. '
불법 도박판과 관련된 일이 탐정 사무소에 들어오자 제프는 벌써부터 신나서는 나와 시드를 같은 파트너로 임명해선 그 불법 도박판으로 보냈다.
맘 같아선 주먹을 한대 날리고 오려고 했는데 모드가 내 발치에 서서 안된다며 찡찡대서 결국 주먹도 못 날리고 왔다.
" 그 얼굴에 주먹이라도 한대 날려줬어야 됬는건데, 너무 아쉽네. "
' 그 쪽이 주먹 날리면 아마 제프 쓰러질걸? '
" 차라리 쓰러지면 좋겠네. "
그렇게 시덥잖은 얘기를 하며 우리는 제프가 보내는대로 항상 같이 움직이며 무료한 시간도 같이 보냈다.
아마 바라보기만 해도 싸울 기세로 쳐다보는 우리의 사이를 좋아지게 하려고 무슨 임무만 생기면 같이 보낸거같은데, 그렇게 하면 우리의 사이가 좋아지겠지 라는건 제프의 큰 실수였다.
" 사이가 좋아지기는 커녕.. 이미 너무 나 혼자 좋아해서 탈인데. "
사실 카지노에서 일할때는 워낙 멀리서 보기도 했고, 멋지다는 다른 동료들의 말에 괜히 츳코미를 걸고 싶어서 별로라는 말을 한것도 있었다.
그리고 구릿빛 피부에, 항상 후드를 뒤집어 쓰고 다녀서 조금 험악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처음 탐정 사무소 <철야>에 문의차 갔을때 나를 보고 화들짝 놀라던 시드의 모습이 꽤나 귀여웠었다.
하지만 이미 서로의 첫인상이 나쁘게 자리잡은지라 딱히 내가 원하는대로는 안 갈거 같아 그냥 마음을 대놓고 표현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 야 시드. "
' 왜 불러? '
" ...나랑 사귈래? "
하지만 이스 인생에 유턴은 없고 마음을 숨기는 짓을 하는건 더더욱 없다.
뭐, 여기서 거절 당하면 그냥 사표 내고 나가고 아니면 잘 다니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던진 말이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 ..????????? '
근데 생각도 못한 반응이었다.
얼굴이 빨개지기는 커녕 얼굴에 빨간색이라는 색깔자체가 없을거같던 네 뺨이 새빨갛게 상기된게 내 눈에 똑똑히 보였다.
" 그래서 사귈거야 말거야, 빨리 대답해. 대답 안 하면 나 사표 내고 튈거야. "
' 아 사귄다고, 이 아가씨야!! '
" 어우, 사귀면 사귄다고 조용히 말하면 되지 소리는 왜 질러!! "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굉장히 나빴던 첫인상과 어긋난 스타트라인을 꾸깃꾸깃 구겨서 버린다음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김에 사표 내고 직장도 새로 시작하면 안 되냐는 말에 제프가 치맛자락을 붙잡고 징징대는 바람에 결국 그 말은 철회됬다.
" 아.. 사표 말린다. "
' 그럼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 '
" 시드 네가 쏘는거면 가고 아니면 안 감~ "
' 그래, 내가 쏜다 쏴!! '
언제까지 이런 평화로운 나날들이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너와 함께하는 동안은 이런 순간들이 지속 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