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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현.png

* 캐해석, 설정 날조 주의

* 급 전개, 급 마무리주의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가 어떻든 그는 제 앞에서 차를 마시는 보현을 바라본다. 차보단 커피를 즐겨 마신 그로선 내민 차는 매번 마주할 때마다 어색하게 느껴진다. 색은 이쁘다. 그 위로 띄어진 꽃도 그렇고 차 위로 비치는 하늘이 반사되어 반투명하게 위로 깔리는 것도 너무 예쁘다. 커피랑은 다른… 뭐라고 할까. 끝 맛이라고 할까. 낯설어서 그런 거겠지. 보현과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입안에 머금기도 전, 바로 꿀꺽 삼킨다.

 

 “입에 맞니?”

 “네, 스승님. 너무 맛있어요! 향도 좋고 색도 너무 예뻐요.”

 

 즉각 거짓과 진실을 섞어 뱉어놓고선 손에 쥐어진 찻잔을 보았다. 단맛이 부족해 설탕을 넣고 싶은데… 차에 설탕을 넣던가.

 

 “마음에 들어 하니 다행이야.”

 

 설탕은 무슨. 마시자. 이것도 사랑을 위해서지. 그는 남은 차도 다 마시고선 씩 웃는다. 그의 반응에 보현 역시 빙긋 웃는다. 맛이 없어 죽겠지만 저 웃는 얼굴을 본다면야 뭔들 못하리. 건네는 차까지 받아든다. 맨 아래에 있던 꽃이 들어오는 차를 따라 위로 오르다 물기를 머금은 탓에 아래로 떨어진다. 가라앉는 꽃을 잔을 흔들어 위로 띄우려 했지만 축축해진 꽃은 주변에만 빙글빙글 돌다 다시 아래로 가라앉는다.

 흔들림 또한 가라앉아 잔잔해지는 차 위로 반투명하게 하늘이 비춘다. 잔을 살짝 들여다보자 머리카락이 보여 거울처럼 보면서 얼굴을 확인한다. 그 정도로 자세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예쁜 모습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바보 같은 행동을 한다.

 

 “무슨 일 있어?”

 “네? 아, 아뇨. ”

 “정말로?”

 “네…….”

 

 거짓말을 하는 게 찔렸지만, 시선을 살짝 옮기며 답했다. 찻잔을 놓고 제 손을 마주 잡아 마사지를 하듯 주물렀다. 보현의 시선이 낮게 가라앉은 것도 모른 체 화제를 돌리려 다른 얘기도 하면서 뭐가 재밌는지 혼자서 막 웃는다.

 하늘은 여전히 맑았다.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높아진 목소리도, 따스함을 머금고 불어오는 바람도 같았다. 다른 것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차가 식어 버린 것 뿐이다. 그의 손위로 보현의 손을 얹자 어깨가 살짝 들썩인다. 죄지은 것 마냥 놀라서. 제 손을 주무르던 행동을 그만두고 주먹을 쥔다.

 

 “저번에 망이가 줬던 간식이 있는데 가져다줄 테니까 기다리렴.”

 “네? 아. 괜찮은데.”

 “금방 가져올 테니까.”

 

 몸을 일으켜 찻주전자를 함께 챙겨 들고 가는 보현을 보면서 들킨 건가 싶어 숨을 길게 내쉰다. 제대로 연기를 해야 했었는데. 저를 자책하다가 목을 검지로 긁적이며 또 한 번 숨을 내쉰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다가온 보현이 들고 온 간식과 찻주전자를 테이블 위로 내려놓는다. 죄송해요. 고개를 푹 숙인 그가 작게 중얼거리는 말에 보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네 입맛에 맞을진 모르겠지만 먹어볼래?”

 

 보현이 쥐여준 간식을 보고 겉에 있는 종이 포장지를 위에만 살짝 찢었다. 안에든 건 납작한 쿠키 모양의 간식이다. 살짝 찢어진 포장지 위로 꺼내 한입 베어 물었다. 딱딱할 줄 알았는데 부드러운 식감과 씹을수록 퍼지는 복숭아 맛에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다음에 태공망에게 어디서 샀는지 물어봐야지.

 

 “맛있어요.”

 “먹고 싶은 만큼 먹으렴.”

 “스승님도 드세요! 정말 맛있어요!”

 

 그의 얼굴이 아까보다 자연스레 웃음꽃이 피자 보현은 그를 바라보며 찻잔을 쥔다. 테이블 위로 가라앉았던 분위기도 다시 좋아지는 것 같았다. 둘의 대화가 멀리 퍼지는 것이 아닌데 분위기 때문인지 멀리서 보는 시선에도 두 사람은 매우 즐거워 보인다. 사제의 즐거운 티타임은 평소와 같으면서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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