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주년 애니버서리 시점.
“수고하셨습니다~!!”
자선 행사가 끝난 뒤, 카페퍼레이드의 모두는 뒷정리를 하며 오늘 손님을 맞으며 있었던 일을 이것저것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이돌이 되기 전부터 자신들의 가게를 찾아주던 사람, 아이돌이 되고난 후에 팬이 되어 이곳을 찾은 사람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일을 하며 빛나는 그들의 모습에 반하여 여기까지 응원을 해주기 위해 와주었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꿈을 찾는 여행길의 끝은 아직 멀었을지 몰라도 게임으로 친다면 지금은 중간 세이브 지점에 다다른 셈이었다.
“모두 힘들었지? 자, 나머지 이야기는 홍차를 마시면서. 쉬는 것도 중요하니까. 아 물론 프로듀서 몫도 있어.”
카미야는 맛있게 우려진 직접 블렌딩한 홍차를 준비해왔다. 아직 치우지 않은 테이블에 6명(과 사탄)은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멀리서 보아도 모두 사이가 좋은 친구사이로 보였다.
“고마워. 그런데 새삼스럽게 프로듀서라고 부르지 마 어색하다구.”
“아하하, 그런가? 그래도 모처럼 이니 기분을 내고 싶었거든.”
카미야는 웃으면서 프로듀서, 유키노에게 살짝 윙크를 해보았다. 저런 표정은 이제 익숙하니 예전처럼 부끄러워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잘생겼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와 이건 아까 마셨던 거랑 전혀 다른 맛이 나네 신기해.”
“아까는 케이크에 맞춰서 내간 거니까. 이건 지친 모두를 위해 내가 특별히 준비한 거야.”
“오... 역시 카페 점장은 다르네. 음 이건 시나몬향인가?”
“딱 맞췄어. 자극적인 시나몬의 향이 찻잎과 잘 어우러져서 꽤 괜찮은 시너지를 내지 않아?”
“확실히 그러네요. 적당히 따스한 온도가 그걸 더욱 부드럽게 해주는 느낌이에요.”
“이렇게 있으니까 꼭 다과회를 연 것 같아! 이름하야 파핏다과회~!”
“오오, 확실히 마치 요정들의 축제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나!!”
“음, 그렇다면…….”
“앗!”
“꺄앗!”
그때였다. 홍차를 마시고 있던 마키오와 사키가 동시에 소리쳤다. 무슨 일인가 하니 두 사람의 친구가 찾아왔다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엇갈려 개점중인 시간엔 오지 못했지만 늦게나마 두 사람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그럼... 우린 잠시 저쪽에 다녀올게! 마감 시간엔 맞춰서 돌아올 거니까!”
사키와 마키오는 그렇게 자신들의 친구와 사이좋게 걸음을 옮겼다. 어쩐지 그 나잇대 만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케이크를 준비해오겠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금방 가버렸네요. 어쩔 수 없죠. 저희끼리라도 마저 다과회를 열어볼까요?”
“다과회라고 하니까 꼭 동화 속에 와있는 거 같네. 엘리스 같은 거 말이야.”
“그런가요? 그럼 저는 무슨 역할일까요.”
시노노메의 말에 유키노는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고는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해보였다. 시노노메는 그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까진 없지만요? 그런 유키노를 뒤로 하고 시노노메는 남아있는 케이크를 예쁘게 담아 내오기 위해 잠시 위치를 옮겼다.
“흐음, 미안하지만 나도 잠시 실례하지.”
“어라? 아스란도?”
“아직 저쪽에선 암흑의 파티가 남아있는 것 같더군. 일전에 도움을 받은 칠흑의 군단에게 인사도 전할 겸 잠시 만남을 가지려고한다만. 또 나의 스승님에 대한... 아니 이건 됐고.. 아무튼 다녀오지! 아핫하하하핫!”
“뭐 대충 예전에 신세진 사람한테 감사 인사를 하러 간다는 거지?”
“아마도? 아, 홍차 더 줄게.”
“응. 고마워.”
홍차가 마음에 들었는지 유키노의 얼굴은 꽤나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 얼굴을 캐치해낸 카미야도 뿌득함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음, 아스란 씨도 가버린 건가요? 결국 저희 셋만 남았군요. 셋뿐이지만 뒤풀이 다과회를 시작해볼까요?”
예쁜 문양이 프린트된 고풍스러운 접시에 담겨 나온 케이크는 누군가 잘 찍어놓은 사진과도 같았다. 평범한 마음가짐으로 먹기엔 너무나 아쉬운 그런 기분이 들어 유키노는 저도 모르게 접시를 앞에 두고 두 손을 모았다.
“이거 엄청 먹기 아까워 보여! 디저트 잡지에 크게 실려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라구!”
접시를 조심스럽게 손에 들고는 시노노메를 보고 소리쳤다. 케이크 위에 올라간 과일 장식이며, 생크림의 모양. 먹음직스러운 빛깔.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 그야말로 하나의 작품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하하하, 시노노메는 예전부터 실력이 좋았지만 요즘은 더 좋아진 느낌이니까. 정말로 프로라는 느낌이야.”
“프로인가요.. 일단 저의 목표는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양과자를 만드는 겁니다만... 뭐, 절반은 성공했다는 기분이네요.”
“좀 더 뻔뻔해져도 돼 넌. 그런 그렇고…….”
“응?”
“무슨 일 있나요?”
“아니, 그.. 슬슬 먹자고...”
카미야와 시노노메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이렇게 있으니까 옛날 생각이나.”
유키노의 한마디였다. 그 말에 두 사람은 유키노의 다음 말을 기다리듯이 유키노를 지긋이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 그러니까 옛날에도 시노노메가 케이크라던가 구워 와서 같이 나눠먹었잖아? 그땐 홍차는 없었지만... 뭐랄까. 셋이서 모여 앉아서 이야기하는 거 정말 오랜만인거 같아.”
“그 말 그대로네. 정말 신기한 것 같아. 다시 만나서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말이야. 오늘 같은 날 셋이서 다과회를 여는 것도.”
“확실히 그렇죠. 무엇보다 유키노와는 다시 만나게 될 줄 정말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뭔가 미안하네... 유키노는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여전히 시나몬의 향기 입안을 기분 좋게 가득 채워왔다. 이내 포크도 케이크로 가져가서는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일품의 맛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한참 보던 시노노메는,
“홍차와 케이크.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죠? 거기다 다과회에 어울리는 멋진 손님까지.”
“어.. 나?”
시노노메는 물론 카미야도 같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유키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만큼은 너는 우리들의 손님이니까.”
“조촐하지만... 저희의 대접은 마음에 드셨나요, 손님?”
“그, 그렇게 보면 부끄러운데…….”
유키노는 시선을 피해 바닥으로 향했다. 그리고 손님이라는 단어를 계속 곱씹어보았다. 확실히 손님으로 이들은 대한적은 없는 것 같았다.
친구 또는 프로듀서로서 그들은 대할 뿐이었으니까. 여기 까지 생각하고 나니 부끄럽지만 기분은 좋아지는 것 같았다.
멋진 찻잔과 향기로운 홍차. 고풍스런 접시와 황홀한 맛의 케이크. 이런 것에 둘러싸여 받는 대접이라니 부끄럽다고 하는 건 오히려 기만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기쁘네. 오늘은 다과회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건가…….”
“후후, 역시 당신은 재밌어요.”
“어디 부족한 것은 없으셨나요, 손님?”
“준비된 게 전부 완벽한 최고의 다과회였어요! 다음에도 초대 받고 싶을 정도로!”
세 사람은 죽이 척척 맞았다. 정말로 어디 작은 숲속에서 다과회라도 열은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아하하, 그렇다면 다행이야. 물론 다음도 있어. 우린 계속 너와 함께 무대에 올라갈 거니까. 너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게 앞으로도 힘낼게?”
“우후후... 그건 그렇고 오늘은 이제 정말 끝이네요. 다과회를 끝내고 다시 돌아갈 시간이랍니다. 남은 짐을 정리하죠.”
마침 케이크도 홍차도 모두 비운 참이었다. 접시와 찻잔을 두 사람에게 전해 주었다. 유키노는 손님이 아닌 프로듀서로 다시 돌아갔다.
“다음엔 더 오랫동안 다과회를 열자. 기왕이면 또 셋이서…….”
“물론.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언제든지.”
“그땐 또 새로운 신작을 만들어 가야겠네요.”
“그럼 난 그때 까지 너희가 무대 위에서 빛날 수 있게 마법을 부려줄게.”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주위를 가득 매워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