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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카太化와 마코토万言. 2살 차이 나는 아이들의 이름이었다. 아빠와 엄마의 이름ㅡ타이치太一와 마키万生ㅡ에서 한 글자씩 받은 아이들은 부모의 외모와 성격까지도 절반씩 물려받았다.

 

물론 아무리 부모와 붕어빵인 자식이라도 다른 점은 있는 법이다.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이성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타이치와 마키와는 다르게 타이카와 마코토는 애인과 사귀고 헤어지는 일이 빈번했다.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는 마코토만 해도 벌써 다섯 번째 여자친구와 만나고 있으니 말 다한 셈이다.

 

"아마 그런 쪽의 관심은 누나한테서 물려받은 걸지도요."

 

누나가 학교 다닐 때 남자친구를 엄청 갈아치웠거든요. 특히 고등학교 때... 타이치가 빨래를 개키면서 문득 질색하는 낯을 했다.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탓이었다. 호적메이트의 사생활 따위 모르고 싶어도 알 수 밖에 없었던 게, 남친과 깨지고 나면 자신에게 되는 대로 성질을 부렸던 것이다. 그에 당하고 사는 통에 얼마나 고달팠던가. 참 쓸데없는 거 물려준다며 투덜거리는 그를 보며 마키가 달래듯이 등을 토닥이며 웃었다. 많이 힘들었어, 타이치?

 

"당연하죠. 그때 그건 정말 말로 다 못해요... 으, 또 생각났어."

 

다시금 진저리를 친 타이치는 이 안 좋은 기억을 잊을 수 있게 해달라며 볼을 내밀었다. 마키는 속이 뻔히 보이는 그 행동에 못 말린다며 손을 내저으면서도 그의 볼에 입술을 눌렀다. 쪽 소리와 함께 기분이 조금 더 나아졌는지 표정을 푼 타이치는 마저 빨래를 정리하면서 말했다.

 

"우리 애들은 깨진 애들이랑 잘 마무리했나 모르겠네요. 아직까지 말 들은 건 없는데."

 

"나도 말 들은 건 없어. 근데 보통 이런 얘기는 부모한테는 웬만하면 안 하지 않아? 정말 심각한 거 아니면."

 

마키가 화장실 선반에 수건을 넣으러 가며 말했다. 흠, 타이치는 부모님한테는 일언반구 없었으면서 저만 들볶았던 누나의 행태를 떠올리며 수긍했다. 타이카와 마코토도 애인과 깨졌을 때 그럴까. 아마 그 쪽은 쌍방일 것 같았다. 나이만이 아니라 인간관계도 거의 비슷하니.

 

"다녀왔습니다."

 

그러던 중 삑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이치와 마키는 왔어? 라는 말과 함께 현관으로 나왔다. 신발을 벗고 가방을 한 손에 든 타이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갔다.

 

"마코토는?"

 

"여친 만나러."

 

가방을 벗어두고 다시 나온 타이카가 짧게 답하고는 폰을 두드렸다. 성격이 타이치를 빼닮아서인가 그녀는 별다른 일이 없으면 집에 돌아와 쉬는 편이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친구들과 약속이라도 잡지 않는 한 아마 집에 이틀은 더 붙어있겠지. 타이치는 그 사실을 상기하고는 타이카를 찔러보았다.

 

"넌 누구 만나러 안 가?"

 

"이번 주에 조별 과제 있는데 가긴 어딜 가?"

 

타이카는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마키는 비슷한 둘의 익숙한 대화를 듣고서는 웃으면서 부엌으로 갔다. 타이치는 자식들을 챙기는 한편 장난치듯 툭툭 건드리는 일이 잦았는데 특히 타이카한테 더 그랬다. 성격이 비슷해서 그런 건지도.

 

"그럼 저녁밥 차릴게~"

 

"응, 엄마. 아빤 안 도와줘?"

 

"아빠는 집에 와서 화장실 청소부터 분리수거에 빨래까지 다 했는데. 타이카야말로 안 도와줘?"

 

"어제 청소기 내가 밀고 바닥도 내가 닦았거든? 마코토더러 집에 오라고 해."

 

"마코토는 그저께 먼지 쌓인 데 걸레로 다 닦고 장도 봐왔어! 둘이 그만해!"

 

마키가 부엌에서 웃음기 어린 투로 말리고 나서야 투닥거림이 멎었다. 타이카는 집안일 분담이 그럭저럭 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다시 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빤 자꾸 나 좀 집에서 내보내려고 하지 마. 자기도 별로 안 나가면서..., 아."

 

과연 비슷한 성격답게 아빠의 의도를 금세 눈치챈 타이카가 정곡을 찌르던 도중 말을 멈췄다. 타이치는 뻔뻔한 얼굴로 듣고 있다가 문자음이 들리자 뭔가 싶어 눈썹을 들어올렸다. 타이카는 하얀 메시지창이 뜬 화면을 잠시 멍하니 들여다보다가 곧 빠르게 방으로 들어갔다.

 

"왜?"

 

"나가봐야 돼."

 

"혹시 네 썸남이냐?"

 

"어."

 

타이카는 그 한 마디만 내뱉고 어느새 아끼던 코트를 꺼내입은 채 백을 손에 들고 있었다. 타이치는 문간에 기대서서 픽 웃었다. 참 알기 쉽다.

 

"조별 과제 있다면서."

 

"이틀이나 더 있는데 뭐 어때? 것보다 비켜봐. 나가야 돼."

 

타이카는 적당히 들은 체만 하면서 타이치를 지나쳐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쾅 소리와 함께 집에서 나갔다. 단언컨대 이것은 타이카가 뭔가 가지러 들어왔을 때 빼고 집에 머문 최단기록이었다.

 

"타이카 나갔어?"

 

"네. 들었어요?"

 

"사랑에 참 열심이네. 우리도 저랬는데."

 

그러게 말이에요. 타이치는 부엌으로 들어가면서 웃었다. 마키는 머지않아 제 허리를 감싸는 팔에 키득거리면서 타이치의 볼을 콕 찔렀다. 마코토도 타이카도, 언젠가는 그들과 같은 시간을 보내겠거니 하면서.

 

같니 다르니 해도 한창 사랑에 빠져있다는 공통점에서 그들은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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