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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stranger

 

 

* 현대 au입니다.

 

 

 

사고였다. 잠깐 친구들과 차 한 잔 하고 오겠다던 린은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리바이는 그가 정말 죽은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스며, 코 아래 살짝 떨리는 손가락을 가져다 대기까지 했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던 랑이 안절부절 못하며 머뭇거렸다. 순간이었다. 자리를 파하고 손을 흔들며 횡단 보도를 가로지르던 린이 신호를 위반하고 달려오는 차에 치인 건. 린은 풀이 꺾이는 것처럼 까만 아스팔트 위에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병원으로 옮겨져 보호자가 출석할 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린이 남편 분, 되시는 거죠... ... ."

"이건 무슨..."

"차가, 그러니까... 파란 불이었는데. 분명."

 

 

 

랑이 더듬더듬 상황을 설명했다. 파르르 몸을 떨 때마다 붉은 기가 도는 가늘고 긴 머리카락이 하늘하늘거렸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는데, 그런데, 왜 안 깨어나는 거... ... . 투두둑, 옥색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가 결국 정신없이 떨어졌다. 리바이는 머리를 헝클이고 낮게 신음을 흘렸다. 내일은 결혼 기념일이었고, 그는 다음 날을 온전히 린과 보내기 위해 잔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식당을 예약하고, 좋은 와인을 사고, 그리고... 그런데 그 모든 게 다.

 

 

 

"젠장... ... ."

 

 

 

머리가 새하얘졌다. 린은 아직도 눈을 감고 있다. 미약하게 느껴지는 숨이 아니었다면 시체라고 생각해도 좋을 꼴이었다. 리안이 아빠! 리안이 생긴 후부터 꼬박꼬박 그를 리안이 아빠라고 칭하던 통통 튀는 목소리가 선연한데. 린에게 한 발짝 다가간 리바이가 린의 볼을 손등으로 느리게 쓸었다. 언제 왔어요? 반갑게 물으며 금방이라도 눈을 뜰 것 같았다. 리바이는 문득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본다. 여섯 시 반.

 

 

 

리안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시간이었다.

 

 

 

-

 

 

 

랑에게 리안을 데리고 와줄 수 있는지 부탁한 리바이가, 랑이 문을 나서자마자 쓰러지듯 침대 옆의 의자에 주저앉았다. 눈을 뜨지 않는 엄마를, 아이에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전에 린은 언제 깨어나는 걸까. 설마 이대로 영영... ... .

 

 

 

불길한 상상이 시작되자, 그가 골치 아프다는 듯 얼굴을 손바닥에 묻고 몇 번 비볐다. 시야가 암전되자 불안감은 더 커졌다. 깨어난다고 해도 이전처럼 생활할 수 있을까. 트라우마가 생긴 건 아니겠지. 신체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정신적 충격을 무시할 수 없었다.

 

 

 

"선배!"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리바이는 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놀란 눈이 침대 위를 향한다. 방금까지 죽은 사람처럼 눈을 감고 있던 린이, 동그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일어나 있다.

 

 

 

"웬 병원이에요? 나 넘어졌나? 보통 넘어진 걸로 입원도 하나?"

"... ... ."

"선배는 왜 여기있어요? 나 걱정돼서 온 거야? 아~ 이 정도면 우리 완전... 연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응?"

"너... ... ."

 

 

 

리바이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본 린의 얼굴이 순간 새파래진다. 선배... 여자친구 생겼어요? 동그란 눈이 흔들린다. 아니, 이건 너와 맞춘 반지야. 청혼할 때 건넨 반지야. 대답은 머릿속만 맴돌 뿐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의 아내는.

 

 

 

"아빠!"

"아빠?"

 

 

 

최근 육 년의 기억을 전부 잊은 것 같았다.

 

 

 

-

 

 

 

선배... 린이 복잡한 눈으로 리바이와 리안을 번갈아 쳐다봤다. 리안이 그런 호칭으로 그를 부르지 않았더라도, 그의 아이임은 외관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새까맣고 죽죽 뻗은 머리카락, 파란 빛이 도는 회색 눈동자, 날카롭게 올라간 눈꼬리와 웃지 않으면 화가 났다고 오해할 정도의 인상. 리안의 성격은 린과 판박이었으나, 그게 리안과 마주친 지 30분도 되지 않은 린에게 보일 리 없었다. 선배애... ... . 린이 잔뜩 젖은 목소리로 울먹였다. 왜 나한테 말 안 해줬어요? 나는, 선배 그런 줄도 모르고... 린이 울음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비죽인다. 멀뚱히 쳐다보던 리안이 도도도 달려와 리바이에게 확 안긴다. 리바이는 다리에 매달린 리안의 등을 도닥여주면서, 또 시선은 눈물이 떨어지기 직전인 린에게 고정하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어이, 린."

"으응... 선배."

"이 아이는 네 아이야. 우린 육 년 전에 결혼했고, 아이도 있다. 그러니까..."

"네?!"

 

 

 

린이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픽 쓰러졌다. 차에 치인 부위가 자극되었는지 얼굴을 찡그리는 게 평소의 린이었다. 선배가, 저랑요? 결혼을요? 저희가요? 금세 반짝 정신을 차린 린이 누운 상태로 다다다 질문을 내뱉었다. 그래. 네 손가락을 봐. 결혼 반지다. 왼손을 휙 들어 약지에 끼인 반지를 본 린이 또 깜짝 놀라 숨을 들이 쉬었다. 헉... 우리가 언제 결혼을... 꿈인가? 꿈이면 안 깰래... ... . 린이 중얼거리자 쯧, 혀를 찬 리바이가 손을 올려 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명할 게 많군... 일단 네가 깨어났다는 걸 좀 알려야겠다. 마저 치료 받은 뒤에 얘기하기로 해."

"나 다쳤어요? 하나도 안 아픈데... 허리 빼고..."

 

 

 

허리? 린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설마... 그, 그, 그거 때문에 다친 거예요? 선배 대체 뭘 얼마나... 입원할 정도로...? 혼자 멋대로 오해를 시작한 린이 양 손을 볼 위에 올리고 부끄러워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도 있다고 했죠. 그럼 역시 그런, 그런 걸... 가볍게 무시한 리바이가 호출벨을 눌렀다.

 

 

 

-

 

 

 

 

다행히도 전신에 가벼운 타박상이 있는 걸 제외하고는 큰 이상이 없었다. 조금 더 지켜보며 안정을 취하는 편이 낫다는 게 의사의 의견이었고 리바이도 이에 동의했으나, 린은 바득바득 고집을 부려 퇴원을 진행했다. 린은 본인보다 몇 배는 조그만 리안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엄마! 리안이 방긋 웃으며 조르르 달려와 안기자, 린이 어색하게 웃으며 어정쩡한 몸짓으로 리안을 쓰다듬었다. 낯을 가리는 탓에 친척 동생들과도 교류가 없었다. 때문에 어린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 지 린은 전혀 알 수 없었다. 린은 리안이 제 다리에 매달려 발장난을 치는 것을 가만둘 수 밖에 없었다.

 

 

 

집에 도착한 후는 비교적 순탄했다. 방의 위치나 생활 용품의 위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그건 리바이가 알려주면 되는 일이었기에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이후에 있었다. 린은 아이 보는 일을 정말 하나도, 하나도 몰랐다.

 

 

 

리안과 낯을 가리는 건 둘째치고, 아이를 씻기는 것도, 옷을 입히는 것도, 밥을 먹이거나 교육을 하는 그 모든 과정이 진행되지 않았다. 기억을 잃기 전에도 육아의 대부분은 리바이가 담당했으니 별 문제가 없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엄마의 부재는 꽤 자리가 큰 듯 했다. 특히 유년기에 누려야 할 애정과 관심의 크기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사실이... ... .

 

 

 

"장이라도 보고 오지."

"이 시간에요?“

"원래는 피크닉이었다. 이 시간이라 가볍게 바꾼 거야."

 

 

 

리바이는 둘 사이를 가깝게 하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다. 시간만 있었다면 여행이라도 갔을 텐데. 현실적으로 무리였으니 빠르게 접고 다른 방안을 모색한 결과가 이거였다. 신혼 때도 결혼한 사실을 어색해 하는 린의 긴장을 풀어줄 때에, 같이 장을 봤던 일이 크게 효과가 있었음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리바이가 겉옷을 챙기며 일어났다. 리안. 이리와. 리안이 쪼르르 리바이에게 달려간다. 두껍고 작은 코트를 아이의 몸에 걸쳐주자 혼자서 척척 단추를 눌러 잠근다. 선배.

 

 

 

"나도요."

 

 

 

린이 양 팔을 활짝 벌리고 리바이의 앞을 막아 섰다. 의자에 놓인 코트를 어깨 위에 둘러주자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단추도. 오늘따라 왜 이렇게 어린 짓을 할까. 선배 앞에서는 나 항상 아이 아니야? 언제는 물가에 내 놓은 아이같아서 항상 불안하다며요. 그건 또 기억하는군. 선배가 나한테 해준 말을 내가 어떻게 잊어.

 

 

 

무릎 아래서부터 턱 끝까지. 단추를 채워주고 마지막으로 깃을 정리하자 린이 리바이의 양 볼을 잡고 쪽, 가볍게 입술을 부딪혔다. 잘 했어요. 이건 상. 주는 사람이 더 기대하는 상이 무슨 상이라고. 그래서, 싫어요? 싫을 리가.

 

 

 

엄마아. 아빠아... 리안이 심심했는지 칭얼거렸다. 그래. 리바이가 현관 쪽으로 걸어가며 한 팔로 리안을 안아 들었다. 리안이 꼬옥, 리바이의 목을 안았다. 순간 멈칫하는 린과 눈을 마주친 리안이 활짝 웃으며 발을 구른다. 린은 그 모습을 허망하게 쳐다 보다가, 살짝 웃으며 현관 쪽으로 다가갔다.

 

 

 

-

 

 

 

 

자식 아니랄까봐, 리안은 린이 어린 시절 하던 짓을 똑같이 따라했다. 가령 과자를 몰래 카트 속으로 집어 넣거나 하는 일. 이미 린에게 몇 번 데인 탓에, 리바이는 숨긴 과자를 찾는 것에 있어서는 선수였다. 린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 발짝 뒤에서 설렁설렁 따라오고 있었다. 분명 아직 낯을 가리는 게 분명하지. 리안이 모든 과자를 회수당하자 입술을 비죽이며 볼을 부풀렸다. 저런 행동까지도 제 엄마와 똑같았다.

 

 

 

"리안이 까까 먹구 시퍼요..."

"어제도 먹었잖아. 안 돼."

"칫."

 

 

 

위로 쭉 치켜올라간 눈꼬리를 애써 축 늘어뜨리고 웅얼거리는 아이는 귀여웠지만, 그렇다고 무르게 대할 수는 없었다. 이쪽은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 리안이 린 쪽을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오늘따라 엄마가 이상한 건 진작에 눈치채서 굳이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필요할 땐 어쩔 수 없었다. 리안은 약삭빠른 구석이 있었다.

 

 

 

"엄마아..."

"어? 으응."

"까자 먹구 시픈데... ... ."

 

 

 

린의 소매를 주욱 당기며 말하자 린이 지나치게 허둥거렸다. 과자 먹고 싶어요? 우리 리안이? 뭐 먹고 싶은데. 린은 어색한 상대에게 무른 구석이 있었다. 평소의 엄한 엄마와는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소매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준다. 나, 저거랑, 이거랑, 이거... ... .

 

 

 

"안 돼."

 

 

 

리바이가 불쑥 리안의 손에 들린 과자를 뺏어 제자리에 돌려 놓았다. 아이가 텅 빈 손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내 울먹거렸다. 엄마가 된다구 했는데에... ... .

 

 

 

"애한테 무르게 대하지 마라. 버릇 잘못 들어."

"과자 한 두개 쯤 사준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괜찮지 않아요? 이 정도면."

"너 자꾸 자각하지 못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아이야. 좀 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

 

 

 

평소같이 무심한 목소리가 왜 그렇게 날카롭게 들리는지. 린은 손을 말아 쥐었다. 짧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든다. 슬쩍 린을 쳐다 본 리바이가 가볍게 린의 어깨를 감쌌다. 뭐라고 하는 게 아냐.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군. 괜찮아요.

 

 

 

"리안아. 우리 과자 따악 하나만 고르자. 대신 오늘 다 먹으면 안 돼. 조금씩 나눠 먹는 거야."

"네에."

"선배, 이건 괜찮죠? 조금이잖아요."

 

 

 

금세 신이 난 리안이 방방 뛰며 과자 코너로 달려갔다. 리안아, 뛰면 안 돼요. 린이 어정쩡하게 따라 빠르게 걸어가며 작게 소리쳤다. 영락없는 초보 엄마였다.

 

 

-

 

 

무사히 장을 보고 돌아온 린이 지친 듯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로 쓰러졌다. 리안을 한 팔로 안고 다른 손엔 커다란 봉지를 든 리바이가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어이, 체력을 좀 길러. 선배가 과하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린이 터덜터덜 침실에서 걸어나오며 투덜거렸다. 봉지를 뒤적이며 이것저것 꺼내던 린이 냉장고를 열고 식료품을 정리했다. 리바이에게 얌전히 안겨있던 리안이 콩콩 그의 어깨를 작은 주먹으로 두들겼다.

 

 

 

"내려주세요."

"왜,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은 거냐?"

 

 

 

바닥에 발을 딛은 리안이 종종 걸어가 냉장고 앞에 선다. 엄마아...

 

 

 

"까자 드세요... ... ."

 

 

 

리안이 손에 든 과자를 불쑥 린에게 내밀었다. 당황한 린이 동그란 눈을 빠르게 깜박거렸다. 어? 어? 린이 두 손을 허둥거렸다.

 

 

 

"엄마 주는 거야? 엄마... 너무 기쁘다. 우리 리안이... ... ."

 

 

 

어물거리던 린이 곧 주저앉아 리안과 눈 높이를 같게 하더니,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엄마 너무 행복하다... 고맙구... 또... ... . 린이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꾹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리바이는 그 얼굴을 잠시 내려다 보다가, 테이블 위의 봉지를 열어 안의 물건을 마저 꺼냈다. 정리가 필요했다.

 

 

 

 

-

 

 

 

"어때, 아직도 잘 모르겠나?"

"응... 아직은."

"조급해 하지 마. 시간은 많으니."

"알았어요. 고마워."

 

 

 

이불에 폭 싸인 린이 웅얼거리듯 대답했다. 리바이의 손길이 갈색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내일 피곤하겠다. 선배 빨리 자요. 너나 어서 자. 선배 맨날 나 잘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잖아... 내가 모르는 줄 알아. 알면 빨리 좀 잠들지 그래.

 

 

 

응. 나 잘게요. 린이 팔을 들어 리바이의 허리를 감쌌다. 꼬옥 껴안은 채로 어깨에 이마를 비비다가, 곧 규칙적인 숨소리가 색색거렸다. 리바이도 눈을 감았다. 아직 첫 날이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린은 곧 기억을 찾을 것이고, 리안을 기억해낼 것이었다.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려 린의 어깨를 안았다. 몇 번 토닥이던 그도 몽실거리는 잠에 빠져들었다. 내일은 무탈하길.

 

 

 

 

 

 

 

... 콩. 작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얕은 잠을 자던 리바이가 일어나 옆 자리를 짚었다. 따뜻한 걸 보니 방금 나갔군. 얼굴을 가볍게 쓸어넘기고 이불을 걷었다. 발바닥에 닿는 바닥이 차다.

 

 

 

얇은 실크 잠옷을 걸친 린이 부서질 듯 비틀비틀 거실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천천히 그에게 걸어간 리바이가 뒤에서 린을 안는다. 린이 놀라지도 않고, 둘러지는 팔을 꼭 잡고 그에게 기댔다.

 

 

 

선배. 나... 답답해.

괜찮아질 거다. 마음을 편하게 가져. 곧 기억해낼 수 있을 테니.

 

 

 

 

 

린이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한 번 푹 숙였다가 치켜들었다. 허리에 둘러진 리바이의 팔을 살짝 힘주어 풀고 뒤로 돌아 그와 눈을 마주쳤다. 속눈썹은 잔뜩 젖어 눈물을 방울방울 매달고 있다.

 

 

 

 

 

아니야, 선배. 내가 진짜로 못 참겠는 건, 내가 자꾸... 우리 딸한테 질투를 한다는 점이에요... ... .

 

 

 

눈 앞을 흐리게 하던 눈물이 결국 힘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우리 딸인데, 응. 내 딸인데... 자꾸 선배를 나눠갖는다는 생각이 들어. 한심하지, 나... ... . 자괴감, 실망감, 스스로에 대한 화와 자조가 가득 담긴 목소리. 리바이는 린이 스스로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손을 올려 머리를 쓰다듬자 아예 고개를 어깨에 박고 정신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는 린이 그의 어깨를 눈물로 축축하게 하는 것을 가만두었다.

 

 

 

침대에 누운 리바이는 린의 목 끝까지 이불을 덮어주었다. 답답해요. 감기 걸리니까 그냥 덮고 있어. 네에... 순하게 대답한 린이 일 분도 지나지 않아 이불을 확 내린다. 미간을 찌푸린 리바이가 다시 이불을 들어 턱 아래까지 올렸다.

 

 

 

선배.

왜.

우리 딸 진짜 예쁜 것 같아요. 저렇게 예쁜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지.

언젠 질투난다더니... .

그거랑 그건... 다른 거지.

 

 

 

지금도 이렇게 예쁜데, 선배와 내 아이인 걸 기억하면 얼마나 더 예쁠까... ... .

 

 

 

린이 리바이의 품에 파고 들었다. 자연스럽게 리바이의 손이 린의 동그란 어깨를 둘러 안는다. 쪽. 입술이 가볍게 닿았다 떨어진다. 내일은 기억할 수 있겠죠? 그래. 걱정하지 마. 으응... 알겠어. 리바이가 손을 들어 린의 동그란 이마를 쓸었다. 푹 자고. 응. 조급해 하지 말고. 알았어.

 

 

 

사랑한다.

나도 사랑해요.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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