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캐해석, 설정 날조 주의
* 급 전개, 급 마무리 주의
“그 말을 믿으라고 하는건 아니지?”
“이 남자 아무리 봐도 걔 동…”
다가오는 눈빛에 커크는 제 입을 틀어막았다. 아버지는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눈앞에 있는 남자의 어머니는 자신과 함께 다니는 그라니. 탐사 중 일어난 알 수 없는 공간에 휘말려 그의 방으로 오게 되었다고 하는 남자를 맥코이는 빤히 바라본다. 눈이 마주치자 남자의 얼굴이 구겨져 고개를 획 돌린다. 자신이 말한 어머니 쪽으로 시선이 돌아가니 조금은 얼굴이 풀어진다. 진짜…는 아니. 아니겠지. 혹시 모르니 머리카락을 챙기려다 그만두기로 했다.
“방에서 자료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침대 위로 떨어져서는 절 보더니 울잖아요. 놀랐다니까. 난 죽은 동생하고 똑같이 생겨서 살아 돌아온 줄 알았죠.”
“삼촌이 사고로 돌아가신 건 알고 있어요. 제 얼굴이 삼촌과 똑같이 생겼다는 것도 알고요. 어머니는 제 얼굴을 보면 항상 삼촌을 떠올린 건 같지만.”
“네가 얘 아들이면 아빠는 본즈겠네.”
“무슨 말을 하는”
“아닌데요. 제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거든요.”
서로 한 두 마디 하겠다고 싸우는 대원들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목소리에 묻혔던 기계음만이 크게 소리를 내고 분위기 따라 맥코이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한다는 핑계로 도망을 가거나 좀 더 지켜볼까 하는 반응이었다. 제 아들이라는 저보다 키가 큰 남자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그는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맥코이를 날카롭게 쳐다보던 눈이 가늘게 휘다 뜨며 따뜻함을 머금는다. 저런 얼굴이나 행동은 분명 모자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죽은 동생인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더 할 말이 있었지만, 그의 얼굴을 보니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둘의 분위기가 그러니 방해꾼은 빠지자며 알아서들 자리를 비켜준다.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오던 맥코이는 제 아들을 빤히 쳐다보던 그가 자신까지 나가는 순간 어떤. 행동할지 머릿속으로 그리며 문을 닫는다.
다른 대원들이, 옆에 있던 커크가 가는 것을 문 옆에 기대어 서서 안에서 작게 들리는 소리를 듣고만 있는다.
시선이 한곳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가는 곳마다 쳐다보는 눈빛엔 많은 감정이 서려 있어 불편하고 안 좋았다. 매일 제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던 사람이 없으니 뭔가 심… 아니 심심하지 않다. 분위기에 휩싸여 헛소리를 하는 거다. 맥코이는 투덜이며 이제 막 저를 만난 커크에게 소리치고선 빠르게 걸어간다.
억울해하던 커크를 뒤로하고 눈앞에 보이는 익숙한 얼굴에 시선이 사로잡힌다. 제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꼼지락거리는 아들을 보며 웃는 그가. 아들이라는 남자가 미래에서 왔다 했으니, 본인이 아들이라니 그는 결혼을 한 거겠지. 누구와 했을지 상상은 안 가지만 고생은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멀리서만 지켜봐야지. 엮여 봤자 좋아질게 없을 거란 건 함께한 시간이 말해줬기에 들고 있는 물건이나 잘 챙겨 메디베이로 가기로 한다. 머리는 분명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행동은 머리와 다르게 앞으로 걸어가는 것도 모른 체.
“왔어요?”
“어? 어.”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그와 그의 아들이 있는 곳에 서 있었다. 지금이라도 갈까 했지만 평소와 같은 웃음으로 제 옆을 탁탁 치니 저도 모르게 앉았다.
“뭐야. 평소엔 앉으라고 하면 일부러 피하더니… 제 아들을 보니 갑자기 저한테 잘해주고 싶었어요?”
“네가 먼저 앉으라고 했잖아.”
“그렇긴 하죠.”
“어머니. 저…”
“응?”
“물이 마시고 싶은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행동에 그가 웃으며 알겠다고 몸을 일으켰다. 물만 마시면 돼? 식사하러 갈까? 물만 마시면 돼요. 짧은 대화를 끝내고 물을 가지러 이동을 한다. 처음 왔을 때 오히려 질문에 대답을 또박또박 하더니 왜 갑자기 부끄러운 척을 하는 건지. 어이가 없어 빤히 쳐다보자 반쯤 감긴 눈이 날카롭게 내려다본다.
“당신 마음에 안 들어. 생긴 것도 어머니께 하는 행동도 말투도 다.”
“미안하지만 어린 애랑 싸울 생각 없거든.”
“나도 당신 때릴 생각 없어. 그냥 어머니의 첫사랑이 당신 같은 사람이라는 게 싫을 뿐이야.”
애다. 참자. 나는 어른이다. 동료 대원의 아들이다. 거슬리는 말을 무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가라고 인사를 해주겠지. 들고 있는 물건을 챙겨 맥코이가 한 발짝 걷자 제 손을 붙잡았다. 생각과 다르게 나와 당황해 손을 탁 쳐낸다. 상대 쪽에서도 당황했는지 손을 거두며 살짝 든 몸을 다시 앉아 등을 의자에 기댄다. 빨개진 손등을 다른 한 손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리다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린다. 긴급상황이 있는 건지 빠르게 뛰어오는 소리는 바로 앞을 지나 테이블 위로 쾅 소리 나게 물컵을 놓고 테이블 아래로 감춘 손에 도착한다. 손등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그가 별거 아니라던 제 아들의 말을 듣고 그대로 일어난다. 표정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더는 할 말이 없었다. 보나 마나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고 또 원래의 목적지는 이곳이 아니니까.
“그만 간”
“식사하셨어요?”
“다… 뭐?”
“같이 식사 하자고요.”
예상을 깨는 말을 한 그가 맥코이의 손을 잡았다. 맥코이는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엔 그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쉽게 뺄 수 있음에도 가만히 그가 하자는 대로 끌려갔다. 다른 한 손은 아들의 손을 잡고. 아들 앞에서 남편도 아닌 남자의 손을 막 잡아도 되는 거냐며 옆에 같이 오던 그의 아들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웃고 있었다. 자신을 보고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어째서? 묻고 싶었지만 좋은 말이 나오진 않겠지.
맥코이가 말도 없이 끌려와 그와 아들과 함께 같은 케이블에 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먹는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한쪽은 잘 먹으면서 챙겨주기까지 하는데 한쪽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저렇게도 좋을까 했다가도 저라도 저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의 머리카락이 음식에 들어가지 않게 머리 타래를 손등으로 들어 어깨로 넘겨준다. 그가 놀란 듯 제 머리 타래를 잡다 맥코이를 보며 씩 웃는다. 늘 보던 표정에 숨을 길게 내쉬며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말을 걸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제대로 듣지도 않고 대답을 했다. 당사자들보다 주변에서 보기에 불편해 보이는 식사는 음식이 비워질 때까지 이어진다.
대충 어림잡아 한참이 된 것 같았다. 과거의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남자는 대원들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함선으로 돌아왔다. 걱정하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빠르게 제 방으로 도착하자마자 책상 위에 놓인 액자를 집어든다. 급하게 움직이다 급하게 안정이 되어 사진 속 행복해 보이는 세 사람의 얼굴을 보며 남자는 짧게 같은 얼굴을 하며 다른 한 손으로 제 부모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다녀왔어요. 저 탐사 중에 어쩌다 어머니를 뵙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했던 얘기가 생각이 나서 아버지라고 말하지 못했어요. 어… 설마 제가 한 말 때문에 미래가 바뀌진 않겠죠? 두 분은 함께 하실 거라 믿을게요. 믿어요.”
말을 끝내고 때마침 노크에 액자를 내려두며 대답을 한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함장의 말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면서 빤히 쳐다본다. 함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제 어머니의 시선에 담겨있던 감정과도 같았다. 상대는 그걸 모르는 눈치지만. 함정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등으로 넘겨주며 액자 속 사진의 그때 그 얼굴을 하고선 남자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