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꺅! 매그너스 님 뭐 하시는 거예요!”
“......애 날기 연습 시키는데, 왜.”
Q.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애 아빠가 애 등을 움켜쥐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미친 거 아냐? 노바들은 날기 연습 이렇게 해?
“이이가 애 잡네!!! 벨데로스, 이리 좀 와 봐!!!!!!”
“또 왜요, 비행 연습 하다 보면 원래 좀... 앗. 아니네.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건. 저건 틀렸습니다.”
“그렇대잖어!!!!!!”
그렇죠, 저건 아무리 봐도 아닙니다. 넵.
나도 비행 연습 한 정도는 있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닙니다.
백 보 양보해서 등 부분의 끈을 움켜쥐는 방법이 괜찮다고 하더라도, 그게 아이 원피스 어깨끈이면 안 되는 거예요, 매그너스 님.
애가 얼굴이 새파래져 있잖아요......
“참 나, 어디서 밀어 떨어트리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라고. 무식하게 나무에서 뛰어내리기 같은 걸 시키라는 거냐?”
“그런 말을 하실 거라면 애기씨 옷 정도는 갈아입히셨어야죠...”
“애기 옷이 없잖아, 성채에...”
“그런 건 저한테라도 물어보세요... 네스, 괜찮니?”
매그너스 님은 귀찮다는 표정이었지만, 어쨌거나 다수결의 의견을 따라 아이를 내려놓고 옷매무새를 정돈시켜 주었다.
옷매무새라고 해도 결국 원피스 한 벌이고, 등 뒤에서 엑스 자 모양으로 교차되는 끈을 손가락으로 잘 펴서 모양을 다듬어 준 것 뿐이지만, 뭐라고 할까...... 그래, 솔직히 잡기 편해 보이긴 하네...... 적어도 멜빵 바지였으면 어쩐지 화 내지 않았을 것 같은 스스로에게도 뭐랄까...
...딱히 옷을 갈아입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 뿐이지만, 움직이기 편한 아동용 바지도 어깨띠 붙은 옷도 가지고 있는데. 으음ㅡ 애를 단벌 숙녀로 키운 나의 잘못이 1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치만 애 갓난쟁이일 때 옷 다 내가 가져왔었잖아, 어디서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노바 보물고에 애기 포대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 괜찮아!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기가 힘들긴 했지만 그거 말고는 재밌었어!”
“보통 그건 안 괜찮다고 할걸...”
“아빠가 너무 꽉 잡아서 그래, 끝만 잡으면 괜찮아!”
“왜 그렇게 쥐어짜고 계셨대?”
“일곱 살배기 애 무게를 손가락만으로 버틸 수 있겠냐.”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매그너스 님의 굵직한 손가락을 뜨뜻미지근하게 감상하다가 딸의 등으로 시선을 돌렸다.
으ㅡ음, 으ㅡ음, 확실히 매그너스 님의 손바닥을 끼워 넣을 만한 여유는 없군.
“르네 님은 또 뭘 보고 계신 거예요... 아니, 상식적으로 일곱 살짜리 딸을 원피스 어깨끈을 잡아서 들어 올리시면 어떡해요? 끈 끊어졌으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아, 그 생각을 못 했네!”
“뭘 또 그 생각을 못 해요?! 안 끊어지면 딸을 원피스 어깨끈으로 들어올려도 돼요?!”
“아니, 안 되긴 하지만... 매그너스 님도 미리 말했으면 제가 멜빵바지라도 드렸잖아요.”
“멜빵바지 있었냐?”
“가지고 있어요.”
“멜빵바지 끈으로는 들어 올려도 돼요?!?!?!?!!”
괜찮지 않을까... 멜빵바지 끈...
네스의 어깨를 확인해봤지만 다소 눌린 자국만 있고 크게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이를 잘 다룬 모양이야.
“애초에 르네 님도 매그너스 님도 너무 상식이 부족해요!!!!!! 어린애를 짐짝처럼 들어도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애기씨는 일곱 살이라구요! 질식이라도 하면 어쩌실 거예요?!”
“니 딸이냐? 말이 많아. 그럼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건 뭐 괜찮은 줄 알아? 까딱하면 황천이라니까?”
“재밌었어?”
“응! 재밌어!”
“재밌었으면 됐지~ 아빠가 잘 놀아줬네!”
“뭐가 잘 놀아줘요!!!!!!”
아이라는 건 뭐... 낳아놓으면 된 게 아니고 성장 과정에서 적절한 교육이 있어야 크는 거지만...
매그너스 님은 정자 제공 해 줬으니 됐다. 덕분에 이렇게나 귀여운걸.
뺨은 말랑말랑하고, 매그너스 님을 꼭 닮아 예쁜 눈동자를 하고 있고, 삐죽빼죽한 머리카락이나 자기주장이 강해 보이는 고집 센 눈매가 엄청나게 귀엽다.
매그너스 님은 어쩐지 날 닮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루디브리엄에 갖다 놔도 헬리시움까지 찾아올 것 같은데...
그리고 부하로 좋은 육아 담당자 데리고 있으니까, 매그너스 님.
잘못된 거에 대신 화내주니까 엄청나게 편하다.
솔직히 시켜먹고 있다는 걸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매그너스 님도 나도 아이 인성 교육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고.....
다른 건 평범하게 해요... 실제로 분명히 갓난쟁이 때에는 매그너스 님이 젖도 주고 그랬던 것 같은데..... 아, 분유였으니까.
......나의 평범이라는 것이 망가져 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뭐... 내가 인간도 아니고.....
“너무 화내지 마, 벨데로스. 네스 다친 데두 없구 이렇게 건강해.”
“엄마 이거 봐라, 나 이제 쪼끔 날 수 있다! 이잇, 이잇.”
“정말이네~ 그래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하면 안 돼요, 아직 날개가 작으니까 전문적인 비행은 못 할 것 같은데?”
“어어. 지금은 그 정도 나는 것도 빠른 거야. 뼈가 허벅지까진 와야지.”
“근데 벌써 비행 연습 시키는 거예요? 자, 떴다떴다 비행기나 좀 해 줘요.”
“내가 애 전용 놀이기구냐? 자. 훠ㅡ이, 훠ㅡ이.”
“와악ㅡ 아빠 너무 높아! 꺄하하하!”
“하아아......”
“너무 그러지 말어, 매그너스 님도 애랑 잘 놀아주시잖아.”
“아니 당연하죠 매그너스 님이랑 르네 님이 애기씨 부모 아니에요?!”
“너무 그렇게 차갑게 굴지 마... 너도... 우리 가족이잖니...”
“저도 가족 따로 있는데요!!!”
1인 가족도 가정이긴 한데... 아무튼 우리 식으로 키우면 잘 키워도 이상한 게 클 테니까... 나도 분명히 열심히 키웠는데 애들이 여기저기서 원한을 사고 다니고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별로 좋은 쪽으로 노력한 건 아니긴 했는데, 그치만 정령이라면 본성을 따라 사는 게 가장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인간이라면 모르겠지만...
인간은 잘 모르겠어...... 용인龍人이긴 해도 인간은 인간이고. 자궁에 뭔가 살아있는 걸 담아 본 것도 처음이고, 열두 달 동안 내 육체 안에서 키웠다는 게 뭐랄까... 어째서 아이에게 스스로를 투영하는 부모가 있는지 이해할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야 자기 뱃속에서 그렇게 키워서 낳았으면 어쩐지 자기 것 같겠지, 나의 경우는, 사실 나를 꼭 닮았으면 좀 징그러웠겠지만...
매그너스 님을 닮아 줘서 기쁘다, 나를 닮았어도 매그너스 님의 얼굴을 계속 찾고 있었을 거야. 어찌되었든 매그너스 님과의 아이니까 사랑하게 되었겠지마는, 응, 뭐...
너무 조건적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나와 아무 관련도 없는 타인을 안면도 없이 사랑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런 게 가능했다면 내가 망한 사랑만 하고 있었겠느냐고. 그렇지만, 네스는 정말로 사랑스러우니까, 어쩌면 나와 아무런 피도 기억도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뭐 기본적으로 얼굴을 밝히기도 하고......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는 헬리시움 최고 미소녀인데, 그런 내 자식이 외면으로 어디 지고 다닐 일은 없고.
...뭐 외면이 아니고 그냥 전체적으로 어디 지고 다닐 일은 없겠고...
그렇지만 매그너스 님의 딸이란 말이야, 일곱 살인데 진검을 번쩍번쩍 든다니까. 매그너스 님도 벨데로스도 혼내려다가 깜짝 놀라서 아니 저거, 쇠 아니었던가? 저거 모형이었던가? 아니 모형일 리가 없잖아요, 매그너스 님의 검이잖아요... 하고 영양가 없는 대화나 하고 말이야, 나는 정말로 귀여워서 매그너스 님도 네스도 꽉 깨물어 주고 싶었다. 매그너스 님은 진짜 깨물었고... 어라? 나 뭔가 사랑에 관련된 생각 하고 있지 않았나? 모르겠네. 벨데로스 용돈 올려 줘야지.
네스는 매그너스 님의 손에서 높이높이 들어올려지며 꺄ㅡ꺄ㅡ 웃고 있다. 매그너스 님도 퉁명스러운 얼굴이지만 내심 즐거워 보인다. 아니, 다시 보니 별로 퉁명스러운 얼굴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입꼬리가 비죽거리고 있고...
작은 날개가 파닥거리고는 있지만, 저거 도움이 되는 걸까? 노바들 날개니까 노바들이 더 잘 알겠다마는...
“저거도 도움 돼?”
“네? 저거요? 안 되죠...... 되나...? 모르겠는데요... 아니, 아기의 발달 과정 같은 거 저한테 묻지 마시라니까요? 제가 무슨 육아 담당이에요!”
육아 담당이다.
요새 힘든 모양이니까 며칠 휴가 줘야겠다...
“발달 과정 물어본 게 아니라... 벌써 날개 움직이는 거 도움 돼? 지금은 아직 비행도 못 하잖아.”
“에엑... 되죠... 어릴 때 나는 연습해야 날죠, 날개 없어서 모르세요?”
“날개 없어서 몰라... 어차피 지금은 잠깐 뜨는 게 다인데, 나중이랑 날개 근육 쓰는 방법 다르지 않아?”
“날개 근육을 그렇게 체계적으로 쓰는지는 모르겠고요... 지금 뜨는 거 배워 둬야 날 만한 나이 됐을 때 잘 날죠?”
“어어...... 아직 못 뛰는 나이지만 걸음마 연습하는 그런 거야?”
“뭐 비슷할걸요.”
비행은 매그너스 님한테 맡겨 둬야 한다는 건 알았다.
이런... 발달은... 잘 모르겠으니까. 내가 키우면 왠지, 이상한 느낌으로 자랄 것 같고...
괜히 벨데로스한테 맡기는 게 아니라, 노바 아이인걸... 벨데로스는 좀, 뭐랄까, 성격이 나빠서 진로를 잘못 선택한 것 뿐이지 평범한 느낌의 남자아이니까.
매그너스 님은 좀......
솔직히 말하면 아이의 인성 교육 부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담대한 부분만은 훌륭하다. 어떻게 커야 국가도 최흉의 존재도 등쳐먹을 수 있는 걸까.
아무튼 내가 할 말도 아니긴 하지만...
용돈 올려 주고 휴가도 줄 테니까 계속 육아 담당 해 주면 좋겠어. 어차피 못 그만두는 직장이긴 한데.
-
라고 생각했던 일을, 네스가 나는 걸 지켜보다가 문득 떠올려 냈다.
“와악! 루메 어떻게 한 거야!”
“그냥 했는데.”
“그냥 어떻게?!”
그냥 날개 관절을 잠깐 바꿔서 뒤로 꺾은 것 같은데? 둘째는 저거 언제 배운 거야?
룸은 나와 눈을 마주치고 어깨를 으쓱하고는, 보여주듯이 느릿하게 허공에서 거꾸로 돌아 정지해 보였다.
에엑...... ‘느릿하게’ 부분 어떻게 한 거야......
루메 근섬유 정말 무섭게 쓰네... 저 나이에 저런 정교한 조작을 다 하고......
그 사이에 관절 방향을 제대로 바꿔서 시범을 보이는 것도 무섭다. 저 애는 이미 인간을 뛰어넘은 무언가야, 아니, 인간을 뛰어넘은 무언가가 맞기는 한데.
시범 한 번 보고 따라하는 네스도 굉장하지만... 루메는 정말 ‘에엑 뭐야’네...
어미로서는 굉장하다는 감상이지만, 인류로서는 어떨런지... 뭐라고 평가해야 좋을지, 완전히 인간의 범위에서 벗어나 버렸는데요, 어쩔 거야... 내 배로 낳은 것도 아닌데 어째서 내 피를 저렇게 진하게 탄 거야, 난세포 하나가 그렇게나 핵심 정보를 가득 담고 있는 유전자였단 말이야.
“......쟤들은 무슨... ... 뭐 저런... 비행을 다 하고 있어?”
뭐 저런 비행...
“어어... 어려운 거예요...?”
“...어려운...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저거. 팔으로 줄넘기 하는 것 같네.”
“그게 뭐야...?”
“그 감상이지...”
비행으로 뭘... 하고 있는 거야?
잘못 낳았나? 나의 유전자를 세계에 남기면 안 되는 거였나?
육아 방식이 아니라 유전자 레벨의 문제였던가?
“...루메는 뭐 어떻게 날고 있는 거야...?”
“어... 이상해요?”
“이상한... 날개 이상한데. 어디 부러진 거 아니냐? 애 좀 불러 봐.”
“아니... 아닐걸요 뭔가... 룸!”
“...그러니까 언니는 이렇게... 네에, 가요.”
“으엑! 엄마 루메 뺏지 마!”
끝내주는 비행 교습을 한 모양인데?
룸은 심지어 거꾸로 날개를 접고 내려와 땅에 닿기 직전 몸을 돌려서 가볍게 착지했다. 굉장한데, 이거. 비행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도 감탄할 정도의 곡예다.
“뭔데, 왜.”
“아버지랑 이야기하세용.”
“아니, 너... 날개... 멀쩡하냐?”
“멀쩡한데.”
“아까 무슨... 뼈가 꺾이던데.”
뼈를 꺾었어?
“그냥 착시야. 나 언니랑 놀 거니까 부르지 마요.”
“그... ...아니, 뼈가 꺾였었다니까.”
“아빠 바보, 언니랑 놀 거야.”
“......”
......뭐, 루메는 뼈 정도 자유롭게 꺾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실력이니까.
그보다 매그너스 님이 너무 바보 같아, 나는 어쩐지 할 말을 잃은 얼굴의 매그너스 님을 쿡쿡 찔렀다.
“왜 루메한텐 글케 물러요.”
“아니... 내가 뭐가 무르다고. 본인이 착시라는데 내가 뭐 할 말 있냐?”
“네스랑은 바락바락 싸우면서.”
“네스는 너 닮아서...”
“아니 누가 봐도 매그너스 님 닮았죠 저 얼굴에... 누가 저번에 갑옷까지 낳았냐고 물어보던데...”
“얼굴 말고 인마, 갑옷 다른 색으로 만들어 줄 걸 그랬나...”
“네스가 저게 좋대는데 뭐 어쩌겠어...”
나는 매그너스 님의 어깨에 폭 기댔다. 매그너스 님이 내 볼을 쿡 하고 찔러온다.
그야, 둘째한테 무른 건 날 닮아서겠지만... 지레짐작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르네랑 꼭 닮았다고 좋아했으니까... 매그너스 님이랑 안목이 꼭 닮은 네스도 동생 엄마 닮았다고 좋아했고... 근데 나한테는 안 무르잖아,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아버지인 매그너스 님도 위화감을 눈치챌 정도니까, 사람들 사이에 섞어놓으면 분명히 눈에 띌 텐데 어쩐다. 내가 고민하고 있자 매그너스 님이 뺨을 말랑말랑 자꾸만 누른다. 애 낳고 나서 장난기가 늘어가지구. 슬쩍 시선을 위로 하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얼굴이 씩 웃어 온다.
...내 고민의 원인은 반쯤 매그너스 님인데 말이야, 아이 둘이 굉장한... 뭐랄까 전사인 부분은 분명히 매그너스 님에게는 좋은 일이기는 한데... 첫째는 몰라도 둘째는 확실히 굉장히... 그렇고......
도덕이란 게... 인과란 게...
아니 뭐 됐나...
전혀 안 됐지만 됐나......
나는 그냥 뭐, 매그너스 님 뺨에 쪽 뽀뽀하고는 말았다.
딸 둘이 비행하고 노는 동안 내가 매그너스 님이랑 뭐 하고 놀았는지는 비밀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