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류민현_봉신연의.png

* 캐해석, 설정 날조 주의

* 급 전개, 급 마무리 주의

 

 

 

그냥 아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제 스승님을 닮은 아이가. 본인도 이미 성인인데. 사실 아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이유를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이곳으로 오게 되면서 그때와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고 상대가 만약 스승님이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어진 생각이었다. 생각만 했을 뿐인데…….

 

“엄마. 안아줘.”

 

저와 닮은 머리색과 스승님과 닮은 얼굴을 한 아이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고 있으니… 그는 주변에 있던 도사와 선인이 저를 보는 시선에 담긴 감정을 이해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고… 아니 누가 이해를 하겠냐고 둘이서 같이 잔… 지끈거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양손을 뻗어 안아달라는 아이를 안아 들었다. 안아 들자 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행동에 아프지만 참았다. 머리카락이 몇 개쯤 뽑히고 입고 있던 옷이 쭈글쭈글해져도 상관없었다.

 

“머리 안 아파?”

“괜찮아요. 스승님은요?”

“금방 오실 거야.”

 

이 아이를 보면 뭐라고 할까. 내 상상으로 태어난 이 아이를. 불순하게 생각한다고… 뭐 대놓고는 말은 안 하겠지만 멀리 거리를 두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아이를 품에 안았다. 그런 그의 행동에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본인들 일이 아니니 쉽게 말하는 거냐며 속으로 생각하다 아이가 내려달라는 말에 생각 없이 내려놨다. 아이가 웃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누군가를 발견하곤 앞으로 뛰어가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익숙한 모습이 멀리서 걸어오는 것이 보여 웃다 아이가 품에 안기는 것을 보고선 아악 소릴 질러 버린다. 다급히 달려가 아이를 데려가려 했지만 이미 제 스승님의 품안에 안겨 있었다.

당황한 그를 도와준답시고 아이가 어디서 어떻게 생겼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준 덕분에 오히려 악화하여 버렸다. 그냥 가만히만 있었음 좋겠는데. 저 대신 말하던 도사를 붙잡아 그냥 다른 곳으로 등 떠밀어 떨어뜨린다. 빨리 가라며 시선을 보내자 그제야 이만 가보겠다며 한두 명씩 떠나고 아이를 포함해 세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스승님의 옷을 구겨 잡는 아이에게 안된다며 손에 쥔 옷을 빼내려 하자 보현은 괜찮다며 웃는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사과하지 않아도 돼.”

 

보현은 제 얼굴을 닮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쓰다듬을 때마다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머리카락은 제자와 같은 색이었다. 보현은 시선을 살짝 옆으로 옮겼다. 제 아이의 행동이 자신을 힘들게 할까 봐 걱정하는 그를 보며 아이를 쓰다듬던 손으로 이번엔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도 표정은 점점 풀어져 아이와 함께 품에 안긴다.

 

“기분은 나아졌니?”

“네… 아! 스승님! 저… 괜찮다면 그…….”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귓바퀴 둘러 뒤로 넘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보현은 알 것 같았다. 그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붉어진 뺨, 쭈뼛거리며 제대로 말은 못 하지만.

 

“우리가 가는 그 장소로 갈까?”

“네, 네! 좋아요!”

 

활짝핀 얼굴이 들에 핀 작은 꽃처럼 보였다. 보현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이런 곳에 홀로 오게 되어 버티면서 꽃을 피운 것이. 제 손을 잡아당겨 멀리 있던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에 괜찮다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보현이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지. 주변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각자 제 일을 한다. 그는 앞으로 걸으며 평소와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보현이 없었을 때 다른 선인과 다른 도사나 제자들과 사형과도 있었던 일을 즐겁게 하면서 그 소리는 작은 새가 지저귀는 것 같았다. 쉬지 않고 지저귀는 부지런한 새처럼.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살랑거린다. 바람을 느낀 아이가 하늘에 날아가는 새를 가리키고 보현은 그의 머리카락과 제 얼굴을 한 아이 쪽으로 고개를 숙여 뺨으로 슬쩍 문지른다. 쓰다듬을 손이 없어 한 행동이지만 다행히 아이가 까르르 웃자 가늘게 뜬 눈은 다시 감긴다. 앞에서 걷던 움직임이 멎자 고개를 들어 발걸음을 멈춘 그를 보았다. 해를 등지고 선 그가 얼굴이 빨개져 시선이 마주하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제 입을 손등으로 가리며 다시 앞으로 얼굴을 돌린다. 부끄러워하는 행동. 자신이 무엇을 잘못 한 걸까. 다시 잡아당기는 힘에 이번엔 반대로 당긴다. 휘청이며 뒤로 오던 몸이 다시 바로 세우며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인다. 보현은 손을 잡은 체로 다가가 옆에 선다.

 

“갈까?”

 

보현의 말에 그가 격하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손을 더 꽉 잡는다. 아이가 손을 뻗어 제 엄마의 머리카락을 잡아 아빠 쪽으로 당기자 고개가 숙어지며 눈과 어깨가 부딪친다. 아파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제 눈을 감싸 몸을 숙여 쭈그려 앉는다. 통증에 목소리도 안 나오고 눈도 못 뜨고 있는데 위에서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리자 놀라 몸을 벌떡 일으킨다.

 

“엄마… 엄마아…! 울지마!”

“아냐. 엄마 안 울어! 안 우니까 뚝 해. 자 뚝!”

“안 울어?”

“응 안 울어! 봐봐!”

 

활짝 웃지만 한쪽 눈은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찡그린 체다. 멍이 들면 안될 텐데. 보현은 눈가를 손가락으로 살살 만지다 검지로 문지르자 그는 바보같이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아빠 엄마 호해줘. 응?”

“무슨… 그런 나이스 한 소리는 무슨. 하하. 하하하. 아냐. 엄마는 괜찮아.”

“아빠아아~!”

 

아이의 투정에 보현은 약간의 당황과 강한 기대를 하는 얼굴을 보며 고개를 숙인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기뻐하다 그대로 굳어버린다. 자신이 예상한 감촉과는 다른지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맞히려 머릿속을 잔뜩 굴리다 알아차렸는지 소릴 치다가 빠르게 앞서 걷는다.

 

“아빠. 엄마 화났어?”

“기뻐하는 것 같아.”

 

어리둥절한 아이의 얼굴에 다시 고쳐 안아 들며 가자며 그가 먼저 간 길을 뒤따라 걷는다. 아이의 계속되는 질문에 보현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대답을 해주며 대답을 해준다. 등을 토닥이며 걸으니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움직인 탓에 졸린 지 제 아빠에게 기대어 잠을 잔다. 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곤 더 살살 등을 토닥인다. 좋은 꿈을 꿔야 할 텐데. 보현은 더 조심히 안으며 멀리서 저를 기다리는 그에게로 간다.

Copyright (c) by Esoruen / Free IMG : Pngtre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