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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더빙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애니 45화 이후 어느 겨울로 여전히 류가 큐의 집에 머물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오빠―, 엄마가 늦으신다고 우리끼리 밥 먹으라고 하시는데? 냉장고 채워뒀다고 재료 있으니 그걸로 알아서 해 먹으래.”

“뭐?! 정말로?”

“정말로.”

 

“아아….”라고 탄식하며 거실에 둔 코타츠 안에 있던 큐는 옆으로 엎어졌다. 평소라면 시키는 대로 일어나 무언갈 만들었겠지만, 추운 겨울에 코타츠 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에 큐는 귀찮다는 듯 엎어진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에휴, 저럴 줄 알았어…. 뭐 먹을진 냉장고 재료 보고 내 마음대로 결정해도 되지?”

“응….”

“류 오빠도 괜찮아요?”

“응, 나도 괜찮아.”

 

주방에 있다 거실 쪽으로 몸을 살짝 빼어 큐의 상태를 본 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의견을 물었다. 아무런 의견도 묻지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했을 때 서로 안 맞아 싸우는 것만큼 불편한 것은 없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허락도 맡았겠다 저녁 식사 선택의 권리를 갖게 된 알은 ‘어쩐 일로 엄마가 냉장고를 채워놨지?’라고 생각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 안에는 고기, 배추, 버섯 등등 마음만 먹으면 진수성찬을 차릴 수 있을 정도의 음식 재료들이 들어있었다.

 

‘고기랑… 배추… 거기에 표고버섯도 있고….’

“마침 날씨도 겨울이고 추우니까…”

 

나베나 해 먹을까? 알은 손뼉을 치며 다시 거실 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여전히 코타츠 안에서 옆으로 엎어져 있는 큐와 그런 큐의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류가 알의 눈에 들어왔다. 좋아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본인들이 아무거나 괜찮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두 눈을 깜빡이며 고민하던 알은 이내 괜찮겠지. 라고 마음을 확정 짓고는 다시 냉장고를 바라보았다. 어떤 걸 넣을지 고르긴 했지만, 준비하는 데 걸릴 것 같으니 역시 저기 코타츠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조금은 부려 먹자고 생각하면서 알은 두 사람이 있을 거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빠! 일어나서 버너 좀 옮겨줘! 류 오빠는 나랑 같이 재료 좀 손질하고!”

“버너는 왜…?”

“나베 할 거야. 코타츠도 있으니까 여기서 하려고. 식탁으로 가자고 해도 춥다고 안 갈 거잖아.”

 

아직도 엎어져 누워있는 큐를 끌어내며 알은 “계속 코타츠에만 있다간 오빠 운동 부족이 될 테니까, 이거라도 도와!”라며 큐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였다. 그런 잔소리를 듣기 싫었는지 큐는 엉거주춤 일어서며 하품을 한 번 하고는 터덜터덜―그런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주방으로 걸어갔다.

 

“류 오빠는 오빠가 버너 가져와서 준비하는 동안 재료 손질 좀 도와줘요.”

“그래, 알겠어.”

 

이럴 땐 류 오빠 같은 사람이 참 좋단 말이야…. 한번 말할 때 바로 들어주고! 속으로 류에 대해서 칭찬하며 알은 류와 함께 냉장고 쪽으로 향했다. 이제야 진짜로 저녁 준비가 시작된 것 같았다.

 

***

 

“오빠 고기 많이 먹을 거지?”

“당연하지!”

“그럼, 조금만 넣어야겠네.”

“뭐어?!”

 

알 너무하잖아! 고기 건더기만 쏙쏙 빼먹던 큐는 알을 보며 탄식했다. 물론 반은 농담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알이 하는 말은 가끔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큐는 농담하지 말라는 투로 알에게 말했다. 그런 큐의 모습에 알은 알겠다는 듯 가볍게 쿡쿡 웃으며 큐의 그릇에 고기와 표고버섯 건더기를 올려주었다.

 

“고기만 먹지 말고, 야채도 같이 먹어. 류 오빠 좀 봐. 다 안 가리고 잘 먹고 있잖아?”

 

“그렇게 편식하다간 류 오빠보다 작아져서 동생 취급 받을지도 몰라?”라며 알은 제 앞에서 반듯한 정자세로 배추를 먹고 있던 류를 가리며 말했다. 그런 알의 말에 구부정한 자세로 있던 큐는 류 쪽을 쳐다보다 그를 따라 하기라도 하는 듯 허리를 곧게 펴냈다. 마치 형을 따라 하고자 하는 동생의 모습 같아서, 알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하! 오빠 그러니까 류 오빠 따라는 것 같아. 꼭 형을 따라서 하는 동생인 것 같아!”

“알, 조용히 해!”

“허리를 펴는 것도 좋지만 우선 편식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큐.”

“류까지 그러는 게 어딨어…!”

 

적어도 류는 내 편을 들어줘야지! 투정 부리듯 말하는 큐의 모습에 류와 알은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큐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왜 웃냐며 뭐라고 하긴 했지만 이내, 큐 자신 또한, 웃는 류와 알을 따라 웃었다.

 

***

 

셋이서 어느새 나베를 다 비우고 죽까지 끓여 먹고 난 후, 정리를 마친 알은 거실로 향했다. 물에 차가워진 손을 녹이기에 코타츠로 들어가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둘 다 자?”

 

거실에 들어선 알을 반기는 것은 코타츠에 엎드려 잠에 빠져있는 큐와 류였다. 저녁밥을 든든히 먹어 졸린 감도 있었겠지만, 따뜻한 코타츠 안에 있어 더 졸린 건 아니었을까. 라고 알은 생각하며 코타츠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 겨울은 춥고, 코타츠가 없었다면 정말 추워서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알은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셋이서 같이 있다면 이 추운 날씨가 그리 춥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알은 그렇게 생각하며 먼저 잠들어 버린 두 사람을 따라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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