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 언젠가, 보고 받은 괴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라이브라의 사람들이 다같이 놀이동산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이본느,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저 아이, 길을 잃은 것 같은데요.”
“음?”
스티븐은 이본느가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홀로 우두커니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작은 아이를 발견했다.
이제 겨우 8살 정도 되었을까. 아무리 보아도 혼자 놀이동산을 올 나이는 아니었다. 동물 귀 머리띠를 한 채 주변을 둘러보는 소녀는 초조하게 입술을 물어뜯고 있어, 누가 봐도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안 그래도 괴현상으로 위험한 곳인데, 미아가 돌아다니다가 사고라도 당하면 큰일이다. 그렇게 판단한 스티븐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쩔 수 없지, 미아를 못 본 체할 수는 없으니 해결하고 가도록 할까.”
“현명한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원인을 조사 중이니, 저희가 잠깐 저 아이를 돕는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테니까요.”
행동 방향이 결정되자 이본느는 망설이지 않고 미아에게 다가갔다.
“혹시 길을 잃었습니까?”
두리번거리는 미아의 앞에 선 그녀는 별다른 인사도 없이 불쑥 그리 물었다.
시선을 맞추며 말을 거는 낯선 이에 놀란 여자아이는 잠깐 낯을 가리나 싶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에.”
“누구와 함께 왔습니까? 혼자서 온 건 아니지요?”
“어어, 그러니까. 엄마랑 오빠랑…….”
힘겹게 대답하던 아이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진다.
자신이 길을 잃었고 가족과 떨어졌다는 게 이제야 실감난 걸까.
소녀는 그제야 훌쩍거리며 울음을 토해냈다.
“흐아앙, 엄마……!”
너무나도 서럽게 우는 모습에 이본느는 그녀답지 않게 당황하고 말았다.
어쩔 줄을 몰라 헤매는 동료의 모습이 흥미로워 피식 웃은 스티븐은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
“이런. 울려버렸네.”
“으음, 제가 너무 직접적으로 물었기 때문일까요.”
“아니. 이건 본인이 서러워져서 우는 거니 아가씨 때문은 아냐.”
이본느가 친절하긴 해도 상냥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긴 했지만, 본질적인 원인은 이 상황 자체에 있었다. 스티븐은 그걸 알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만 쉴 뿐이었지만, 이본느는 제가 울린 게 아닐까 여전히 걱정되는지 조심스레 작은 손을 맞잡았다.
“울지 마세요,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요?”
“예. 우선은 미아보호소로 가지요. 스타페이즈 씨, 갑시다.”
아이를 안아 든 이본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간다.
그 씩씩한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스티븐은 한발 늦게 그녀를 따라가며 웃었다.
‘남동생이 둘 있어서 그런가. 애 보는 일엔 능숙한 거 같네.’
평소 이본느는 유능하긴 해도 따뜻한 모습은 잘 보여주지 않아서 실감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보니 제법 누나 같다.
어디 그뿐인가. 스티븐은 미아보호소에서 직원에게 아이를 찾는 방송을 해줄 걸 요청한 후 소녀가 상심하지 않도록 달래며 맛있는 걸 사 먹이기까지 하는 이본느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보모 같다. 이건 누나라기보단 보모에 가깝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자, 조금 뒤, 아이의 어머니와 오빠가 보호소에 나타났다.
“세상에, 메리야! 여기 있었구나!”
“엄마!”
어머니도 아이가 없어져서 걱정되었던 건지, 눈물 맺힌 눈으로 소녀를 껴안아 주었다.
“괜찮니? 큰일은 없었고?”
“응. 저 언니랑 오빠가 도와줘서 괜찮았어.”
“그래?”
소녀가 무사한 걸 확인한 어머니는 우두커니 서서 모녀의 상봉을 보고 있는 이본느와 스티븐에게 다가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애를 도와주시느라, 데이트를 망치신 건 아닐지 걱정되네요.”
“예?”
이본느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두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그거야, 남들 눈에는 두 사람이 데이트하는 남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저 일하러 나온 직장 동료 사이일 뿐이었고, 심지어 안타깝게도 이본느는 왜 그런 오해를 받는지조차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리둥절한 상황에 그녀가 입을 닫자, 이번에는 스티븐이 요령껏 대꾸해냈다.
“아닙니다. 무사히 아이가 부모를 찾아서 다행이죠.”
“아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메리. 언니랑 오빠에게 인사해야지?”
“감사합니다, 언니. 오빠.”
아이와 엄마, 그리고 아이의 오빠는 연신 두 사람에게 감사하고 보호소를 떠났다.
스티븐은 가족들이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이본느에게 말을 걸었다.
“자, 그럼 우리도 마저 일하러 가보도록 할까.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울 순 없으니.”
이본느는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가 왜 자신들이 데이트 중이라는 걸 해명하지 않았나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게 캐물을 만큼 중요한 일일까?’
업무 중에는 일만 생각하고 싶은 이본느는 결국 뭔가를 묻기보다는 한발 늦은 대답을 내뱉었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