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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이쪽이야!”

“알았어. 간다니까?”

“그러다 넘어진다.”

백금발의 작은 머리 둘이 이리저리 움직이는걸 보고 있던 그는 손가락을 뻗어 다른 쪽을 가리킨다. 손가락질을 보고 있던 깔끔하게 코트를 차려입은 남자가 그곳에 있는 동물 귀가 달린 머리띠 세 개를 사 오려다 혀를 차는 소리에 바로 하나를 내려놓는다. 결제 후 남자는 그가 아닌 앞서가는 둘에게 다가간다. 머리띠를 보더니 본인이 쓸까 했다가 하나는 제 쌍둥이 형제에게. 또 하나는 본인이 쓸까 고민하는 모습이 귀여운지 소리를 내 웃는다. 

“오빠!”

저를 부르며 손짓하는 행동에 뭔가 할 줄 알았기에 거절하려다 숨을 길게 내쉰 뒤 다가간다. 다가가는 걸음이 느린지 빨리 오라는 재촉에 반발짝 빠르게 걸어 앞에 선다. 씩 웃는 표정에 다시 한번 숨을 길게 내쉰 뒤 허리를 숙여 머리를 가져다 댄다.

“씌워.”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네요.”

“풉.”

옆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그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흘겼다. 입을 가리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기는 남자는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사라진다.

“오빠 우리 저거 타러 가자!”

“화이트, 저건 위험하지 않을까?”

“놀이공원으로 왔으면 타도 되는 거 아니야?”

“괜찮아. 저런 건.”

그가 가리킨 것을 보던 화이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입술이 삐죽 튀어나온다. 가리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른 것을 타려 말을 돌리려 했지만, 그는 허리까지 숙여 인사를 하며 손을 내밀었다.

“아가씨. 가실까요?”

“이렇게 한다고 내가 저걸 탈것 같아? …이번만이야.”

내민 손 위로 올라온 작은 손을 본 그가 힘을 주어 잡더니 그대로 여러 마리의 말 모양 놀이기구가 보이는 곳으로 걸어간다. 뒤따라오던 블랙은 마차 앞에 있던 말 위로 올라탄다. 그가 화이트를 마차 쪽으로 안내하자 화이트는 투덜이며 낡은 마차 안으로 들어가 앉는다. 문이 닫히고 그가 놀이기구 아래로 내려가 손을 까딱이자 요란한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통째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삐걱대는 소리가 신경이 쓰여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으며 따라가다 조금씩 빨라지는 속도에 따라가지 않았다. 한바퀴씩 돌면서 가만히 서서 불만이 있던 표정이 점점 밝아지더니 저를 보며 기뻐하는 얼굴이 보이자 안도의 숨을 뱉어낸다. 다가오는 발소리에 누구인지 쳐다도 안보고 어느새 제 곁으로 다가온 남자를 보며 그는 입을 연다.

“속도 너무 빠른 거 아냐?”

“이게 제일 느린데. 이 정도는 우리 애도 타.”

“너무 삐걱거리는데 무너지진 않겠지?”

“더 많은 사람을 태워도 멀쩡해.”

확인받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손을 까딱이며 돌려보낸다. 남자가 돌아가고 잠시 후 기계는 멈춘다.

“오빠 재밌어!”

“형은 왜 안 탔어?”

빠르게 놀이기구를 내려온 두사람을 보던 그는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통째로 빌린 보람이 있네. 작게 중얼거리던 목소리에 두사람이 반응했지만 왜 쳐다보냐는 반응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거 타러 갈래?”

“응! 오빠도 같이 타자.”

“난... 괜찮아.”

“무서워서 그래?”

“아… 안 무서워.”

아이들의 말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지만 그걸 놓치지 않은 쌍둥이는 양쪽에서 손을 끌어당기더니 그대로 이곳에서 유명한 놀이기구를 향해 걸어간다. 뒷걸음질을 치던 그의 발이 점점 다급하게 앞으로 끌려간다. 대기하는 사람이 없으니 바로 직원의 안내를 받아 놀이기구를 타게 되면서 그냥 통째로 빌리지 말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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