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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_혈계전선.png

* 인어에 대한 창작 설정이 존재합니다.

 

 

 

“인어…요?”

“그래, 저런 녀석 말고.”

 

재프는 손으로 제드를 가르켰다. 정작 제드는 어깨를 으쓱였을 뿐,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재프에게서 모욕이나 놀림 같은 말을 듣는 건 그에게 이제 듣고 넘길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되었을 뿐이었다. 흔히 동화책에 나오는 인어랑 저 녀석은 다르잖아. 재프는 아무런 반응 없는 모습에 일부러 더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고 제드가 반응한 건 아니었지만. 재프는 또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보러 가는 건 동화 속 인어. 그리고 시선을 레오에게 돌렸다. 그 말에 정작 레오는 제 볼을 긁적였다. 동화 속에 나오는 인어? 이제와서 어떤 존재가 나오든 놀랄 일은 아니었으나 이번에도 새롭게 나타난 존재에 레오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미 스티븐에게서 설명을 전부 들은 그들은 셋이 모여 이번 임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이번에 받은 임무는 인어를 생포하는 것.

 

 

…할 수 있을까?

 

 

레오는 재프의 신호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인어, 반어인과 달리 발끝이 물고기의 꼬리처럼 생긴 존재.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오로지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대화가 온전히 통하지 않아도 소통 자체는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3년 전, 대붕괴로 인해 생겨난 존재이며, 이계인이란 부분은 흔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아직까지도 사냥 및 거래가 되기도 하는 존재. 소문에 소문이 더해져 인어의 피와 살은 혈계의 권속이 될 수 있다는 헛소문이 요즘 헬살렘즈 롯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문에 대한 진상을 알아내기도 하고, 사냥 당한 인어를 돌려보내기 위해 라이브라가 나섰고, 그중에서 제드, 재프, 레오가 한 팀으로 이번 임무를 맡게 되었다. 여러 임무를 맡아온 지금, 제드와 재프라 선두로 나서 인어를 감시하는 존재들을 해치우는 건 금방 해결되는 문제였다. 레오가 가진 신들의 의안으로 그들을 서포트 하는 일도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저 커다란 수조 안에 들어간 인어를 어떻게 데리고 이동하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차를 끌고 이동하는 건 길베르트의 일이었고,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기도 하는 라이브라의 특성 상 누군가 인어를 노린다는 상황을 인어사냥꾼의 보스가 알기 전에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간단히 보면 길베르트가 오기 전까지 그들은 인어를 지켜면 되는 일이었다.

 

 

“인어 사냥꾼인지 뭔지, 얼마나 많이 있는 거냐고~”

“예정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불평은 좀 참으세요.”

“그냥 우리가 파박, 하고 데려가면 되잖아!”

“스쿠터로 수조를 끌고 갈 겁니까?”

 

 

재프는 한참동안 불만스런 목소리를 내었다. 예정시간보다 빠르게 침입해 빠르게 적들을 해치운 탓에 오히려 상대해야 하는 적들이 많아진 탓이었다. 재프가 불만을 내뱉을 때마다 제드는 잔소리를 했고, 그렇다고 재프의 불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싸움도 이제 일상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덤벼오는 적들과 싸우는 동안 인어의 곁에 붙어 있는 건 레오의 몫이었다. 그가 그들처럼 싸우길 기대했다는 것보다 최후의 수단처럼 그를 배치해둔 것이었다. 두 사람의 말다툼을 들으며 레오는 인어를 빤히 바라보았다. 신들의 의안을 쓰면서 살펴보지 않아도 인어는 동화 속 인어의 모습 그대로였다. 다른 게 있다면 유독 머리색과 눈색이 짙다는 점과 얼굴과 몸에 흉터가 많다는 점이었다. 인어인데도 위에는 셔츠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고, 수조는 흔히 들고 갈 수 없는 크기라고 해도 딱 사람 하나 들어갈 정도의 크기라 물 속에 제대로 잠겨있지도 못했다. 그 상황이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은 아닌지 인어는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같이 바라보지 않았다. 무언가 기다리는 이처럼 문을 빤히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어쩌면, 재프와 제드의 다툼을 구경하는지도 몰랐다. 인어는 노래로 소통한다고 했으니 그들의 다툼이 마치 노래처럼 느껴지는지도. 그래봤자 레오의 상상이었다. 인어의 목에는 군번줄이 달려 있었고, 이 또한 애써 보지 않아도 그의 이름처럼 보이는 두 글자가 써 있었다.

 

 

“유진…”

 

 

레오는 그 이름을 소리내어 내뱉었다. 옆에 제프가 있었다면 조용히 하라고 때렸을 테지만, 지금은 그만이 인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그게 인어의 이름이라도 되는 양, 그는 소리나는 곳으로, 제 이름을 부르는 이를 향해 고개를 움직였다. 그리고 이어서 입술을 뻐끔거렸다.

 

 

‘안녕.’

 

 

*

 

 

피바다가 된 창고에서 인어가 담긴 수조는 수용차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이는 길베르트가 도착했다는 소식이었고, 그들이 더이상 상대할 적이 없다는 얘기와도 같았다. 수용차에는 유진이라는 인어 외에 다른 인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크라우스와 스티븐이 알아본 결과, 생존하는 인어는 지금 그들이 데려온 유진 말고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누가 그와 소통을 할 수 있냐는 부분이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건 인어와 소통하는 법은 오로지 노래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 운전을 하는 길베르트를 빼고 남은 셋 중에 노래로 인어에게 말을 걸 존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재프는 몇 번이고 레오를 발로 누르면 네가 하라고 했으나 제드가 그를 말려 이마저도 실패했을 뿐이었다. 레오는 인어를 흘긋 보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이야기했다. 그들이 아는 게 맞다면 굳이 목소리를 낮춰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사실 노래가 아니라 말을 걸어도 대답해주지 않을까요?”

 

 

이는 레오가 유진이라는 이름을 불렀을 때, 그가 반응했던 걸 떠올리며 말한 의견이었다. 저는 소리내어 이름을 읽었을 뿐이고, 어떤 음도 붙이지 않았는데 인어는 반응하고 답도 해줬으니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인어의 목소리를 들은 건 아니지만.

 

 

“멍청아, 보스와 스티븐씨가 직접 알아낸 정보야. 틀린 정보를 가져왔을리가 없잖아.”

“맞아, 틀리지 않았어.”

“그래, …뭐?”

 

 

레오의 말에 반응한 건 재프였다. 그가 익숙하게 레오의 말에 태클을 걸면, 누군가 맞장구를 쳤고, 이는 평소 말을 길게 하는 두 사람과 달리 짧은 말이 그를 향해 돌아왔다. 재프의 말에 맞장구를 친 건, 수조 속에 반쯤 몸이 들어가 있는 인어가 한 말이었다. 재프와 제드는 놀란 반응을 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인어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 옆에 레오만이 놀란 얼굴로 벽에 붙어 있었다.

 

 

“온전히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야. 우리는 바다 속에서 노래처럼 음을 붙여 이야기 해.”

 

 

그리고 인어는 살짝 미소지었다.

 

 

*

 

 

“그래서? 지금 이렇게 서있을 수 있는 거라고?”

 

 

스티븐은 저와 마주하는 작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인어를 생포하는 임무를 받은 이들이 데려온 인어와 똑같은 얼굴이었지만, 다리는 육지 사람과 똑같이 생겨 그의 앞에 서있는 상태였다. 재프는 제 머리를 긁적였고, 제드는 한 차례 그에게 설명을 내놓고 있었다. 유진의 말에 따르면, 대붕괴로 인해 인어가 된 이들은 본래 사람이었던 만큼 대화가 가능하고, 그들에게 생긴 유일한 능력은 바다와 육지에서 살 수 있다는 점과 다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노래를 대화한다는 얘기는 온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바다에서 생활하면 물의 굴곡으로 대화가 원활하지 않아 새롭게 만든 소통방식이었고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와전된 이야기라는 부분이었다. 그들이 인어가 된 이후로 마주한 육지 사람은 오로지 인어 사냥꾼이었기 때문에 소통방식에 대해서는 인어 말고 아는 이가 없도록 하였다, 고 유진은 덧붙였다. 스티븐은 제 턱을 매만지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이거 참, 이런 결말은 의외인데. 본래 그들의 계획은 인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이었지만, 지금 유일하게 남은 인어는 두다리 뻗고 서서 라이브라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바다에 돌아갈 생각은 없나? 스티븐이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책장에서 책 하나를 꺼내던 유진은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남은 인어가 나 뿐이라고 했잖아. 그런 거라면 나도 너희와 활동할 수 있게 해줘.”

“뭐?”

 

 

스티븐이 벙찐 소리를 내자 유진은 곧바로 레오를 향해 달려가 그의 팔을 끌어안았다. 레오는 그 행동에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스티븐과 크라우스를 번갈아보기 시작했다. 유진은 또다시 설명을 덧붙였다. 내 능력, 엄청 쓸모 없지 않다고 생각해. 라이브라에 대해 들어본 적도 있고.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 스티븐과 크라우스. 두 사람 또한,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잠깐의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 물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인력이라면 분명 제드에게 도움이 되겠지.”

“라이브라에 온 걸 환영한다네, 유진.”

 

“그럼 나도. 잘 부탁해, 레오.”

“예?”

 

 

긍정의 답이 돌아오자 유진은 레오를 보며 살짝 웃어보였다.

이렇게 라이브라에 새로운 멤버가 합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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