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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짐 가에는 특별한 존재가 있다. 그 존재가 어떻게 아짐 가과 연을 맺었는지 카림도, 그의 아버지도, 더 나아가 아버지의 아버지도 모를 정도로 꽤 오랜 기간 그들과 함께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시간을 보내며 그 존재는 나이도 먹지 않고, 한결 같은 모습으로 그들에게 있었다. 누군가는 그 존재로 인해 그들이 부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록에 따르면, 그 존재들은 육지 사람에게 호의적이며 그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일은 흔한 일이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본다면 아짐 가에 남은 그 존재는 그들이 마음에 들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아짐 가에서는 대대손손 내려오는 물건처럼 그 존재도 물려 받게 되는데, 그 존재는 바로…

 

 

인어였다.

 

 

*

 

 

“쟈밀! 오늘도 보러 갈래?”

“카림. 오늘도, 라고 해봤자 분명 1시간 전에도 보러 갔었잖아.”

“하하, 그렇긴 하네! 그래도 또 보고 싶어.”

“…네가 간다면 나도 가야지.”

 

 

어릴 적부터 같이 지내온 인어를 카림과 나는 자주 보러 갔었다. 카림은 신기하기도 하고, 친해지고 싶다고 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보러 갔는데 가끔 보면 그가 인어에 홀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인어라는 존재 자체는 처음 듣는 게 아니었다. 다른 나라에는 아마, 인어가 평범하게 살고 있겠지. 직접 본 적은 없으나 소문이든, 진실이든 들려오는 이야기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이 보러가는, 아짐 가의 인어는 흔한 존재가 아니었다. 물이 거의 없는 열사의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어. 어떻게 그런 존재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부분이 그를 더 신비로운 존재로 부각시켰다. 신비로운 존재가 아짐 가를 선택했다. 이는 그들이 유능한 사람들이란 걸 증명하기 좋았고, 아짐 가에서 그 존재를 극진히 아끼는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지금에서야 수로가 생겼지만, 여전히 바다만큼 많은 물은 없는 열사의 나라에서 살기 좋은 곳이란 바로 아짐 가였다. 몇 없는 존재를 그들 성정에 매몰차게 대할 수 없었겠지. 저였다면, 귀한만큼 쓰다 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쟈밀은 눈앞에 놓인 인어를 바라보았다. 인어는 카림을 발견하고 다가오는지 제 쪽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커다란 수조 안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쟈밀은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자유롭게, 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너도 아짐 가에 잡힌 몸이야. 쟈밀은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인어를 향해 말을 거는 카림을 바라보았다. 그래, 결국 저 존재도 너의 것이 되겠지. 인어를 물려받게 되어 부러운 게 아니었다. 아짐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게 부러웠지. 쟈밀은 일부러 등을 돌려 수조에 기대었다. 카림이 손을 흔들면 인어도 같이 손을 흔들고 웃어보였다. 눈앞에 놓은 인어는 밖으로 나와 걸을 수도 있고, 말도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괜한 위험에 빠질 수 있으니 수조 밖을 나와도 저택 밖을 나간 적은 없었고, 그게 또 무엇이 좋다고 인어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가? 이는 쟈밀이 그에게서 등을 돌린 이유와도 같았다.

 

 

“있지, 유카. 안은 답답하지 않아?”

“하루이틀 지낸 곳도 아닌걸. 오히려 아늑해.”

 

 

카림은 코앞에 놓은 거리에도 큰 목소리로 인어를 향해 말하였다. 수조 안에 있으니 들리지 않을까봐 목소리가 큰 탓이었다. 매번 그렇게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아도 들린다고 말하였는데, 그를 볼 때마다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인어의 이름은 유카였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고, 대대손손 유카라고 불렀으니 자연스럽게 모두가 그를 유카라고 불렀다. 쟈밀은 그가 한 말에 그걸 질문이라고 해?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카림과 함께 유카를 보는 시간과 달리, 쟈밀은 혼자 유카를 보러 가는 날도 있었다. 유카는 어렸을 적에도, 지금도 변함없는 외관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머리카락, 양쪽이 다른 눈색, 살짝 짙은 금색의 꼬리. 카림의 아버지가 처음으로 카림에게 보여주었을 때 카림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말했고, 쟈밀이 그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는…

 

 

“쟈밀!”

“… …”

 

 

수조 앞에 다다르기도 전, 저를 발견한 유카는 크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인어는 육지 사람에 호의적이라 했었지. 유카를 보면 특히 더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는 자신이 사는 수조에 다가오는 사람들마다 환한 웃음을 보이는 이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쟈밀에게는 더욱 그랬고. 쟈밀은 흔드는 손을 보고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카는 곧이어 수건을 두른 채 수조 밖으로 나왔다. 그의 꼬리가 다리로 바뀌는 일은 순식간이었다. 육지 사람과도 같은 모습에 그의 체구는 수조 안에서 보던 모습과 달리 쟈밀보다 작은 존재였다.

 

 

찰박찰박, 그가 물에서 나온 존재라는 걸 알려주듯 쟈밀에게 다가오는 발소리는 물장구치는 소리와도 같았다. 두 사람은 수조를 앞에 두고 마주 보았다. 카림과 달리 오가는 대화가 많지 않은 게 두 사람의 소통방식이었다. 시덥잖은 말을 끝으로 쟈밀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귀한 존재라고 여기며, 너를 그곳에 가두고 보는 건 이상한 일이야.”

“음, 그런가? 그치만 그들 말이 맞아. 나는 밖으로 나가서 위험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어. 그에 비해 이곳은 아늑해. 아짐들은 원하는 것쯤은 쉽게 들어줘.”

“평생 갇혀 살게 될 거야.”

 

 

너도, 나도. 쟈밀은 저를 포함해 말하고 싶었지만,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제 처지를 인정하고 누군가에게 내뱉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저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라도. 쟈밀은 대신 다른 말을 꺼내었다.

 

 

“난 언젠가 이곳을 벗어날 거다.”

“그래? 쟈밀이라면 혼자서도 잘할 거야.”

“…너도 자유를 원한다면,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게 좋아.”

“아하하.”

 

 

유카는 그 말에 웃음소리를 내었다. 큰소리로 낸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비웃는 웃음은 아니었지만, 쟈밀의 미간은 좁혀졌다. 왜 웃는거지? 유카는 무언가 고민하는지 다시 수조로 향하였다. 그의 다리 부근에 꼬리가 생기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때까지도 등을 돌리고 있던 유카는 다시 쟈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 …’

 

 

*

 

 

쟈밀에게 인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존재는 아짐 가의 권력과 유능함을 증명하는 존재였고, 아짐 가에서 벗어나고 싶은, 혹은 그만큼 권력을 갖고 싶은 쟈밀에게 인어만으로 그의 우월함을 증명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에게 쟈밀은 필요한 존재였다. 그러나 유카라는 인어가 다시 제 발로 수조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바라볼 만큼 필요한 건 아니었다. 우월함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수없이 많았다. 쟈밀은 마법을 쓸 수 있었고, 뛰어난 실력이었다. 간단하게 말해 힘으로 누르자면, 인어 따위 쟈밀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쟈밀은 그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못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을까? 쟈밀은 유카가 한 말에 제 입술을 깨물었다. 이로 보면, 결코 듣고 싶은 말은 아닌 듯하였다.

 

 

‘나를 원하면, 떠나지 마.’

 

 

살짝 웃음기가 담긴 목소리로 그 인어는 쟈밀에게 말하였다. 그 말만으로 사람을 굳게 만드는 것인지 쟈밀은 걸음을 옮기지 못하였다. 아마, 제 앞에 있는 수조 안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인어는 그 모습을 보며 또다시 웃음을 흘릴지도 몰랐다. 유독 그 수조만은 안과 밖이 잘 통하는 수조였다. 쟈밀은, 매일같이 인어를 보러가는 카림을 보고 그에게 홀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어에게 홀렸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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