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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현.png

*드림주와 아라키타는 고등학교 선후배관계며 아라키타가 드림주에게 관심이 있다는 설정입니다.

 

 

 

둘이서 바닷가에 놀러 갔던 날, 근처에 있는 등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내리쬐는 햇볕도 있었지만 그 후로 불어오는 제법 시원해진 공기에 기분도 제법 좋았었다.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뒤로 걷다 발을 헛딛어 바다에 빠지게 된 저를 구하러 온 뛰어오던 그의 손을 잡지 못하고 몸 뒤로 차가운 바닷물이 밀려왔다. 정확히는 빠졌다. 갑작스럽게 빠진 탓에 당황해 몸을 움직이니 그럴수록 점점 몸이 아래로 내려갔고 눈앞에서 일어난 하얀 거품과 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가 보였다. 그의 모습에서 분명 잘못 봤다고 생각되는 알 수 없는 현상을 보고야 말았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분명 착각이었다.’ 일수밖에 없었다. 평소 그가 바다만 오면 안 들어가려 하길래 수영을 못하거나 물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자신을 구하러 온 그가 미안하다며 중얼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나서 정신을 차렸을 땐 자신은 어느새 주변 해변가에 누워있었고 함께 왔던 그는 먼저 간다는 문자만 남긴 체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와선 바다에 빠진 탓에 감기에 걸려 며칠 동안 앓아눕게 되었다.

 

 

 

“괜찮아?”

“어.”

“역시 몸이 안 좋아져서 그런 게 아닐까.”

 

정말 그런 걸까. 그랬으면 좋을 것 같았다. 아라키타는 어젯밤 우편함에 들어있던 열쇠를 확인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게 맞다면 그 열쇠는 분명 저와 함께 여행을 갔던 그의 집 열쇠였다. 누가 왜 자신에게 이 열쇠를 주었는가에 대한 걸 확인할 방법도 없어 일단 주어진 열쇠를 사용해보기로 한다. 저를 걱정해 주는 킨조에게 갈 곳이 생겼다며 말한 뒤를 자리를 뜬다. 그때 보았던 알 수 없는 모습도 궁금하기도 했었기에 몇 번 놀러 가봐서 어디인지 알고 있는 그 장소로 향한다.

 

몇 번 놀러 와서인지 낯이 익은 관리인의 인사를 받으며 집 앞에 서있는다. 생각해 보면 감기에 걸렸을 때 누군가 집 앞에 왔다 간 것 같았다. 너무 아파서 착각이겠거니 싶었지만. 그럼 그 사람이 우편함에 열쇠를 넣고 집 앞까지 왔다 갔다는 건데 어째서 그랬는진 본인에게 물어보면 되겠지라는 저만의 확신으로 주머니에 쥐고 있던 열쇠를 꽂았다.

 

“벌써 열쇠도 주고받은 사이가 되었나 봐요.”

“한창 좋을 때니까요.”

 

저를 향한 말에 말대답을 하려다 그만두고 열쇠를 옆으로 돌렸다. 예상대로 열쇠가 쉽게 돌아가며 문을 연다. 눈앞에 보이는 옷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눅눅한 집안 공기에 눈을 찌푸리며 옷을 피해 바닥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가 일단 정면에 있는 베란다 창문부터 활짝 열었다. 그때와는 달리 다시 날씨가 더워 환기만 돼도 이 눅눅함은 금방 말라 사라질 텐데 집주인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습한 원인을 찾기 위해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열린 욕실 문안에서 새어 나오는 열기를 알아차려 아라키타는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그럼에도 반응이 없자 무슨 일일까 싶어 물을 벌컥 열었다.

몸이 늘어져 욕조에 몸을 기대고 있다 저를 발견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의 상태를 발견해 놀라 문을 소리 나게 닫는다.

 

“미쳤어? 뭐 하는 거야!”

“아. 미안, 야스토모. 미안한데 잠깐만 거실에서 기다려줘.”

 

욕조에서 일어난 건지 물이 출렁이는 소리에 아라키타는 빠르게 몸을 움직여 거실에 있는 작은 소파에 앉다 TV를 켜 볼륨을 높인다. 소리가 최대한 들리지 않게 일부러 시끄러운 프로그램을 틀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문을 연 그에게 아라키타는 일단 하려던 말을 그만두고 머리부터 말리라며 말하지만 괜찮다며 수건을 대충 말아올린 뒤 소파 맞은편인 바닥에 앉는다. 본인이 괜찮다니 더는 권하지 않고 참고 있던 말을 꺼낸다.

 

“어딜 갔나 했더니 집에 있었다?”

“여기가 내 집이니까.”

“됐고. 자. 열쇠.”

“필요하면 야스토모가 가지고 있어도 되는데.”

“내…! …가 왜 네 집 열쇠가 필요하겠어…”

 

열쇠를 내미니 따라오는 손에 열쇠를 주려다 말고 손을 꽉 잡았다. 얼마나 오랬동안 욕조 안에 있었던 건지 손가락 끝은 쭈굴쭈굴해져 피부에 이상이 있는지 손가락 사이엔 살짝 막 같은 게 보였다. 손을 잡히자 아차 싶어 손을 빼내곤 열쇠는 나중에 받겠다며 숨겼다. 잠깐 손가락 사이에 막이… 다가가 손을 다시 잡았다. 당황해하며 시선을 열린 창문 쪽으로 옮겨진다. 그의 시선이 흘깃 자신 쪽으로 향하니 아라키타는 빤히 손을 쳐다보다 만진다. 감촉이 어색해 몇 번을 만지다 불편했는지 그가 다시 손을 뺀다. 이번엔 시선을 피하지 않고 아라키타의 시선을 마주한다. 시선만 오가다 그가 숨을 길게 내쉬며 옛날이야기를 꺼낸다. 동화 같은 거겠지. 어릴 적 여동생들에게 읽어줬던 인어공주가 나오는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 하지만 그것과 다르게 잘못을 저지른 탓에 저주를 받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하다 말고 잠깐 멈추더니 다시 숨을 내쉰다.

 

“그래서 인어의 저주를 받아서 바닷물에 이런 식으로 반응하게 되었어. 전부 그런 건 아니고 몇 명만 그렇긴 하지만.”

“그러니까 바닷물에만 인어가 된다는 거잖아?”

“응? 어. 응… 그래서 너한텐 말도 못 하고 갔네. 미안. 지금은 괜찮…아 보이진 않네. 역시 못 믿겠지?”

“이미 봤는데 어떻게 못 믿겠냐.”

“사실 다음날 네 집까지 갔었는데 아직 인어의 모습이 안 풀린 상태여서 열쇠라도 주면 나한테 올 테니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왜라는 아라키타의 얼굴에 그는 씁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표정만 봐도 아라키타는 알 것 같았다. 분명 제 친척 중에서도 누군가는 이런 상황이 있었을 테고 인어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켰을 때 저처럼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반응이 안 나와서 좋지 않게 결론이 난 경우도 있었을 테니까.

 

“물론 이런 건 처음이라 놀라긴 했지만.”

 

아라키타는 떠올랐다. 바다에 빠졌을 때 눈도 피부도 달라졌지만 저를 걱정하던 그의 얼굴 뒤로 햇볕에 바닷물을 비집고 들어와 마치 후광처럼 빛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제 모습을 들키는 것보다 저를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 멀어질 것을 각오하고 한 행동이다.

 

“싫진 않았어.”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하는 아라키타를 보며 그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느끼기 시작한다. 설마 우는 걸까 아니면 조금 전 행동에 상처를 받은 걸까 그의 이름을 부르니 고개를 확 들며 얼굴을 가리던 손은 배를 붙잡고 웃기 시작한다. 큰소리로 웃다 고개가 뒤로 넘어가니 머리카락을 말아올린 수건이 풀리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너무 웃음 탓에 기침이나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기침을 하니 축축한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목덜미가 비늘을 얹은 듯 반짝였다.

 

“이런 말 해준 거 야스토모가 처음이야.”

“그러냐.”

“응. 고마워. 이런 모습이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아까보단 줄어든 물갈퀴가 달린 손이 나타나자 아라키타는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고민하던 그의 행동에 손을 꽉 잡으니 그가 다시 웃음을 터뜨린다. 웃는 얼굴을 보자니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머리를 거치지 않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그건 언제 없어지는 건데?”

“아. 이거? 몸에서 바닷물이 다 빠져야지 없어져. 그땐 금방 나와서 이 정도였지. 보통은 2주 정도 걸려.”

“2주? 밥은 먹었냐?”

“당연히 먹었지! 그리고 지금 정도는 가릴 수 있어서 괜찮아. 음식도 항상 미리 대비해서 많이 사두는 편이고.”

 

그렇다는 건 그 2주 동안은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건데……. 아라키타는 생각을 하다 자신이 줬던 열쇠를 도로 가져간다. 열쇠를 빼앗기자 알 수 없는 표정을 하는 그를 보며 괜히 말을 덧붙인다.

 

“이런 상황이 또 올수 있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불러.”

“응.”

“다음엔… 가자.”

“응?”

“다음엔… 바다 말고 다른 데로 가자고. 아님 바다 말고 실내수영장이나 워터파크라던가.”

 

다시 웃음소리가 작게 들리자 그만 웃으라며 버럭 소릴 지르곤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 쪽으로 향한다. 밖에서 대화중이던 관리인과 이웃사람이 저를 보며 어머 어머 하며 웃으니 혀를 차고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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