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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 드림입니다. 드림주가 드림캐보다 연상.

* 란코랑 카나데 상 유닛 만들어 줘라. 사이게야... 2월 이후에..()

 

이번 무대 세트장은 실로 화려했다. 뱀파이어 성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성과 붉은빛 조명, 그 와중에 노란 것을 뛰어넘어 황금빛으로 보이는 보름달까지 완벽하게 갖춰졌다. 사아야는 성 아래 금목서를 장식했다. 화단에 원래 심겨 있던 것처럼 금목서는 형형한 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카나데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아하고도 고상한 옷차림을 한 그는 주변을 휙 돌아보더니 사아야에게 다가갔다.

“오늘 스타일 어때, 괜찮니?”

“아주 좋아요. 진짜 최고. 카나데 씨는 정말 화려한 게 잘 어울린다니까요.”

“후후, 칭찬 고마워.”

“카나데, 스탠바이 할 시간이야!”

“네.”

카나데가 스탠바이 하기 전, 란코가 미리 무대에 서서 동선을 맞춰보았다. 란코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사아야에게 다가왔다.

“보았느냐! 위대한 마왕이 그 광기를 드러냈노라!”

“란코 씨 진짜 근사했어요!”

“후후후, 어둠에 휩싸여 날뛰는 어린양이로구나. 맘껏 어둠을 즐겨라!”

프로듀서는 란코에게 맞춰주며 열심히 호응하는 사아야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어떤 아이돌을 만나도 그 성향에 맞춰서 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사아야는 매니저가 천직인지 어느 누구를 대해도 능숙했다. 특히 마칭밴드 소속 아이돌은 사아야를 몹시 따랐다. 물론 사아야보다 연장자인 아이돌에게는 그가 원체 깍듯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다 보니 사아야는 신데렐라 걸즈 내에서 정식 매니저나 마찬가지였다.

사아야는 카나데를 응시했다. 카나데는 무대 가운데에서 멋지게 스탠딩 마이크를 잡았다. 언제나 그랬듯 당당하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사아야 귀에 박혔다. 화장이며 의상이 뱀파이어를 연상시켜 더욱 매력 있었다.

“역시 카나데 씨는 천상 아이돌이라니까.”

“확실히 그렇군요.”

“저기 보세요, 프로듀서 님. 카나데 씨 머리색하고 달, 그리고 꽃까지 완벽하게 대비되지 않나요? 의상도 그렇고요.”

“사아야 씨는 평소에 조용한 편이긴 한데, 카나데 씨 작업 때는 유독 말이 많아지는군요.”

“제가 그래요?”

“네.”

“카나데 씨를 제가 많이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그런 이야기는 본인에게 직접 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본인한테도 해요. 말 안 해도 다 알아채서 그렇지. 카나데 씨 눈치가 원체 빠르잖아요.”

하긴 그런가. 프로듀서는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아야는 카나데가 노래하는 데 열중해 있었다. 뱀파이어 컨셉이 얼마나 찰떡같이 어울리는지 시스루 풍 장갑으로 입가를 훑는 모습에 사아야는 감동받아 주저앉기 직전이었다.

“대체 어떻게 참았습니까?”

“네?”

“카나데 씨를 향한 팬심 말입니다.”

“아하하하. 그러게요.”

프로듀서는 사아야가 멋쩍게 웃으며 하는 말에 한숨을 쉬었다. 처음 매니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카나데 때문이었다고 하긴 했지만, 사아야는 결코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지만 카나데가 한 마디 건넨 이후로 모든 팬심을 숨기지 않았다.

“사아야.”

“네?”

“날 좋아하지?”

달콤한 꿀을 바른 듯한 목소리가 그렇게 말하자, 사아야는 참지 못하고 얼굴을 훅 붉혔더랬다. 그 날 이후로 사아야는 카나데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카나데가 자신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도 그 때까지는 연심보다는 동경에 가까웠지만.

란코와 카나데가 함께 무대에 올라 완벽하게 공연을 마치자 사아야는 크게 환호했다. 두 사람이 대기실에 들어오자 사아야가 말했다.

“진짜,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완벽했어요. 카나데 씨 목소리며 분위기, 란코 씨가 가진 카리스마와 아우라가 어우러져서.”

“사아야는 항상 열심히 보네.”

“열심히 볼 수밖에 없잖아요. 이번 무대 세팅도 얼마나 근사했는데! 전 진짜 달빛에 카나데 씨랑 란코 씨 얼굴이 딱 비춰지는 순간 느꼈어요. 이건 사랑이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사아야를 보며 카나데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에 은근슬쩍 프로듀서와 란코가 자리를 비켰다. 둘만 남게 되자 카나데는 사아야 뺨을 꼬집었다.

“에요?(왜요?)”

“자꾸 란코 칭찬과 내 칭찬을 섞어서 하니까 말이야. 나한테만 맞는 칭찬을 해 줄 때가 되지 않았어?”

그게 문제였나. 사아야는 제 뺨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카나데가 바로 손을 떼고 바라보자 그는 얼굴 가득 붉게 물이 든 채로 바라보았다. 저를 응시한 눈이 꼭 무대를 꾸몄던 금목서같아 사아야는 눈을 질끈 감았다.

“무슨 생각 하니?”

“그, 어.”

“응?”

“카나데 씨, 잠깐만 10초 동안 나 안 보고 있으면 안 돼요?”

“왜, 떨려?”

“카나데 씨 눈이 금목서 닮아서, 왠지 부끄러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날 보고 있는 것 같아.”

사아야가 대범한 발언을 하자, 카나데도 점점 얼굴에 열이 올랐다. 제 연인은 가끔 이렇게 거침없을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런 모양이었다. 카나데는 사아야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좋아.”

“응?”

“10초만 얼굴 안 보기로 해. 정말 10초만이야.”

카나데가 그렇게 말하자, 사아야는 눈을 깜빡거렸다. 목덜미에 굉장한 열기가 묻어나왔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무척 부끄러워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조금씩 낯선 감정을 자신과 느껴주는 카나데가 고마워 사아야는 힘껏 그를 껴안았다. 프로듀서가 찾을 때까지 사아야는 한참이나 그렇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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