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2100년대 일본,

인류는 인간의 심리 상태 및 성격적 경향을 측정해 수치화하여

영혼의 판정 기준이 된 이 계측치를 「사이코패스」라 불렀다.

 

사이코패스 수치의 일종인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 「범죄계수」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 자는 「잠재범」 판정을 받고

사회는 잠재범을 격리해 시민을 보호한다.

 

사건을 수사하여 잠재범 또는 범죄자를 제압하는 형사는 범죄심리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범죄계수가 높은 잠재범 중에서 선발한다.

이 잠재범을 잡기 위한 잠재범 형사, 짐승을 잡기 위한 짐승을 「집행관」이라고 한다.

 

형사라고 해도 잠재범으로서 사회가 판단한 위험 요인인 집행관을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집행관이 허튼 짓을 할 수 없도록 관리 감독하는 형사를 선발하는데 이를 「감시관」이라 한다.

이들은 범죄를 직면하는 일을 하면서 잠재범도 아니어야 하기 때문에,

잠재범으로서 멸시받는 집행관과 달리 사회가 인정하는 엘리트 인재.

 

그러나 감시관 역시 범죄를 마주하고 집행관과 교류하며 사이코패스 색상이 탁해질 위험에 늘 처해 있다.

공인된 최고의 모범 시민이지만, 삐끗하는 순간

사회로부터 버림받는 잠재범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외줄에 서 있는 입장이 바로 감시관이다.

 

 

 

 

*

 

 

 

검은 호송차에서 공안국의 사냥개들이 쏟아져나왔다. 감시관 기노자 노부치카는 그들을 지휘해 팀을 나눈다. 매복조가 지정 지점으로 이동하는 동안 수색조는 몰아넣을 대상을 찾아 압박하기 위해 흩어진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이다. 개들이 진심으로 주인에게 충성하는 덕은 물론 아니다. 영악한 잠재범들, 시빌라에게 한 번 버려지고 다시 선택된 개성 강한 인간들은 대개 그들 자신에게 붙은 엽견이란 별명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겠다고 선을 긋는 멸칭에는 정신이 오염될까 두려워하는 나이스한 시민의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작은 조소로 반응은 충분하다.

 

그러나 한 마리 개는 감시관의 등 뒤로 따라붙었다. 그림자처럼 딱 한 발짝 뒤에서 걸음을 맞춘다. 다른 집행관들과 달리 주인과 개 놀이에 유난히 집착하는 녀석이었다. 기노자에게는 그 이례적인 반응도 잠재범적 기벽으로 느껴져 꺼림칙했다.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점이 편하기는 하지만 집행관은 역시 어떤 태도를 보이든 마음 놓고 교류할 상대가 못 된다.

 

그래서 기노자가 자신에게서 떨어지기를 명령할 때면 웃기게도 놈은 대놓고 못마땅해했다. 말 잘 듣는 것만이 장점인 녀석인 만큼 고집을 부리진 않았지만 그런 날엔 나중에 찾아와 기분을 풀어달라며(꼭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런 식으로) 귀찮게 굴었다. 결국 기노자는 놈이 현장에서 원하는대로 저를 따라다니도록 내버려두면서도 어느 정도 그놈의 페이스에 맞춰주게 된 꼴이 아닌가 싶어 불쾌해지는 것이었다.

 

"이쪽은 셰퍼드 1. 매복 지점에 도착했다."

 

기노자가 말끔한 발성으로 무전을 보내면 흩어진 하운드들로부터 답이 도착했다. 그 후로도 그들이 범인의 위치를 추적하고, 발견하고, 부지런히 몰아오는 동안 기노자와 그의 충직한 개, 카즈키 레이지는 시야를 확보하기 좋은 건물에 올라가 얌전히 보고를 듣고 상황을 그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난간에 기댄 카즈키의 모습은 오늘따라 느긋하게도 보여서 기노자는 어이가 없어졌다.

 

"팔자가 좋으시군 그래."

"감사합니다."

"비꼬는 거다."

"그렇군요…."

 

하도 어릴 때부터 잠재범으로서 격리되어 사회성을 기르지 못했다는 놈과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기노자는 아무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꼽을 준 것도 카즈키를 긁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 말을 뱉고 싶어서였다. 3초 만에 대화가 끝나자 정적이 찾아왔다. 기노자는 침묵이 익숙한 사람이었고 카즈키도 그랬다.

 

다만 오늘은 우중충한 구름이 늦게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한두 방울 떨어지다 어느새 소나기가 되었지만 둘 다 당연한 듯 맞고 섰다. 같은 상황을 견딘다는 동질감이 분위기를 평소와 다른 국면으로 이끌고 갔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기노자는 문득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왜 날 좋아하지?"

 

그는 중요한 말을 모호하게 하지 않는다.

 

"모르겠습니다."

 

부하도 즉답한다.

 

"좋아하지 않는군."

"그렇게 됩니까?"

"이유 없는 호감이라면 기호나 일시적인 흥미라고 부르지. 그리고 그 대상이 되는 건 불쾌해."

 

눈이 마주쳤다.

 

"사람을 네 장난감으로 생각하지 마라."

 

기노자는 으레 그러듯 안경 너머로 상대를 노려보았다. 카즈키는 둘 사이를 가르는 빗줄기에 초점을 두었다가 눈을 몇 번 깜빡이고 시선을 받아냈다. 

 

"불쾌하대도 제법 어울려주시는군요."

"그러지 않으면 네가 귀찮게 구니까."

"지금 하나 알겠습니다."

"뭐?"

"종종 적의를 드러내는 눈이 좋아요. 전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서투니까요."

 

기노자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런 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로는 이상해."

"그렇습니까. 좋아하는 일이란 꽤 복잡하군요."

"잠재범의 사고로 이해할 순 없겠지."

 

감시관님도 연애 경험 없다고 들었는데 확신하시네요, 하는 말을 카즈키는 삼켰다. 사실 그 말을 하기도 전에 무전이 도착한 탓이다.

 

[이쪽은 하운드 1. 대상과의 거리가 좁혀진 김에 즉시 확보를 완료.]

"좋아. 지금 드론과 함께 이동하지."

 

훌륭한 엽견들을 동료로 둔 두 사람이 오늘 도미네이터를 발포하는 일은 없었다. 이것으로 복귀다. 사실 감시관의 직무는 사냥개를 적재적소에 풀어놓는 것, 후각을 발휘하는 일은 집행관들의 몫이지만, 기노자는 언제나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는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그 점도 좋은 것 같다. 이거라면 좋아하는 이유로도 적절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상관이 이미 발을 옮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카즈키는 말을 삼켰다. 이 정도의 거리도 좋아했다.

 

증거를 잡고 범인을 쫓는 기술적인 방식은 믿을 수 없는 수준으로 진화해왔다. 사회는 아예 범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인간 형사의 수가 소수 정예 수준으로 줄어든 시대다. 8년차 감시관 밑에서 1년, 집행관의 직무에 카즈키 레이지는 익숙해지고 있었다. 단지 가장 어려운 수사 대상이 늘 곁에 있었다. 눈앞에 있는데 검거할 수 없다… 그를 사로잡을 수 없다. 어딘가 답답하다.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역시 복잡하고 이상하다고 그는 생각하면서 천천히 앞서 가는 남자의 뒤를 따랐다.

@COPYRIGHT 2024 Esoruen. ALL RIGHT RESERVED.
  • Blog
  • Twitter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