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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도관 편 이후

 

“…여기가 어디야?”

 

글 시작 첫 줄도 안 돼서 내뱉은 말이 이거라니. 제대로 된 상황 설명도 뭣도 되지 않겠지만 어쨌든 난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해결사에 나 혼자 있던 때―조금 불필요한 설명이지만 아저씨(긴토키)는 파칭코에, 카레(카구라)는 사다하루의 산책을, 피치 공주(신파치)는 도장에 일이 있다며 가버렸다.―에 도로도로(헤도로)가 가져온 꽃을 받아 아저씨의 책상에 놓으려던 순간 그 꽃이 내뿜은 연기에 그대로 정신을 잃었으니까. 그런데 눈을 떠보니 영문도 모르는 길바닥에 내던져서 있다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제대로 된 설명은 하고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우리가 판타지 같은 이런저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겪는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상황을 판단할 틈은 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하…. 그래, 이런 상황에 누굴 탓하겠냐…. 그나저나 거리가 익숙한데….”

 

주변에 보이는 건물이나 모습은 기억하는 모습보다 좀 새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익숙한 것을 보니 아직 에도임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억상 이 거리라면 가장 근처에 있을 건물은….

 

“향도관밖에 없지.”

 

그런 이유로, 나는 향도관으로 향했다. 절대 다시 해결사로 돌아가서 일을 하기 귀찮은 이유 때문은 아니다, 절대로. 피치 공주도 마침 도장에 있을 테니 여기에 가는 게 사실 제일 편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안쪽은 무슨 일인지 사람들의 소리가 가득했다. 도장 부흥하겠다는 설정, 잊은 거 아니었나? 아니 물론 최근에는 다시 기억해서 조금 사건이 있었어도 어찌어찌해서 마카다미아 초콜릿으로 길거리에 나앉은 마다오들을 유인하긴 했지만…. 뭐, 이런 잡다한 생각은 뒤로 두자, 생각하고 어깨를 으쓱이며 안으로 들어가려 하던 때였다.

 

“하지메 형 미워!”

“아, 아니 잠깐…!”

 

쿠당탕―! 하는 만화에서 날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앞으로 튀어나온 알 수 없는 어린아이와 부딪혀 그대로 바닥에 그 꼬마와 함께 보기 좋게 넘어진 것이었다.

 

“아야야…. 야, 너 뭐야?”

“아야….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누구신데 도장 앞에서 어물쩍하게 서 계신 건데요!”

“어물쩍? 야 난 피치 공주를 만나러 왔….”

 

갑자기 먼저 튀어나와 부딪혀 놓은 주제에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내는 꼬마에 나도 그에 맞게―약간 분풀이였던 것 같다.― 대응해 주려고 그 꼬마를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러니까, 이거 분명 우리 집 안경이 안경을 안 쓴 얼굴…이랑 같지?

 

“잠깐만. 너, 생긴 게 익숙한데, 이름이 뭐야…?”

“처음 보는 사람한테 막 이름 알려주지 말라고 누님이 그랬어요!”

“저저 시스콘 저거. 나 너희 누나랑 아는 사이야. 그러니까 알려줘.”

“…거짓말 같은데요…?”

“거짓말 아니야. 알려주면 네가 누나 피해서 도망가는 것도 도와줄게.”

 

저 뒤에서 지금 화난 듯한 네 누나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니까 말이야. 이렇게 말하자 꼬마는 살짝 두려워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알려주면 진짜 도와줄 거냐는 표정으로 다시 날 쳐다봤다. 일단 나도 확인 할 건 있으니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그 꼬마를 들어 올리고는 근처의 시야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들어갔다. 꼬마는 사내아이치고는 꽤 가벼운 무게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도와줬으니까 이름, 알려줘.”

“…시무라, 시무라 신파치요.”

“뭐?”

“말 해줬잖아요! 시무라 신파치라고!”

‘잠깐만, 잠깐만. 그러니까 지금, 이 꼬마가? 우리 집의 그 안경이라는 거야, 지금?’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이 들어 이마를 부여잡으니, 옆에서 걱정하는 꼬마 아니, 피치 공주의 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그 망할 꽃의 연기에 의해 내팽개쳐진 여기가 과거라는 거지? 내가 지금 꿈을 꾸나? 아니 진짜로? 이렇게 아무 설명 없이? 아니 여기에 도**몽처럼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던 장치가 있던가? 절대 없었지? 이거 큰일이네? 어떻게 돌아가 그럼? 나, 이대로 여기서 살아? 진짜로? 어이, 작가 양반. 어이, 이건 아니잖아!!

 

“저기, 누, 누나…?”

“! 아, 어…. 그래, 피ㅊ… 아니, 시무라.”

“무,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니? 아무 일도 아니야….”

 

순수한 얼굴로 물어보는 안경도 안 써서 안경에 조종받기 전인 꼬마한테 내가 미래에서 왔다네 어쩐다네 같은 소릴 할 수는 없었다, 분명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저런 반짝이는 눈으로 날 보는 저 아이가 무슨 일 있냐는 것 외에 뭘 더 묻기 전에 주제를 돌려야만 했다. 그러니까… 아까 얘가….

 

“아, 그, 그래! 그, 시무라, 오비완하고 싸웠어? 아까 하지메 형 밉다며?”

“아, 그, 그거 들었어요…?”

“응, 잘 들렸어.”

“…오비완이라고 한 거면 하지메 형하고도 잘 아는 사이에요?”

 

실제로는 저번에 몇 번 만난 사이에, 후엔 이런저런 일―더 길게 끌고 가 좋을 거 없는 일이기에 이렇게만 얘기하겠다.―로 싸우게 됐다 그렇게 헤어지게 된 사이지만, 지금 피치 공주와 얘기하려면 아는 사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조금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하게 라는 걸 알아보진 못한 것인지 피치 공주는 곧바로 표정이 좋아지며 반짝이는 눈으로 날 빤히 쳐다보다 금세 또 표정이 어두워지며 내 옷깃을 잡았다.

 

“그럼, 대신 형한테 가지 말라고 해주면 안 돼요?”

“가지 말라니?”

“하지메 형, 검술이 정말 뛰어나서… 검술 유학생으로 우주로 떠난다고 해서….”

“…떨어지기 싫은 거구나?”

 

훗날 소개할 때는 그렇게 자랑스러워하고 들떠 하면서 소개하더니, 어릴 때는 또 달랐던 것인지 피치 공주의 크고 동그란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아 보였다. 하지만 내가 뭘 어쩌겠나. 과거를 바꿀 수 없고, 바꿔서도 안 되는데.

 

“미안, 그렇게는 해줄 수가 없어.”

“왜, 왜요…?”

“엄…. 너한테는 매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오비완의 실력은 정말 대단해. 그래서 우주로 유학도 가는 거겠지. 그러니까 내 말은 말이야, 오비완이 가는 이유는 결국 너희 때문이라는 거야.”

“우리, 때문이요…?”

 

아, 울려버렸다. 말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피치 공주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건 알지만…. 어쩌겠나, 그게 정해진 미래인데.

 

“그러니까, 오비완은 너희를 소중하게 생각하잖아? 그래서 너희가 계속 웃으며 지냈으면 하고 또… 울지 않았으면 하고?”

“네….”

“그래서 가려고 하는 거야. 소중히 하는 너희 남매를 더 지키고 싶어서. 너희가 우는 걸 보고 싶지 않으니까. 슬퍼도, 기뻐도, 어느 때라도 웃으며 이겨내고 표현했으면 하길 바라니까.”

 

그 사람과 싸워본 나라서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오비와는, 정말로 시무라 남매를 좋아하고 아끼고 있다는걸. 그러니까 아마도 이 답이 맞을 것이다. 뭐, 어쩌면 진짜로 더 강해지기 위해 가는 걸 수도 있겠지만, 내가 내린 답은 이거였다. 정확한 건 오비완만 알겠지만.

 

“정말, 요…?”

“응, 정말로.”

“그러니까, 울지마, 시무라. 오비완은 분명, 더 강해져 너희 앞으로 돌아와서, 분명, 너희를 또다시 웃게 해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니 피치 공주는 훌쩍이며 제 옷소매로 눈가를 문질렀다. 어떻게든 안 울겠다는 듯 씩씩하게 웃어 보이려고 하기까지 했다. 아마 저것도 오비완이 알려준 것이겠지.

 

“알, 겠어요. 그럼, 그럼, 저도 하지메 형처럼 강해질래요. 누님이 말했던 심이라는 게 뭔지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꼭 강해져서 하지메 형이 그런 마음인 것처럼 저도, 두 사람을 지켜주고 싶어요!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응, 될 수 있어. 아니, 이미 이뤄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내가 봐왔던 넌 이미 충분히 이뤄내고 있었지만? 오비완이 참 좋은 걸 많이 알려줬네. 왜 피치 공주 네가 그렇게 따랐는지 알 것 같아.’

 

그러니 더 큰 얘기는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언제가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더 깊게 얘기해서 저 아이가 성장하는 걸 막는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저 아이한테 오비완이 죽는다거나 얘기한다면, 분명 지금처럼 성장하지 않을 것이기에.

 

“그나저나, 이제 돌아가서 화해하는 게 좋지 않겠어? 오비완도 걱정할걸? 잘못하면 네 누나한테도 더 크게 혼날 수도 있고.”

“그, 그렇네요…. 누님한테 혼나는 건 싫은데….”

“잘 화해하면 누나도 크게 뭐라고 하진 않을 거야, 아마도.”

“그 아마도가 거슬리는데요….”

“내가 뭐라 했던가? 돌아가 봐, 어서.”

“…네, 알겠어요….”

 

살짝―사실은 꽤나 그래 보였지만.―걱정하는 얼굴을 한 피치 공주를 어찌저찌 달래서 보내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난 이제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데? 응?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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