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저씨.”
“아저씨 아니라니까?! 그나저나, 왜.”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뭐긴, 신파치잖냐.”
“아니, 피치 공주긴 하지. 근데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멍청아.”
무메이는 제 눈앞에 보이는 상황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앞에서 손을 흔들며 자신들을 반기고 있는 파릇파릇한 신입생, 신파치의 모습이 저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모습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같은 대학에 붙었다며 기분 좋은 강아지같이 방방 뛰며 자신에게 자랑하던 동그란 머리는 온데간데없이, 좀 더 꾸미기도 하고 성장한 듯한 모습―순전히 객관적 의견이다.―으로 변한 신파치의 모습에, 무메이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성장한 건 좋은데, 꾸민 건 무슨 이유인 걸까 싶어 하면서.
…
“선배.”
“응, 왜.”
“화났어요, 선배?”
“아니? 내가 너한테 화를 왜 내겠어?”
그럼, 왜 멀찍이 떨어져서 걷는 건데요…. 긴토키에게 반강제적으로 역할을 떠맡아―“오랜만에 애인이랑 진하게 보면 좋잖냐. 따로 빼줄 테니 파치는 너가 설명해 줘라.”라고 했다.―신파치에게 캠퍼스 설명을 하게 된 무메이는 신파치보다 빠른 걸음을 걸으며 그의 앞을 걸어갔다. 최대한 걸음을 맞춰보려고 하며 뒤에서 걸어가던 신파치는 그런 무메이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1학년 선배로 사귀던 중, 먼저 무메이를 대학에 보내고,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며―마침 진로에 맞는 과도 있었기에―악착같이 공부해서 같은 대학에 붙은 건데, 좀 더 기뻐해 줄 거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이런 반응이라니. 신파치로서는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 그렇다고 화가 난 것도 아니라고 하니, 신파치는 더 무어라 하지 못하고 무메이의 뒤를 쫓았다. 멀어진 거리를 좁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피치 공주.”
“네?”
“고생 많았어, 시험 보고 여기 따라오느라.”
“가, 감사해요….”
여전히 앞만을 보며 걸어가는 무메이의 뒷모습을 보며 신파치는 멋쩍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역시, 화난 건 아닌 걸까? 살짝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신파치는 무메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같은 위치에 서게 되니 저 등이 다시금 가깝게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기에, 신파치는 좀 더 속도를 내 걸었다.
“근데…. 그럼, 왜 뭔가 불만인 것처럼 그러세요?”
“…아니, 딱히 불만인 건 아닌데….”
“태도는 불만 있으신 것 같은데요, 선배.”
“그런 건 그냥 넘기면 안 되는 거야?”
“선배에 대한 거면 다 신경 쓰이고 풀어주고 싶은걸요.”
“…네 그런 점도 좋아하지만 이럴 땐 정말 귀찮다.”
걸음을 멈추며 무메이는 뒤돌아 신파치를 쳐다보았다. 신파치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곤 무메이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신파치를 쳐다보던 무메이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제 머리를 헤집었다. 신파치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뭐 실수했어요?”
“아니, 네가 실수한 게 아니라, 그냥 내가 혼자 신경 쓰이는 건데….”
“너 왜 그렇게 꾸미고 나왔어?”
“네?”
아 역시 이렇게 말하니까 이상하잖아!! 무메이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그대로 쭈그려 앉았다. 신파치가 눈을 깜빡이다 조심스럽게 무메이의 옆에 다가가 자신 또한 무메이의 시야에 맞게 쭈그려 앉았다. 무슨 소리예요, 선배…? 다정한 목소리에 무메이가 신파치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상냥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너 재작년에 볼 때까지만 해도 둥근 머리에… 좀 귀여운 상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크고, 멋진 애가 됐잖아. 또… 좀 꾸미기도 했고 오늘은….”
“어… 그렇게 둥글지도 귀여운 상도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은 좀 꾸미긴 했죠. 그런데요?”
“아니 그걸 보니까… 좀 신경 쓰인달까…. 너 성격도 좋으니까 좀 그랬어….”
…괜한 소리니까 신경은 쓰지 말고.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하는 무메이에 신파치는 저도 모르게 작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첫날이라 조금 꾸며보자고 한 게 그렇게 신경 쓰이게 했던 건가. 애초에 멋진 모습 같은 걸 보이고 싶었던 상대는 선배뿐인데. 신파치의 웃음소리를 들은 것인지 무메이는 고개를 돌려 신파치를 쳐다보았다. 왜 웃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냥요, 좋아서요.”
“내가 이러는 게 좋다고?”
“네, 선배랑 같은 대학 오려고 하길 잘한 것 같아요.”
“…너 뭔가 전이랑 느낌 달라지지 않았어?”
그래요?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신파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무메이를 쳐다보았다. 오늘도 역시 같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노력하길 잘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신파치는 무메이의 손을 살짝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