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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내내 따뜻한 기후와 맑은 바다 덕분에 비수기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 어느 휴양지의 섬의 고급 호텔 안.

투숙객을 위한 바에서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은 칵테일만 홀짝이던 플로이드는, 제 옆에서 작은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렌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아기새우야, 지금 나가면 안 돼?”

“선배. 그러다가 놓치면 아줄 선배에게 진짜 죽을 거예요.”

“흐음. 그러면 아줄은 살인죄로 잡혀가겠네?”

“…….”

 

자신은 비유적 의미로 쓴 말인데, 아무래도 플로이드는 ‘뜻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하긴, 이번 작전은 워낙 중요한 일인 만큼 의도적인 실패랑 함께 돌아간다면 정말 목이 날아갈 수도 있겠다. 참고로 방금 저건 비유적 표현이자, 또 한편으로는 뜻 그대로의 의미였다. 두 의미의 결과는 좀 다르지만, 어느 쪽도 곤란해지는 건 같지 않은가.

허탈하게 웃은 아이렌은 손목 위 작은 스크린에 보이는 테러범을 살폈다. 워낙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직접 상황을 살피기엔 너무 멀다 싶을 정도로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그런 걸까. 다행스럽게도 상대는 자신을 노리는 요원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왜 목표물이 눈앞에 있는데 기다려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니까.”

“괜히 자극했다가 소란스러워지면 큰일이니까요.”

“아~ 불합리해. 나쁜 놈들은 누가 얼마나 죽든 자기 멋대로 해도 되고 우리는 민간인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감봉이라니.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작전 중 다칠 수도 있는 거잖아.”

 

소리 죽여 불평하는 플로이드는 잘 훈련받은 정예 요원이라기보단 놀기 좋아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그런 파트너의 모습이 성가시긴커녕 귀엽게만 느껴지는 아이렌은 반대편 건물에 있을 그의 쌍둥이 형제 이름을 입에 올렸다.

 

“아니면 제이드 선배랑 자리 바꾸시는 건 어때요?”

“그건 싫어. 가만히 숨소리도 죽이고 쏠지 안 쏠지 모르는 상황서 스코프만 들여다보고 있으라고? 절대 사양이고.”

“그러면 여기서 기다리셔야겠네요.”

 

확실히 차분하고 끈기 있는 제이드와 달리, 기분파인 플로이드는 기다림과는 맞지 않지. 그에게 저격 임무를 맡기느니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게 나으리라.

하지만 사람이란 누구나 장단점이 있는 법. 빠른 판단력과 직감, 놀라운 신체 능력이 특징인 플로이드는 잠입이나 대인전에는 딱 맞는 인재였다.

보기엔 좀 미덥지 못할 수 있어도 사실은 그만큼 믿음직스러운 동료가 없음을 아는 아이렌은 슬쩍 상대 어깨에 기대었다.

 

“그래도 저랑 같이 있으니까 좋죠?”

 

누가 본다면 작전 중 웬 애정행각이냐 할 수도 있지만, 이건 다 필요한 행동이었다. 지금 자신들은 함께 휴양을 온 커플인 척 잠입하고 있는 거니까.

사심과 업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놓칠 리 없는 플로이드는 가까이 붙어오는 아이렌의 허리를 끌어당겨 안으며 킥킥거렸다.

 

“아기새우랑 같이 있는 거 아니면 안 왔지.”

“그렇죠?”

“그러엄.”

 

어지간히도 상대가 귀여운지, 플로이드는 강아지처럼 아이렌에게 머리를 비비적거리기 바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이 좋은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으니.

 

「플로이드, 일에 집중하세요.」

 

아이렌의 뺨에 입을 맞추고 있자니, 겉으로 보았을 때는 거의 티가 나지 않을 초소형 이어폰으로 쌍둥이 형제의 충고가 들려온다. 플로이드는 좋은 시간을 방해하는 냉정한 목소리에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꾹. 귓가를 만져 마이크 기능을 켠 그는 제이드에게 날이 선 말투로 대꾸했다.

 

“뭐야, 제이드. 그러는 제이드야말로 목표물을 봐야지 우릴 보면 안 되는 거 아냐?”

「본 적 없습니다. 아줄이 대신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말해도 안 듣는 거 같다고.」

“응? 말했나?”

 

능청을 떠는 게 아니라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 눈을 끔뻑인 플로이드는 제 기기를 확인했다. 아이렌의 것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긴 손목의 장비를 이리저리 만져 본 그는 ‘아’하고 짧게 탄식하곤, 제이드에게 답해주었다.

 

“아까 잔소리가 심해서 본부 통신을 꺼뒀던 걸 까먹었네. 미안?”

「이런, 이런.」

 

전혀 미안한 말투가 아니지 않은가. 이래서야 작전을 마치고 돌아가는 즉시 아줄에게 3시간 넘게 잔소리를 들을 것 같다.

하지만 형제가 어떤 곤란을 겪어도 제게는 그저 재미있는 일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일 뿐이지. 제이드는 방금 대화를 본부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는 아줄에게 그대로 전해주려 했지만, 그와 동시에 스코프 너머로 목표물이 움직이는 걸 보고 아이렌에게 연락했다.

 

「아이렌 씨, 플로이드. 목표물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몰래 따라가서 생포하죠.」

 

드디어 움직이게 된 건가. 지루함을 알코올도 없는 칵테일과 아이렌과의 교감으로 달래던 플로이드는 제 품에 안겨있는 아이렌에게 물었다.

 

“생포가 안 될 거 같을 때는 처리해도 되는 거 맞지?”

“그건 그렇긴 한데, 일단 처리부터 하려는 건 아니죠?”

“에이, 설마. 그러면 또 아줄이 잔소리 하면서 경위서 쓰라고 할 거 아냐. 그건 싫고. 자, 가자.”

 

빈 잔 세 개를 동시에 바텐더 쪽으로 내민 플로이드는 놀이공원에 입장하는 사람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목표물을 쫓아갔다. 아이렌은 바텐더에게 정중히 인사 후, 화면으로 상황을 살피며 파트너를 뒤따라갔다.

 

‘말은 그렇게 하셨지만, 어떻게 될지 모른단 말이지.’

 

자신들이 상대하는 목표물들은 대부분 ‘중범죄자’ 같은 단어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한, 세계의 악 같은 존재였다. 온 세계에서 선량한 시민들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고 재산을 착취하고 다니는 사이비 종교인들이나, 국가를 뒤흔드는 부정을 저질러 여러 나라가 뿌리째로 뒤흔들리게 하는 정치범들. 그리고 똑똑한 머리와 뛰어난 기술로 위험한 약물이나 무기를 만들어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일로 돈을 버는 쓰레기들 말이다.

그러나 그런 재활용이 불가능한 범죄자들을 상대하면서도, 아이렌은 가끔 그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바로, 그들을 상대하는 요원이 이 쌍둥이 형제들일 때였다.

‘원래 목격자가 아무도 없으면 암살이다.’ ‘어차피 이 건물에 선량한 민간인은 아무도 없었고 전부 약쟁이들이었으니, 아줄도 크게 혼내진 않을 거다.’ 그건 제이드와 플로이드가 작전 중 내뱉는 가장 흔한 변명 중 하나였다.

민간인의 목숨은 항상 지키지만, 상대가 악인일 경우 가차 없이 날뛰는 극단적인 정의. 그야말로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두 사람은 놀라운 작전 수행 능력 덕분에 항상 윗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가끔 도가 지나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청소’를 하여 뒤처리를 해야 하는 동료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아이렌 씨. 다치시면 안 됩니다. 만약의 경우 제가 저격으로 구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예, 감사합니다. 제이드 선배.”

 

뭐. 그나마 다행인 건 두 사람 다 제 말은 잘 들어준다는 걸까. 상부의 말도 가끔은 무시하곤 하는 두 형제가, 후배인데다 연하인 제 말은 잘 들어준다는 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제이드의 애정 어린 걱정에 미소와 함께 답신한 아이렌은 품속의 권총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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