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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하나오카 입니다. 현재 흉기로 인질을 위협 중인 시나가와 용의자와 대치 중, 반장님. 발포 허가를 부탁... 야, 잠깐...!!

-발포 허가는 됐습니다, 당신은 여기 계세요. 혼자 가서 체포할 수 있으니,

-무슨 미친 소리를, 야!!!

 

날카로운 소리로 제 파트너를 붙드는 목소리가 무전 너머로 시끄럽게 들려왔다. 류야가 무전 너머의 두 사람을 불러세워 보았으나 효과는 없었다. 딱 한 번의 총성, 그리고 새된 비명과 수많은 대원들이 우르르 뛰어가 쫓던 용의자를 제압하는 소리들 사이에서 이치노세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똑똑하게 들려왔다. 곧 다시 류야의 무전기로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은 하나오카, 이치노세 형사가 용의자의 총기에 복부 중상, 외로도-... 하아, 구타와 장기간의 감금으로 인한 쇠약한 상태입니다. 구급차 지원 부탁 드립니다!!

"뭐야?! 어이, 쿠루스, 잇토키. 빨리 구급차 불러!!"

"알겠습니다!!"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풀 수 없는 현행범 체포의 현장, 수많은 경찰들과 형사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는 상황에서 부하의 목소리가 똑똑하게 들려왔다. 무전을 끄지 않은 탓이겠으나, 류야는 그 목소리를 더 듣고 싶지 않아서 무전을 스스로 끄고 싶을 정도였다. 절박한 목소리가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머릿속에 맴돌듯 남았다.

 

-이치노세, 제발, 제발...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고 바란 사람의 눈 앞에서 누군가가 죽어버리는 일만큼 잔인한 일도 없다. 스스로 그 경험을 모르는 것이 아닌 류야이기에 더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1초라도 빨리, 급하게.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려왔다. 골든 타임은 놓치지 않았기를 바래야 했다.

 

 

"...야, 너 들어가서 자랬지. 너도 가벼운 상처는 아니니까 입원하는 거 아냐!"

"......싫어."

 

하아, 한숨을 꺼지듯 내쉰 쇼는 병실 침대에 기대 얼굴을 묻은 소꿉친구를 걱정되는 눈으로 바라보며 1인실 한켠에 있는 의자에 자리 잡고 앉았다. 유네는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이치노세의 옆에서 그렇게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한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옆 병실이지만 제 병실에서 쉬는 소꿉친구를 본 적이 없었다. 얼굴은 대부분 팔로 가려졌음에도 꽤나 수척해진 것이 눈에 띄었다. 뭐라도 먹기 쉬운 것을 침대 옆 탁상에 올려두며 쇼는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라도 쪽잠은 자고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뭐라도 좀 먹고, 너도 충분히 쉬면서 회복을 하라고. 쟤가 일어나고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

"똑같은 죄책감 만들어주고 싶은 거 아니잖아."

"...알아, 나도."

 

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뭔가 하는 사이에 상태가 안 좋아지기라도 한다면. 그런 생각이 영영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일주일 전후로는 의식을 회복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어쩔 수 없는 처사였다. 그 반응의 이유를 잘 알기에, 거기서 더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동생을 보냈으니까.

 

안다, 알고 있다. 그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혹여 떠나 보내더라도 그 순간에는 곁에 있어야, 조금이라도 절망에 덜 빠질 것 같은 기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러다 그가 잘못되면 나중에 깨어난 토키야가 더욱 죄책감에 빠질 게 눈에 훤히 보였다. 딱딱하고 타인에 관심 없는 것처럼 보여도 나름 주변인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그 녀석. 그렇지 않았으면 형사따윈 할 생각도 안했겠지만.

 

"...쇼, 미안해. 나까지 괜히 걱정하게 만들어서."

"알고는 있네. ...그럼 좀 너부터 챙기고 생각해."

"......그건 못해."

"하아......"

 

이럴 때 보면 정말, 이놈이고 저놈이고 똑같이 고집불통이었다. 두 사람이 왜 싸우는 지 알 것도 같았다. 똑같이 하려는 대로 하지 못해서 부딪히는 사람들이었다. 유네의 경우는 좀 다를 테지만, 뭐, 실제로 그런 식으로 말싸움을 벌이는 걸 본 게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

 

"...아무튼, 잘 때만이라도 병실에 돌아가서 자. 보나마나 간호사 분들한테 맨날 혼나지? 너."

"...응..."

"못 살아..."

 

툭툭, 여전히 병상에 얼굴을 묻고 엎드린 유네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어주듯 도닥이며 쇼는 병실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여차하다 이치노세가 잘못 되어도 형사 그만 둘 생각은 하지 말고."

"......"

"저 녀석이 제일 바라지 않는 결말일 걸."

 

말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다. 쇼는 병실 문을 조심히 닫고 병원을 나섰다. 다음 번 병문안에는 뭘 사다 줘야 하나, 그런 고민이 되었다. 고개가 아주 살짝, 끄덕여지는 걸 보았기 때문에.

 

토키야의 의식 회복 소식이 들려온 건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유네는 3주면 퇴원할 수 있었던 것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탓에 생사의 고비까지 넘겼던 토키야와 퇴원 날짜가 겹치고 말았다. 마중 나온 쇼는 병원을 나서며 유네에게 걱정 섞인 잔소리를 늘어놓는 토키야의 회복력에 감탄하며 곁에 있던 오토야가 죽을 뻔 했던 사람 맞아? 라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에 답하듯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카가야키 서 형사과에서 두 팀 통째로 경시청 소속으로 발탁되듯 인사이동 된 지 약 3년.

경찰서 형사과에서 큰 수사 건의 꼬리를 물어 해당 건을 수사 중이던 수사 1과 소속 경찰에게 정보를 전달해 큰 공을 세운 것으로 네 사람은 형사부 기동수사대 근무를 2년 거쳐 수사 1과로 승진했다. 형사과에 오게 되었을 때 달고 있던 순사부장, 말하자면 "형사"로서의 모양새가 제법 단단하게 갖춰졌을 시기였다. 22살의 쇼는 그렇게 수1에 가고 싶다고, 형사부에 가고 싶다고 안달을 냈었던 것이 이렇게나 빠르게 이루어진 셈이었다. 초동수사라던가, 한 번 쯤 해보고 싶지. 최종 목표는 수사 1과 엘리트 형사였지만, 드라마의 영향으로 이래저래 경찰공무원으로서의 꿈을 키운 두 사람은 아직은 어린 티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문제라고 한다면, 카가야키 서에 있을 적 파트너는 다들 해산되었다. 물론 기수에 있었을 적이라고 같은 파트너였던 적은 없지만. 제1기동수사대에서 수사 1과로 출세 코스를 밟은 두 사람은 그리 생각했다. 레이지는 카가야키 서에 남았고, 유네의 파트너 선배는 총무부 쪽으로 인사이동을 해버렸다. 결국 철저하게 형사 코스를 밟은 건 어린 두 사람 뿐이었다.

 

"그런다고 레이지 선배가 이쪽으로 올라오는 건 아니지만 말야."

"유네, 너는 낭만이 없어. 파트너가 다른 부서로 간다고 할 때도 미련 없이 보내고 말야. 형사라고 하면 버디, 2인 1조! 끈끈한 유대! 이런 거 아냐? 아니, 그렇다고 지금 파트너랑 합도 잘 맞으니까 문제될 건 없지만."

"그런 낭만 같은 거 아직도 가지고 있을 여유 없거든? 드라마도 아니고, 공무원 특성 상 짧으면 몇 개월, 길어봐야 3년 알고 지낼 사이야. 어휴, 우리 세이기 군은 언제 철 들래?"

"어라? 여기서 뭐해? 두 사람."

 

파일 철로 쇼의 이마를 툭 때리며 장난스레 말을 이었다. 벌써 3년 정도 본 모습이지만, 정장을 빼입은 소꿉친구가 낯설어 보였다. 쇼는 파일철로 맞은 이마를 손으로 문지르며, 안에 베스트에 넥타이까지 정갈하게 입은 유네를 훑으며 한 마디 더 던지려던 차, 동료 형사인 오토야가 말을 걸어왔다.

 

"어머, 잇토키 형사. 뭐하긴, 철 없는 소꿉친구 동료에게 설교 중."

"설교는 무슨, 그러는 너도 파트너랑 부쩍 사이가 좋은 거 같더만."

"아, 뭔지 알 거 같아, 방금 하나오카 꼭 이치노세 닮았지~"

"쌍으로 한 번 씩 더 맞고 싶은 건가?"

 

죽은 눈으로 두 사람에게 미소지어 보이자 슬슬 짜증을 감지했는 지 쇼가 화제를 돌리려 했지만, 오토야는 느끼지 못했는지 그럼에도 계속 두 사람의 이야기 뿐이었다.

 

"그래도, 이치노세도 하나오카 덕분에 많이 변했지~ 그만큼 유네가 더 딱딱해졌지만 말야. 뭐랄까, 부부는 닮아간다는 느낌? 그런 건가?"

"잠깐, 잇토키..."

"아! 그러고 보니 이치노세가 비번 날 하나오카랑 만나기로 했다던데, 뭐야? 설마 데이트?"

"뭐? 진짜야?"

 

아하하~ 하고 웃은 오토야의 앞에서 그림자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쇼가 되려 오토야의 말에 놀라 유네에게 사실확인을 하려 했지만, 이미 목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이제와서 수습하려 해도 별 소용은 없는 모양이었다. 후후후, 웃어보인 유네는 파일 철로 손바닥을 탁, 탁 치며 오토야에게 다가갔다.

 

"...우리 잇토키 형사님은 정말 모르는 게 없으시네... 이제는 하다 못해 직장 동료의 사적인 일까지 꿰차고 있고... 응?"

"...앗, 하나오카? 화 났어?"

"......설마? 아니, 그냥 속속들이 남의 사정까지 캐묻고 다니는 그, 음 뭐랄까? 형사로서의 정보 수집 능력? 에 대해서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엄청 화 내고 있잖아!!"

 

오토야가 심각하게 뭔가 잘못됨을 느끼고 뒷걸음질 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등 뒤에는 단단한 콘크리트 벽이 자리잡고 있었다. 삐질삐질 식은 땀이 오토야의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듯 했다.

 

"그러고보니, 잇토키 형사님? 그제 현장에서 체포 도중에 아무거나 발로 차서 범인 머리를 때려 맞추는 바람에 기물 파손과 과잉 진압으로 되려 시말서를 쓰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맞니?"

"에? 저, 저기, 하나오카?"

"어라~? 분명히 몇 주 전에도 기수대원 경봉을 마음대로 뺏어서 범인한테 집어던졌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 에, 그러니까..."

"할 말은?"

"...죄송합니다......"

 

꼭 콩트라도 찍는 것 같았다. 오토야가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자 풀 죽은 강아지마냥 귀와 꼬리가 축 늘어지는 게 보일 정도였다. 곁에서 보던 쇼는, 정말로 유네가 파트너를 닮아간다고 느끼며 간신히 웃음을 참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곧 쇼에게도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래서? 파트너로써 폭주를 막을 생각은 커녕 같이 더 기름을 들이 부은 소감이 어때? 쿠루스 형사."

"에? 아-... 그러니까..."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내뱉어 부르는 이름에 일렁이는 분노가 담겨있었다. 오토야와 같이 소꿉친구의 갑작스런 압박에 쩔쩔매며 몸을 뒤로 물렸다.

 

"...그..."

"...응?......"

"......그치만 그렇게라도 안하면 못 잡을 것 같아서..."

"......"

 

한숨을 푹 쉰 유네는 탁!! 소리나게 파일철로 제 손을 치고는, 쇼의 면전에 호통이 떨어뜨렸다.

 

"...현행범 체포를 너희만 하니!?! 현장에 있던 경찰들이 얼마나 많은데!!"

 

분명 동기고, 소꿉친구인데, 이럴 때 보면 꼭 상사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잔소리를 퍼붓다 보면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유네의 파트너 형사인 토키야였다. 지금 이 파트너를 만나서 유네가 더 고지식해졌다고 느낀다면, 솔직히 그렇다. 하얀 셔츠 위로 빼입은 넥타이, 베스트, 자켓까지. 정갈함을 챙겨도 너무 챙겨서, 역으로 딱딱하고 꽉 막힌 사람처럼 하고 다녔으니. 쇼는 슬슬 눈을 피했다.

 

"하나오카 씨, 그쯤 해두세요. 어차피 시말서에 밀린 일도 있으니 벌은 알아서들 받을 겁니다. 신경 쓰지 말고 청취조사나 다녀오죠."

"아, 이치노세. 슬슬 시간이 그렇긴 하지. 가자, 그 쪽으로. 너희는 자료 정리하고 시말서나 다 써놔!!"

 

분명 파트너랑 그리 사이가 안좋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저렇게 합이 잘 맞는 사이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지만, 구태여 모른 척 해야했다. 나란히 복도를 걸으며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쇼는 쓴 웃음을 흘렸다. 1년 전의 소꿉친구의 얼굴에 눌러붙은 듯 떠나질 않았던 눈물 자국은 당분간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에에~ 나도 서류 작업 말고 현장 조사가 좋은데~"

"넌 진짜 그렇게 해가지고 어떻게 수1까지 올라왔냐..."

 

쇼는 그저 지금 곁에 있는 파트너의 등을 떠밀어 수사 1과실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만나자던 용건은 뭡니까?"

"아?"

 

청취조사고 나발이고, 용의자에서 범인이 확정되어 돌고 돌아 그를 쫓아 체포하고 돌아오면 어느 날을 새고 말았다. 벌써 토요일이었다. 이렇게 되면 상황이 애매해질 게 뻔한데. 초조한 듯한 한숨을 흘리는 사이 토키야가 유네에게 뜬금 없이 물었다.

 

"...그러게?"

"...중요한 용건 아니면 취소해도 되는 거죠?"

"...음, 중요하진 않긴 한데..."

 

눈을 굴리며 시선을 피했다. 괜스레 말하는 게 부끄러웠다. 하지만 관계의 정립은 하고 싶었다. 일전의 총격 사건 이후로 행동 범위가 무모해진 토키야를 두고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부러 이러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시선을 돌린 유네의 뇌리에 그 날이 스쳐 지나갔다.

 

 

"......하?"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 사이를 가르고 유네가 얼빠진 목소리로 반응했다. 이 흐름에 어떻게 하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어? 어이가 없다는 듯 눈으로 욕하며 유네는 토키야를 바라보자, 푸핫 하고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지금 웃을 때야?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했는 지는 알고 저러는 거야? 웃는 얼굴이 보기 좋다지만 이번 만큼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아니었다. 아니, 지금. 굉장히 심오한 얘기 하던 중 아니었어? 왜 갑자기 그게 고백하는 결론이 되는 건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본 토키야는 터뜨렸던 웃음을 가라앉히고 은은한 미소를 띠어보였다.

 

"좋으니까요. 당신이."

"뭐, 뭔,"

 

"어차피 살아가려면, 이런 관계 하나 즈음은 안고 가도 괜찮지 않나, 싶어서."

 

여전히 중의적이고 애둘러 한 말이었지만 슬쩍 본 그의 귀 끝이 평소와 다르게 붉었다. 어어, 이 양반 진짜 선수야. 자연스럽게 깍지를 끼네? 응?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리지만 거절의 답을 내놓지도, 잡은 손을 풀지도 않았다. 갈 곳 없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스윽 고개를 돌리더니 퉁명스럽게 물었다.

 

"...다른 부서로 이동해야 될텐데? 어느 한쪽이든."

"비밀로 하면 상관 없잖아요?"

"......진심이야?"

"저는 언제나 진심이에요."

 

살짝 노려보는 시선과 마주한 그의 입꼬리는 여전히 능글거렸다.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굳이 따지지 않은 이유는 그 사실을 본인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사실, 입을 맞추거나 그 이상의 짓을 하지 않은 것 뿐이지 이미 할 거 다 한 사이였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밥먹듯이 말싸움을 하던 사이였다.

 

"......무리해서 연애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그냥, 당신이 좋다는 소리였어요. 같은 대답을 돌려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설마. 제가 늘 잔소리하고 화를 냈던 건 당신이 무모하게 행동해서잖아요?"

"지금 발포 허가도 없이 단신으로 용의자한테 뛰어들어서 총 맞고 며칠 동안 의식 불명이었던 사람한테 듣고 싶지 않거든?"

 

유네가 여전히 토라진 듯 굴어도 토키야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저 '그렇게 말해도 사실 같은 마음일 거라는 걸 알고 있다'는 태도에 약이 올랐으나 타박할 생각은 없었다. 문제는 그런 것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더 바랄 게 없다는 소리나 하지 마, 꼭 그렇게 되면 죽어도 된다고 말할 것처럼."

"다르지 않은데요?"

"이게 진짜...!!!"

 

며칠동안 제대로 회복도 못하고 간병한 사람한테 할 말이야? 그 말에 확 기분이 상한 유네는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려던 마음이 쏙 들어갔다. 이미 유네의 대답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토키야는, 다음에 들려오는 단단히 화가 난 듯한 목소리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대답 안해."

 

"에?"

"그렇게 말할 거면 대답 안한다고. 사귀지도 않을 거고, 너랑 뭘 하는 일도 없어. 딱 파트너, 거기까지야. 그렇게 알아."

 

내리깔린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제서야 농담이라고 해도 먹히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의식 회복 후의 한 달은 토키야가 유네의 기분을 살피면서 설득을 하고 지냈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지금까지도 그저 파트너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주말 약속이라는 건 다름아닌 그 이유였다. 1년 정도 기다리게 했으면 답을 돌려줄 때도 되었지. 실제로 너무 바빠서 고백에 대한 답을 차일피일 미루던 것도 사실이었다. 오토야에게 화를 낸 건, 정말로 혼을 내기 위해서도 맞지만 허를 찔려서 괜한 화풀이를 한 것도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제대로 선언해야 했다. 네가 나와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그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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