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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에 두 명.]

[그리고?]

[카구라 뒤에 한 명 더 있어. 그 옆에 방에도 있고.]

[너무 많은 거 아니냐 해! 히나 하나 다 어떻게 때려눕히냐, 이걸!]

[그러니까 이렇게 알려주고 있잖아, 모른 채로 당하지 말라고.]

 

이어마이크를 통해 얘기하며 여자는 감았던 두 눈을 떴다. 옥상에 내리쬐는 빛이 눈 부셔서, 그녀는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팀원들에게서 훨씬 떨어져 있는 어느 폐건물의 옥상에서, 여자는, 무메이는 어둠의 눈을 빌려 팀원들―해결사―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혼자 떨어져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주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초능력인 만큼 조심히 다뤄야 했기 때문에, 좀 더 안전하게 쓰고 자신이 방해되지 않으려면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정부로부터 받은 초능력 제어 팔찌가 있다 한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더 주의해야 했다.

[다 처리했다 해!]

[더 없지?}

 

잠깐 멍때리던 것을 깨우듯 들리는 물건은 던져 치우는 소리와, 얼음 소리, 그리고 말소리에 무메이는 다시 정신을 차리곤 두 눈을 감았다. 다시 어둠의 시야를 빌릴 때였다. 뒤에서 오는 사람 다수. 이것만 처리하면 오늘 그들이 할 일은 전부 끝날 것이었다.

 

[수고했어. 그대로 뒤에서 오는 애들만 처리하면 돼.]

[아직 더 있냐 해!?]

[어쩔 수 없지, 카구라짱…. 아무래도 규모가 큰 조직이니까….]

[그래도 너무 많은 거 아니냐 해! 빨리 돌아가고 싶다 해―.]

[어쩔 수 없잖냐, 욘석아. 이것만 끝나면 되니까 후딱 끝내고 가자고.]

[그래, 빨리 끝내고 가자. 계속 눈 감고 멀리서 보고 있는 것도 이제 힘들거든?]

[[네가 제일 평안하거든?!]]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며 떠드는 것도 잠시, 무언가 세게 때리는 것 같은 큰 소리와 함께 무메이는 머리가 울리는 듯한 감각과 함께 자신의 몸이 앞으로 기우는 것을 느꼈다. 결국 앞으로 쓰러지고만 것은 덤이었다. 이어마이크도 그 충격으로 떨어져 멀리 떨어져 버렸다.

 

“미친….”

 

짧은 욕을 읊조리며, 무메이는 점점 흐려지는 시야를 뒤로하고 겨우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삽을 든 어떤 남자가 거친 숨을 헐떡이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지금 자신들이 처리하고 있는 조직의 말단 조직원 같아 보였다.

 

 

“긴토키 씨! 인원수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지 않아요?!”

“내가 아냐?! 언제 또 세력이라도 키웠나 보지!“

“메이, 더 오는 녀석들 있냐 해?!”

“뭐야, 왜 답이 없어?”

“메이, 들리냐 해! 메이!”

 

이어마이크를 통해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너무 고요했다. 그들이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낀 건 그때였다.

 

“긴짱! 혹시 무슨 일 생긴 거 아니냐 해…!“

“그럼, 큰일이잖아요!”

“젠장, 그렇다고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잖냐!”

 

앞, 뒤로 몰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세 사람은 이도 저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대치할 뿐이었다. 같은 팀원이 위험한 것 같다, 는 생각에 그들의 행동과 사고가 더 급해졌다. 그러던 중, 카구라가 입을 열었다.

 

“긴짱! 여긴 나랑 신파치가 맡겠다 해! 긴짱은 메이쪽에 가보라 해!”

“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너네만 두고 가냐…!”

 

카구라의 말에 상대의 다리를 얼리며 움직임을 저지하던 긴토키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반박하였으나, 카구라는 됐으니 빨리 가라는 듯 제 옆에 큰 기둥을 제 괴력으로 들어 올려 건너편의 사람들에게 던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파치 또한 긴토키를 보며 “괜찮으니 어서 가보세요. 정말 위험한 거면 구해야죠!”라며 긴토키를 창가가 있는 옆방으로 밀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긴토키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기며 “…금방 다시 돌아올게.”라고 말한 후, 창문을 몸으로 깨부숴 아래로 떨어지곤 급하게 무메이가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너가, 너가 제일 골치 아프다고 그래서…. 대장이 시킨 대로 했는데, 역시나….”

“…….”

 

불안정한 목소리 톤, 거친 숨소리. 남자의 상태는 어딜 봐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자신을 때릴 때 사용한 삽을 떨어뜨리는 모습이 아무래도 이렇게 누군가를 때리게 되는 일은 처음인 것 같이 보인다고 무메이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자신이 초능력만 쓸 수 있다면, 이런 남자쯤은 지금 당장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조금 전 머리를 얻어 맞아 제대로 된 사고가 안 돌아갈뿐더러 낡았지만 채워진 제어 장치 때문에 초능력을 쓰는 것이 어려웠다.

 

‘이것만 끊어내면….’

 

흐려질 것 같은 정신을 부여잡고, 무메이는 팔을 올려 낡은 제어 장치를 땅에 내려치기 시작했다. 어쨌든 이걸 부숴야만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었으니까. 그런 무메이의 모습을 보던 남자는 뭐하냐는 듯 비명을 지르다 자신의 옆에 있는 삽을 들어 올렸다. 이 상황을 빨리라도 끝내고 싶다는 듯 손을 떠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그, 그만 안 두면 이걸로 때릴 거야…!”라는 남자의 말이 들렸지만, 무메이는 지금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서 이 사태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마, 말 안 들어?!”

‘조금만, 더….’

“이걸로 때린다니까!?”

‘조금만 더 하면…!’

 

입술을 꽉 깨물어 정신을 잃지 않게 하며, 무메이가 마지막으로 제어 장치를 내려치려고 할 때였다. 남자의 이성이 더는 버티지 못한 것인지, 그는 삽을 그녀의 머리에 다시금 내려치고 했다. 그 순간, 땅에 더 먼저 닿은 제어 장치가 힘에 이기지 못해 부서지며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순간 생포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무메이는 그런 생각은 밀어두고는 그림자 속 어둠에 중얼거렸다―

 

―“죽여버려.”라고.

 

 

긴토키가 숨을 헐떡이며 무메이가 있을 옥상 문을 열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쓰러진 무메이와, 산산조각난 제어 장치, 그리고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에 죽을 위기에 처한 남자였다. 아무래도 저 남자가 무메이를 저렇게 한 것은 바로 알 수 있었으나, 그래 놓고는 왜 지금 이런 상태가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순간 다른 초능력자가 이러는 걸까? 라고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남자를 죽이려고 하는 건 무메이의 초능력이 분명해서, 긴토키는 일말의 고민 없이 남자를 살리기 위해 제 초능력을 사용해 그림자를 얼리는 것을 택했다. 아무리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히어로가 민간인을 해한다면 그것은 분명 징계받을 것이 분명했기에, 긴토키는 그것을 막고자 하였다. 감고 있던 무메이의 눈이 떠져 자신을 바라본 것도 그 순간이었다.

 

“…뭐 하는 거야.”

 

무미건조한 말투, 왜 자신을 방해하냐는 듯한 그 말투에 긴토키는 잠시 멈칫했지만, 내뱉을 수 있는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것이 무메이가 초능력을 푸는데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막을 수밖에 없어서, 긴토키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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