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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천국

 

 

신화 속 무녀의 이름을 붙인 거대한 시스템―시빌라―이 있다. 사람들은 판단을 맡기고 역사를 배우지 않고 정신이 건전하지 않은 자를 사회에서 배제한다. 홀로그램을 덧입은 거리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기계가 마음을 읽어 숫자로 출력하는 시대.

 

감정이 신경과 호르몬의 작용일 뿐이라는 사실은 로맨스가 발명된 지 오래지 않아 밝혀졌고 이제 2112년, 사람들은 시스템이 추천한 잘 맞는 상대를 편리하게 동반자로 삼았다.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한 가지 곡물이 식사를 책임지는데 이토록 과학이 발달해도 아직 장악되지 않은 것이 있어서

 

그의 열등감과 나의 불안은 여전히 각자를 옭아매고 있었다.

 

아는 것과 해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 세계 지도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모두가 전 대륙을 밟지는 않는다. 정신 상태가 낱낱이 분석되어도 결국 자신의 마음 하나를 다루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것이 이 시대의 인간들. 발달 단계가 20만 년 전과 다르지 않아 신체와 본능이 문명 수준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더는 무리 짓지 않아도 생존에 지장이 없는데 지독하게 외로움을 느끼는 바보들이다. 게다가

 

한 개체는 우주에서 먼지 한 톨만큼의 부피도 갖지 못하며 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아직도 논파하지 못해 비논리 속에서 목숨을 부지할 뿐이다…….

 

"감시관님은 내세를 믿으십니까."

 

정규 퇴근 시각을 훌쩍 넘긴 심야, 깔끔한 데스크 앞에 앉아 모니터에 띄운 온갖 파일을 살피던 사내로부터 별걸 다 묻는다는 듯한 시선이 먼저 돌아온다. 목소리는 그 뒤에 이어진다.

 

"아니. 종교에는 의지하지 않아."

"그러면 왜 그렇게 열심히 하시죠."

 

자세히 말해, 하는 채근처럼 그는 미간을 구긴다.

 

"이번 사건에 관해 너무 깊이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요. 엄밀히 따지면 그런 건 감시관의 할 일이 아니잖습니까."

"빠른 사건 종결을 바라고 성실히 업무에 임하는 일은 내세의 보상을 바라지 않고서도 가능하다만."

 

맞는 이야기다. 사실 그가 일에 덤벼드는 이유는 배신한 동료나 아버지를 향한 인정 욕구 때문임을 안다. 기대받고 싶고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욕심이 전능한 시빌라 시스템도 해결해 주지 못한 문제로써 내내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는 단지 고통을 줄이고 싶어 할 뿐이다. 의미가 없다 해도 살아있는 동안 행복과 안정을 영위하는 것은 중요하다. 순간의 기쁨이야말로 삶에 대한 실제적인 보상이니까.

 

그리고 그런 점에서 보상은 꼭 한 가지 방법으로 취득할 필요가 없어진다. 모든 것이 의미 없는 와중에 단지 즉각적인 감각만이 삶의 동기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기쁨을 누리면 그만인 것이다. 아마도 이런 사고방식을 시스템은 '잠재범'답다고 판단했을 테고, 잠재범이 아닌 그는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테지만.

 

나는 좋아하는 그 남자에게 나의 방식으로 호의를 베풀기로 한다.

 

"사이코패스가 탁해질 수도 있습니다."

"내 상태는 내가 알아. 이 정도로 오염될 정신은…."

"하지만 범죄계수가 계속 오르고 있잖습니까."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불만스러워하면서 일단 부정하지 않는 것도 재미있다. 과연 시빌라가 선택한 정직하고 모범적인 시민의 표상이다.

 

"형사의 감입니다."

 

다른 말로 엽견의 후각. 그는 이 말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형사로서 일하는 그가 엽견은 아니기 때문에 갖추지 못한 것, 그래서 그를 개들보다 뒤처지게 하는 미심쩍은 덕목. 알면서도 들먹이며 도발하면 알기 쉽게 얼굴에 짜증이 어린다. 신경질적인 그의 표정을 나는 좋아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세요."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선다. 밤새울 작정을 말리듯 그의 책상에 놓인 캔 커피를 들어 반쯤 남아있던 내용물을 모조리 마셔버린다. 그는 팔짱을 끼고 올려다보면서도 어디까지 하는지 보자는 듯 제지하지 않았다.

 

"이만 들어가서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집으로 가서 씻고 이불 덮고 당신이 기르는 강아지나 껴안고 푹 주무세요. 진보한 세상에서도 인간이 일군 천국은 아직 그 정도 형태겠죠.

 

이어 안기듯 치대려 하자 감시관은 곧장 질색하며 밀어냈다. 들어주지 않으면 계속 질척대며 괴롭힐 게 뻔한 내 태도에 금세 백기를 든다.

 

"알아들었어. 너도 이만 퇴근해라. 어차피 일도 없으면서 날 귀찮게 하려고 남아있었던 거 아니까."

"알고 계셨나요…."

"모르는 게 바보잖아. 애초에 사람을 구경하듯 빤히 보지 마."

"말씀하신 건 지키려고 합니다만 그것만큼은 쉽지 않군요. 계속 노력은 하겠습니다."

 

벗어뒀던 재킷을 걸치고 퇴근 준비를 마친 남자가 툴툴거리며 일어선다.

 

"기분 나쁜 녀석."

 

마지막으로 이쪽을 째려본 다음 사무실을 나서려는 옷깃을 잡는다. 고개를 슬쩍 숙인 채 기다리면 체념한 인간이 선심 쓰듯 가볍게 머리를 헝클었다. 왜 이런 걸 좋아하는 거냐, 그래도 말 잘 듣잖아요,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 정말로 고요한 복도 끝을 향해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본다. 동료로 일하는 잠재범의 기벽에 맞춰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충 헤집는 척하면서도 그의 손길이 지나간 머리칼은 꼭 마지막에 단정히 정돈되었다.

 

그래서 특별히 다시 정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일종의 보상이 되지

 

따분하고

 

의미라고는 없이 주어진 삶에…

 

유일하게 추구할 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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