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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최고의 보이그룹 도원향이 뜬금없이 아침 방송에 출연한다는 건 큰 화제였다. 그도 그럴 게 아침 방송이라 함은, 대부분 고연령층이 시청하는 터라 그들을 주력 팬으로 두지 않는 도원향이 굳이 출연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출연하기로 했다. 그 이유에는,

 

‘불노불사(不老不死)’, 데뷔 첫 공중파 출연.‘

 

불노불사는 엔가와 힙합을 섞은 장르로 연예계에 도전장을 던진 신인 그룹이었다. 그 중에서 요즘 가장 핫한 멤버는 산옥이었다. 엔가와 힙합 뿐 아니라 여러 음악에 관심을 갖고, 제 그룹의 노래에 작사까지 하는 것으로 화제가 되었다. 거기에 그는 도원향, 특히 멤버 중 하나인 팔계의 오랜 팬이라고 알려졌다. 팔계가 데뷔 전에 찍은 오디션 프로그램부터 팬을 자처했고 지금도 그가 방송에 출연하면 소장결제 할 루트를 찾곤 했다. 오로지 팬 하나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도원향이었다.

 

“잠이 안 와…….”

“지금 안 자면 방송사고 낸다. 얼른 자.”

“하지만 팔계 님을 뵙는 자리잖아. 긴장 돼.”

“팔계 ‘님’에서 팔계 ‘선배’로 이제 호칭 정리되는 거 아니야?”

“내가 어떻게 그런 흉측한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해?”

 

동료의 말에 산옥이 새된 소리를 내었다. 동료가 킬킬 웃었다. 장난스럽게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난 후 그가 방을 나섰다. 산옥은 침대에 누워 인형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너무나도 동경하던 이를 만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벅찬 마음이었다.

다행히 산옥은 늦잠 자지 않고 일어났다. 동료들과 함께 방송국 대기실로 향했다. 불노불사 대기실 옆에 도원향 대기실이 있었다. 앨범 네 장을 챙겨 조심스레 눈치를 보는 모습에 누군가 등을 팍 쳤다.

 

“으악!”

“으악! 미안해, 놀랐어?”

“오, 오공 님!”

 

세상에. 도원향의 막내 오공이라니! 산옥은 눈앞에 그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 돌아본 상태로 말을 잃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에 팔계와 오정이 나왔다. 그들은 산옥을 발견하고 웃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으, 으앗. 안녕하세요!”

“오, 네가 불노불사의 우리 팬이구나?”

“네!”

“이름은?”

“검색해 봐서 알잖아요.”

“자기소개는 21세기에서 기본 소양 아니야?”

 

팔계와 오정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산옥은 제 동료들과 함께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한 후, 앨범을 건넸다. 대기실 좌석에서 시큰둥하게 앉아 있던 강류가 산옥을 힐끔 쳐다보았다.

 

“너.”

“네?”

“무대 잘 하냐?”

“글, 쎄요. 도원향 님들 앞에서 잘 한다고 말하기는 그렇긴 한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산옥은 묘하게 웃고 있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묻어 있는 얼굴이어서 강류가 흥미롭게 그를 보았다.

 

“그래도 저희 동기 중에서는 저희가 제일 잘 하지 않을까요.”

“너 자신감 대박이다. 그러고 보니, 너 여기서 누구 제일 좋아하냐?”

“저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팔계와 눈이 마주친 탓이다. 그걸 본 산옥의 동료들과 다른 도원향 멤버들은 단순한 동경 상대구나 싶었다. 그러나 그 둘이 뜻밖의 계기로 연인이 된 건 추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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