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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사는 텁텁한 먼지 냄새 속 피어오르는 피 냄새에 숨을 참았다.

이렇게 어두워서야, 어디에 목표물이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불을 켰다가는 제가 온 걸 모두에게 광고하는 셈이 되니, 선택지는 하나뿐이지.

그녀는 어두운 지하실에 눈이 적응할 때까지 숨죽여 숨어 있다가, 겨우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것 같군.’

 

다행이다. 만약 목표물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게 알려졌다면 ‘수거’도 힘들었을 텐데.

혹여나 쓸데없는 소음이 나지 않게 조심조심 바닥을 살피며 걷는 메이사는 조용히 웃었다.

여기 제가 모시는 도련님은 역시 훌륭한 분이다. 이 훌륭한 암살 솜씨를 보라.

비록 보스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교육하는 바람에 마음의 상처를 입긴 했어도, 심지가 굳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시지 않나.

그러니, 자신을 포함한 부하들이 성심성의껏 따르는 거고.

 

‘여기인가.’

 

발소리를 죽인 채 걷는 것치곤 걸음이 빨랐던 덕분일까. 메이사는 머지않아 목표물이 있는 방에 도착했다.

끼이익. 낡은 문을 밀어 열자, 곧 꺼질듯한 백열전구의 빛이 보인다.

방이라기보단 창고 같은 좁은 공간 안. 싸구려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건 목에 끈을 두른 시체였다.

 

‘일단 확실하게 죽은 거 같고.’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숨도 안 쉬고, 혈색도 없지 않나. 제가 시체를 처음 본 것도 아니니, 이만하면 바로 눈치챌 수 있지.

손에 낀 장갑이 빠지지 않게 단추를 잘 잠근 그녀는 자신보다 한 뼘 정도는 큰 시체를 아무렇지 않게 어깨에 둘러메었다.

몸을 가누지 못해서 그럴까. 살아있을 때보다 훨씬 무거운 시체 때문에 메이사는 이를 꾹 다물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애를 먹이다니.’

 

오늘의 목표물인 이 남자는 조직의 배신자였다.

정확하게는 이중스파이로, 어느 쪽에도 완전히 믿음을 주지 않고 박쥐처럼 굴던 자였지.

그래서 자신의 도련님, 마리크 이슈타르는 이 남자를 제 손으로 직접 처리했다.

심지어 굳이 상대 조직의 은신처까지 들어가서. 보란 듯 시체를 두고 나왔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일이 커지면 곤란하니까.’

 

마리크는 배신자를 가장 싫어한다. 무능한 것도 잔꾀가 많은 것도 전부 이해하지만, 비겁한 변절자들은 절대 용서하지 못하는 게 그였다.

정확하게는 이슈타르 가의 모두가 그러했다.

마리크의 누이이자 가문의 장녀인 이시즈 정도만이 자비로운 면모를 보일 뿐, 두 남매의 아버지 또한 조금이라도 믿음이 가지 않는 이는 가까이 두려고 하지도 않았지.

그리고 자신 또한. 모시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배신자는 결코 용서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 남자의 죽음이 안타깝다거나 불쌍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굳이 시체를 몰래 빼내어 처리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은 그저, 마리크가 곤란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읏챠.”

 

은신처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그녀는 자신이 타고 온 자동차의 트렁크에 배신자의 시체를 넣었다.

마음 같아선 얼른 저 부패해가는 짐을 홍해에 던져버리고 오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조금 있으면 퇴근하는 마리크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언제 항구까지 다녀오겠나?

 

‘부디 트렁크는 열어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마리크는 제가 뒤처리를 하고 왔으리라는 건 생각지도 못할 거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홧김에 배신자를 죽인 후 몰래 업무를 하러 돌아갔으니 말이다.

그의 최측근인 자신조차도 몰래 도련님의 뒤를 밟은 리시드가 일러주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테니, 어떻게 들켰으리라 생각하겠나?

 

‘혹시나 눈치챌 수도 있으니, 얼른 식당으로 데려가 드려야지.’

 

책상에 앉아 일만 해도 허기질 텐데, 중간에 딴짓으로 박쥐 처리까지 하고 왔으니 얼마나 배가 고프겠나.

자신을 보자마자 먹고 싶은 걸 말할 거 같은 마리크의 얼굴을 떠올린 메이사의 얼굴에 온기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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