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도 들지 않는 어두운 지하. 낡은 가스등이 깜빡거리는 복도를 걷는 발걸음이 위태롭다.
등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뱀파이어는 주변을 열심히 두리번거리며 어둠 속으로 향했다. 불안한 그 눈빛을 보아, 누군가에게 쫓기는 몸인게 분명해 보였다.
저벅저벅. 조심스러운 발걸음이 지상으로 향하는 문 앞에 도착한 순간.
“잡았다!”
출입구 바로 옆 방의 문이 열리며 커다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마치 번개같이 빠르게 뱀파이어 앞에 나타난 것은 짧은 머리를 깔끔하게 넘긴 남성이었다.
깜짝 놀라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뱀파이어 위에 올라타 상대의 두 손을 결박한 그의 왼쪽 팔뚝에는, 뱀파이어 헌터임을 표시하는 완장이 있었다.
“어이, 터빈! 그만 뺀질거리고 너도 도와!”
인간보다 완력이 강한 뱀파이어를 혼자서 제압하는 건 힘든 일이다. 아무리 다친 상태라 해도, 이대로라면 제 포박을 풀고 도망칠지도 몰랐다. 그걸 잘 아는 뱀파이어 헌터, 세벡 지그볼트는 제가 숨어있었던 방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부름에 밖으로 나온 동료는 피가 흐르는 제 팔을 보여주며 어깨를 으쓱였다. 팔꿈치 아래에 베인 상처가 있는 왼팔엔 세벡과 같은 완장이 감겨있었다.
“뺀질거린다니, 너무하네. 나 다친 거 안 보여?”
“그 정도로 무슨 엄살을!”
이 일을 하다 보면 저 정도 상처는 다친 축에도 들지 않게 된다. 세벡은 숨이 붙어있고 총만 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동료의 저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크악!”
그때. 세벡의 아래 깔렸던 뱀파이어가 갑자기 몸부림을 치더니, 비명과 함께 있는 힘껏 팔꿈치를 휘둘렀다. 두 헌터가 방심하여 대화를 나누는 사이, 빈틈을 노려 탈출하려 한 것이었다.
세벡은 그 공격을 피했지만, 그 과정에서 체중을 실어 포박하던 자세가 흐트러졌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뱀파이어는 최후의 힘을 다 쥐어짜 몸을 안개로 바꿔 구속에서 빠져나왔고, 출입문을 향해 돌진했다. 지금 이 모습이라면, 굳이 문을 열지 않아도 열쇠 구멍을 통해 도망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읏, 이 자식!”
다 잡았다고 생각한 적이 도망친다. 세벡은 그 아찔한 순간에 놀라 총부터 꺼내 들었지만, 그가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없었다.
마치 이 순간만큼을 기다렸다는 듯. 우두커니 서서 세벡과 입씨름만 하던 헌터가 품에서 성수를 꺼내 안개를 향해 던졌기 때문이었다.
“끼에에엑!”
와장창. 성수를 담은 유리병은 굳게 닫힌 출입문에 부딪혀 깨졌고, 성수에 닿은 안개는 햇빛에 증발하는 수증기처럼 비명만 남긴 채 사라진다.
소멸하는 뱀파이어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세벡의 동료는 제가 잠갔던 문을 열고 바깥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바보네. 우리가 설마 아무 생각도 없이 습격했을까.”
바깥은 평화로웠다. 아름다운 밤하늘에는 별과 달이 빛나고, 한적한 거리에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없이 고요했다. 당연하지만, 방금 일어난 소란을 눈치채고 달려오는 구경꾼도 없었다.
세벡은 순식간에 종료된 상황에 눈만 깜빡이다가, 한발 늦게 총을 거두었다. 활짝 열린 문 앞에 서서 좁은 골목길 위 펼쳐진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제 동료는 희미한 불빛 속에서 아름답게 웃고 있었다.
“나 잘했지, 세벡?”
그의 이름은 멜로드 터빈.
범국가적 흡혈귀 대항 조직 ‘나이트 레이븐(NR)’에 소속된 뱀파이어 헌터이자 자신의 파트너. 반은 인간이지만 반은 뱀파이어의 피를 타고난 담피르.
……그리고 그가 알고 있는 이 중, 가장 얄미운 남자였다.
*
세벡은 NR에서 몇 없는 혼혈 종족 출신의 뱀파이어 헌터였다.
어머니는 엘프에 아버지는 인간. 인간보다는 빨리 성장하고 오래 살지만, 엘프 특유의 뾰족한 귀와 영생에 가까운 장생은 가지지 못한 몸. 인간과도, 엘프와도, 심지어 제3의 종족에도 섞여 들어가지 못하는 그는 능력은 인정받았어도 언제나 조직에서 조금은 겉도는 존재였다.
그런 그에게 정식 파트너가 생긴 것은, 조직에 몸담은 지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너희는 아주 특별한 존재들이니까, 너희끼리 팀을 맺는 게 좋겠지.”
언제나 세벡의 능력을 높게 사면서도 그가 동료들과 제대로 된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걸 걱정한 조직장은 신입 헌터 한 명을 세벡의 파트너로 붙여주었고, 그게 바로 멜로드 터빈, 그 남자였다.
“안녕. 나는 멜로드 터빈. 편하게 멜로드라고 불러줘.”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하는 멜로드를 본 세벡은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자라며 아름다운 엘프들을 수없이 봐온 그조차도, 이렇게 수려한 인상의 인물을 만나는 건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가 가진 아름다움은, 엘프들의 수수하고 우아한 느낌과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었다. 요염하면서도 그윽한, 마치 사람을 홀리는 뱀파이어와 같은 아름다움. 그렇지만 뱀파이어 특유의 위압적인 카리스마 대신, 어딘가 서글픈 느낌을 지닌 상대의 매력은 확실히 독특했다.
‘대체 뭐 하는 녀석이지.’
세벡의 의문은 조직장의 설명으로 손쉽게 풀렸다. 악수를 받지도 않고 멀뚱멀뚱 서서 멜로드의 얼굴만 보는 그를 이해한다는 듯, 조직장은 멜로드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멜로드는 아버지가 뱀파이어이고 어머니가 인간인 혼혈아, 그러니까 ‘담피르’라고 했다.
뱀파이어 헌터인 그의 어머니는 오래전 NR에서 이름을 날린 뱀파이어 헌터였지만, 사람의 피를 먹는 걸 그만둔 어느 뱀파이어와 만나 사랑에 빠진 후 조직을 나와 가정을 꾸렸다고 한다.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며 아들을 둘 낳았지만, 어느 날 그의 모친에게 복수하러 온 어느 뱀파이어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났다고 했다.
부모는 아이들을 지키다가 목숨을 잃고, 멜로드의 형은 뱀파이어에게 끌려가 실종되었다. 그러나 멜로드는 뒤늦게 나타난 NR 소속 헌터에게 구해졌다.
겨우 목숨을 건진 그는 이후 조직 내에서 길러지며 여러 훈련을 받았고, 이윽고 형을 찾기 위해서 올해 정식으로 뱀파이어 헌터가 되었다 했다.
‘담피르가 뱀파이어 헌터라.’
자신들이 사냥해야 하는 존재와의 혼혈이라니. 기분 나쁘고 찜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세벡의 생각은 달랐다. 뱀파이어의 약점인 햇빛과 성스러운 힘에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지만 보통 인간보다 강한 담피르는 뱀파이어를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한, 타고난 뱀파이어 추적자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본인도 혼혈인데, 혼혈인 존재를 기분 나빠 할 리 있나. 아마 상대도 같은 이유로 하프엘프인 자신을 꺼림칙하게 여기지 않겠지.
어차피 파트너는 필요했으니 상대가 일만 잘해준다면 자신은 어찌 되든 좋았다. 그리 생각한 세벡은 멜로드의 손을 잡았지만…….
‘일만 잘한다고 다가 아니란 말이지.’
그와 1년 정도 함께한 결과, 세벡은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멜로드는 확실히 우수한 뱀파이어 헌터였다. 단순히 강한 것만이 아니라, 뱀파이어를 상대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었으며 정보 수집 능력도 뛰어났으니까. 게다가 머리가 좋아 작전까지 잘 짰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최고의 파트너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성격이 너무나도 가벼웠다. 쉽게 농담을 던지고 잘 웃으며 초면인 사람부터 상사에게까지 공평하게 허물없는 태도를 보이는 그의 언행은, 성실함과 진지함 그 자체였던 세벡을 늘 불편하게 했다. 무엇보다 임무 때 늘 성실하게 일하기보다는 요령을 피워, 최소한의 행동으로 최대 이익을 보려 할 때는 절로 고개가 저어졌으니 어쩌겠나.
오늘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마무리 일격을 먹이기 위한 대처를 다 해두었다고 해도, 성수를 뿌릴 필요 없이 제가 붙잡았을 때 뱀파이어를 사살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느냔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이 잘 끝났으니 뭐라고 할 수는 없었지. 그 점이 이 남자를 얄밉게 하는 가장 핵심 요소였다.
“아, 오늘도 힘들었다. 고생했어, 세벡.”
치료가 끝난 팔을 가볍게 움직여 본 멜로드는 히죽 웃으며 제 옆에 앉은 세벡과 어깨동무를 했다. 허물없는 접촉에 인상이 팍 구겨진 세벡은 그 팔을 치우려다가, 그래봤자 더 달라붙을 걸 알았기에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속 편한 녀석.’
세벡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는 멜로드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그에게는 혼혈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도, 가족을 잃은 슬픔도, 형을 찾기 위한 간절함 같은 것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인생의 불행에 잠식되어 우울하게 사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낫다는 생각은 했지만, 적어도 그와 비슷한 처지인 세벡은 자신만큼 진지하지 못한 파트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혼혈종의 괴로움은 제가 제일 잘 안다. 엘프들의 국가에서 자신과 제 형제는 인간의 피가 섞인 이방인이었고, 인간들의 사회에선 처음부터 섞여 들어가 힘든 외부인 취급을 받았다. 대놓고 차별하지는 않지만, 철저하게 벽이 느껴지는 태도. 게다가 그러면서도 엘프의 고결한 아름다움을 지닌 자신을 구경거리 취급하는 놈들도 있었으니 어찌나 열받던지.
형제에 관한 일도 그렇다. 비록 자신은 형제들이 멀쩡히 살아있다지만, 형과 누나를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상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이 형제를 잃었다면 멜로드처럼 이리 여유작작한 삶을 살아갈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여간 열받아.’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멜로드는 너무나도 자유로워 보이고, 즐거워 보인다. 세벡은 그 모습에서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제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책임질 생각이 없어 보이는 상대가 얄밉다고 여길 뿐이었지.
하지만 세벡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찌 행동하던, 멜로드는 신경쓰지 않고 그에게 친근하게 굴어왔다. 언제나, 늘, 꾸준하게 말이다.
“상처는 괜찮아? 나만큼은 아니라도 너도 다쳤잖아. 역시 의사에게 가보는 편이 좋을 거 같은데.”
“나는 괜찮다. 너랑은 다르게, 튼튼한 몸이니까.”
“에이, 센 척 할 필요 없어. 우리 사이에.”
쿡쿡. 제 옆구리를 찌르는 손길이 간지럽다.
그 장난스러운 손길에 결국 참아온 분노가 새어 나오고만 세벡은 있는 힘껏 멜로드의 명치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저리 가라!”
“이크!”
불행일까 다행일까. 보통 인간보다 훨씬 민첩한 세벡의 공격에도 멜로드는 여유롭게 몸을 피했다. 담피르의 신체 능력은 결코 하프엘프의 신체 능력에 뒤처지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하하, 역시 세벡은 거칠다니까.”
“네 녀석이 나약한 거겠지.”
“날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세벡 뿐일걸?”
그건 맞는 말이었다. NR에서 담피르인 멜로드보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건 수인족정도 뿐이었으니까.
맞는 말에 할 말을 잃어 조용해진 사이. 두 사람을 알아본 사무직 여직원 한 명이 멜로드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어머, 멜로드 씨. 돌아오셨어요? 고생했어요.”
“응? 아아, 방금 왔어. 반겨줘서 고마워 귀여운 아기 사슴아.”
“어머, 어머.”
여직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달콤한 말을 내뱉는 멜로드를 보며 수줍게 웃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인사를 한 여직원 근처의 다른 여성들도, 제게 건넨 말이 아님에도 멜로드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이건 모두 그의 종족 특성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비록 몇몇 사람들에겐 ‘불길한 담피르’라고 꺼려지는 멜로드였지만, 타인을 유혹하는 힘이 있는 뱀파이어의 피를 반 정도 타고난 탓에 여성들에겐 늘 인기가 있었다. 게다가 그는 성격까지 좋은 편이었으니, 동성 중에서도 친근함을 느끼는 이가 많았지.
‘웃기고 있네.’
세상에 이런 담피르가 또 어디 있을까. 아마 전 세계를 통틀어 이렇게 넉살 좋고 걱정 없으며 사교적인 담피르는 제 파트너뿐일 것이다.
세벡은 또다시 제 어깨를 감싸오는 멜로드의 팔을 피하려다가, 모든 걸 포기한 눈으로 한숨 쉴 뿐이었다.
*
다음날 밤.
세벡과 멜로드는 곧바로 다음 임무를 받고 본부를 떠나게 되었다.
“하아,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일이람.”
“불평할 시간이 있다면 빨리 움직이기나 해. 쯧.”
다른 헌터들에 비해 신체 능력도 전투 능력도 뛰어난 두 사람은 늘 바빴다. 게다가 담피르인 멜로드는 숨어있는 뱀파이어를 찾아내는 능력도 뛰어나다 보니, 이렇게 자주 임무를 떠맡고 했다.
다행인 점은 두 사람은 바쁜 것에 한탄할 때는 있어도 이 상황에 크게 불만을 품고 있진 않았다는 거였다. 그들은 뱀파이어를 소탕하는 자신들의 일에 큰 사명감을 느끼고 있기도 했고, 일한 만큼 보수는 제대로 주다보니 일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빨리 걷고 있잖아? 세벡은 너무 딱딱하다니까. 역시 근육질이라 그런가.”
“그런 게 상관있을 리 있냐!”
“아닌가? 하하하!”
엉뚱한 말을 내뱉은 멜로드는 소리 내어 웃곤 몇 걸음 불쑥 앞서나갔다.
계단을 두 개씩 건너뛰며 올라간 그는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야, 곧 만월인가.”
차오르는 달은 은빛으로 빛나고 있다. 그 아래 서 있는 멜로드도 새하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회청색 긴 머리카락도, 에메랄드빛 눈동자도, 창백하지만 희미한 온기가 느껴지는 피부도, 거짓말같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만약 그가 담피르가 아니라 순수한 뱀파이어였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기형적일 정도로 아름다웠을까. 세벡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있잖아, 세벡.”
고개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멜로드는 언제나처럼 가벼운 톤으로, 장난스럽게, 진지함 따위는 없는 말투로 말한다.
“만약 내가 먼저 죽으면, 뱀파이어가 된 나를 꼭 다시 죽여줘야 해. 알지?”
‘넌 내 파트너잖아.’ 그리 덧붙인 멜로드가 눈을 접으며 웃는다.
세벡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인상을 찌푸릴 뿐이었다.
담피르는 살아있을 땐 부모의 특성을 모두 가진 존재로 살아가지만, 죽으면 뱀파이어로 다시 태어난다. 인간보다는 오래 살아도 영생을 사는 건 아닌 담피르에게 있어 자신의 최후는 피할 수 없는 재난과도 같은 것이었다.
멜로드는 그걸 알기에 이따금 뜬금없이 저런 부탁을 했다.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최후를 제게 부탁해왔다. 거기엔 비장함도, 슬픔도, 억울함도 없어서……, 세벡은 그게 지독하게 싫었다.
‘누가 대답해줄까 보냐.’
저 얄미운 놈은 절대 자신보다 먼저 죽을 리 없다. 그러니 저런 약속은 하지 않을 거다. 뱀파이어가 되는 게 싫으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생각을 해야지, 뭐 저런 놈이 다 있나. 안 그래도 가벼운 저놈이 마음 놓고 죽게 할 수는 없지.
입을 꾹 다문 세벡은 눈이 부셔서,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낮게 깔리는 멜로드의 웃음소리는 달콤하고, 얄밉고, 얄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