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 저 어때요?"
"뭐가?"
"지금 제 모습이요, 눈 떠서 봐줄래요?"
"하? 귀찮게…"
레오나는 평소처럼 귀찮게 구는 유카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그리고 보이는 모습은 평소처럼, 이 아니라 불쑥 내민 얼굴로 먼저 손을 밀어 그의 얼굴을 제게서 떨어트렸다. 그러자 보이는 건 고양이 귀가 움찔거리며 고개를 기울인 채 저를 바라보는 하네카와 유카의 모습이었다. 레오나는 순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다가 작게 혀를 찼다. 제가 평소에 알고 있는 하네카와 유카라는 사람은 레오나처럼, 혹은 사바나클로에 대부분 속해있는 수인이 아니라 마법조차 쓸 수 없는 인간, 그것도 어느 세계에서 왔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러니 지금 레오나의 눈에 보이는, 사람의 귀가 옆에 달린 게 아니라, 고양이 귀가 위에 달려 있다거나 살랑거리며 움직이는 가늘고 긴 꼬리가 그의 뒷편에 달려 있는 모습은 적어도 유카를 만난 이후로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봤자 놀랄 일도 아니었다. 분장을 위해 동물 귀를 머리에 단 놈들도 봤으니 유카에게 생겨난 귀나 꼬리도 분명 그럴 게 뻔했다. 그가 살던 곳에 마법은 없다지만,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에서 마법이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니까. 레오나는 다시 자리를 잡고 누워 눈을 감았다.
"그건 또 무슨 장난이지?"
"장난이 아니라 진짜 달려 있어요. 만져볼래요?"
그 말과 동시에 유카는 레오나의 손을 덥석 잡아 지금 자신의 머리에 달린 귀 쪽으로 당겼다. 딱히 수인이라 하는 말이 아니라, 남의 귀를 만지는 일이란 흔한 일이 아닐 텐데도 그는 망설임 없이 고개마저 숙인 채 레오나가 자신의 귀를 만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탓에 레오나는 기껏 감은 눈을 다시 떠야만 했다. 그게 혹시 진짜 귀라고 해도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레오나는 유카의 머리카락 색과 똑같을 정도로 짙은 검은 귀를 덥석 매만졌다. 그러자 웃으며 간지럽다 말하는 유카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 말에 손을 떼고 다시 베개 삼아 제 머리를 기대었다. 사자의 귀인 자신과 다르지만 익숙한 감촉이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 감촉에 그가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 무슨 일에 휘말렸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무어라 덧붙이기도 전에 먼저 유카가 입을 열었다.
"이거, 에이스랑 듀스도 생겼어요. 근데 둘 다 토끼 귀가 생겼더라고요. 신기하지 않아요? 나는 왜 고양이일까요?"
딱히 묻지도 않은 부분마저 알아서 답하는 걸 레오나는 익숙하게 듣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않았고, 그럴 시간조차 주지 않았는데 이미 알아서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해주고 있었다. 유카와 자주 다니는 1학년들도 휘말린 일이라면 뻔했다. 연금술 수업에 실패한 거겠지. 레오나는 혼자 결론을 짓고 입을 다물었다. 제가 입을 다물어봤자 상대도 조용히 있을 거란 의미는 아니었다.
"그래서, 어때요? 고양이인데?"
"겨우 고양이 따위가 어쨌다는 거지? 잡아먹히고 싶다는 건가?"
"그게 아니라~ 사자는 고양이과잖아요! 따져보면 같은 종류인데~!"
기대하는 대답이라도 있는지 유카는 즐거운 목소리를 내었다. 당연히 그 말에 레오나가 답할 말은 없었다. 같은 과라고 해서 기뻐할 줄 알았나? 돌아오는 답이 없음에도 뭐가 즐거운지 유카는 레오나 곁에 누워 마냥 즐거운 낯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 맞춰 꼬리는 가볍게 살랑거렸다. 다른 건 몰라도 지금 유카의 기분이 좋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뭐,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는 정보였지만. 레오나는 심드렁한 목소리를 내었다.
"겨우 그런 걸 보여주려고 온 거면, 구경 다 했으니 귀찮게 하지 말고 가라."
"에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 말과 동시에 유카의 꼬리는 불만이 생긴 듯이 바닥을 쓸고 있었다. 레오나는 한참동안 그 꼬리를 바라보았다. 하네카와 유카란 사람은 원래 솔직한 성격이긴 했으나 이는 자신이 원할 때 솔직한 감상을 내뱉는 식이었고,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는 속을 알 수 없는 때가 있었다. 레오나는 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건 꽤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한 번 시험해볼까.
"어이, 유카."
"응?"
분명 표정없는 얼굴인데, 그와 달리 살랑거리며 움직이는 꼬리가 그의 기분이 좋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너, 그렇게도 내가 좋냐?"
"에이, 당연하죠~!"
장난스런 답과 달리 또다시 꼬리는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레오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어딘가 만족스러움이 느껴지자 또다시 불만이 비집고 올라왔다. 내가 겨우 이따위에 만족할 리가 있나. 레오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유카 또한 그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레오나는 앞서 가던 이들을 향해 냅다 발로 찼다. 한참동안 그들을 찾아다닌 탓에 레오나는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카가 생겨난 꼬리나 귀로 그의 기분을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건 레오나에게 있어 꽤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여전히 저를 귀찮게 따라다니는 유카가 반가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뜬금없이 돌아다니거나 정말 고양이라도 된 줄 알고 나무에 올라가려고 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일이 늘어나 더 귀찮아졌을 뿐이었다. 그를 챙기는 일에 한계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보다 더 시선을 두는 상대라도 레오나는 그를 필요 이상으로 챙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놈들을 찾고 싶었는데, 말썽은 말썽대로 부리는 유카 덕분에 그들을 찾는 일이 더 늦춰지고만 것이었다.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건지.
그리고 레오나의 발길질에 휘청거리는 모습과 동시에 뒤를 돌아본 에이스나 듀스의 모습에는 토끼와 관련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레오나는 다시 유카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꼬리가 살랑거리는 걸 보면 시간이 지났다고 돌아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이, 초식동물들. 어떻게 된 거냐?"
"레, 레오나 선배!?"
"아, 감독생! 찾고 있었어."
갑자기 등장한 레오나의 모습에 에이스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듀스는 그 옆에 있던 유카를 가르켰다. 그러자 에이스도 유카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그들의 시선은 이제 유카에게로 향했다.
"어이, 유카! 너 혼자 사라져서 놀랐잖아!"
*
"우리가 잘못해서 사고가 일어난 건 맞는데…"
"우리가 아니야, 에이스의 잘못이야."
"그런 건 좀 넘어가라."
"어이, 말 끊지마."
복도에서 만난 이들은 다시 걸음을 옮기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유카가 제 모습을 되돌리기 위해 크루웰 선생님을 찾으러 가는 길이었다. 그 길에 레오나가 낄 이유는 전혀 없었지만, 선배도 같이 가자 떼쓰는 억지에 결국 동행하는 꼴이 되었다.
"유카 녀석, 고양이 귀가 생긴 걸 알자마자 무슨 생각인지 뛰쳐나갔다니까요."
"그림도 크루웰 선생님과 함께 기다리고 있어."
"아, 맞다~"
"너, 매번 그림 잊더라?"
그들은 도착한 교실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안에 있던 이가 대답하자 문을 열고 보이는 모습은 크루웰과 그림의 모습이었다. 그림은 감독생을 알아보고 곧장 유카에게 달려들었다.
"어이, 꼬붕. 기다렸다조!"
"드디어 찾아왔나?"
여전히 고양이 귀가 달린 유카의 모습에 크루웰이 가볍게 혀를 차더니 그의 손짓과 함께 유카의 주변이 빛나더니 더 이상 그의 모습에서 고양이 귀나 꼬리는 전혀 볼 수 없었다. 이제 귀찮게 굴지 말고 나가라는 말에 그들은 복도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에이스는 맡은 일은 다 했으니 가보겠다 말하였고, 듀스 또한 해야할 공부가 남아있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와 버렸네요?"
"거 잘됐네."
"아쉽지 않아요?"
"그럴리가 있겠냐."
레오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걸음을 옮겼다. 기다리는 동안 배고팠다며 돌아가면 참치캔을 줘야 한다는 그림을 품에 안고 유카는 레오나를 따라 갔다. 옆에서 종알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레오나는 그를 흘긋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에이스의 말에 따르면 모습이 변하자마자 유카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의미였다. 그러고 와서 했던 말이 같은 과가 아니냐고 했으니 그가 어떤 답을 기대했는지 뻔한 일이었다. 그게 그렇게도 좋은 일인가. 아니, 당연히 영광스런 일이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레오나는 또다시 느껴지는 만족감을 일부러 덮어두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제 뒤를 찾아오는 유카의 발걸음마저도 만족스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