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기계가 잔뜩 들어있는 ‘하늘천 TV’의 차량은 오늘도 제 할 일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아침부터 한 건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 요란한 퍼포먼스와 말발로 퇴마 의식을 선보인 천박사는 잠깐 눈을 붙이려다가 뒷좌석의 인기척을 느끼고 작게 중얼거렸다.
“넌 뭐가 문제라서 구천을 떠도는 거냐?”
아직 작동 후 나온 열기가 식지도 않은 기계들 틈. 우두커니 앉아있는 것은 오래전 알아 왔던 지인이었다. 막 유튜브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절부터 간혹 협업한, ‘진짜’ 심령술사인 지인 말이다.
그런데, 왜 과거형으로 서술하냐고?
그건 그 지인이 한 달 전 원인이 불확실한 사고로 명을 달리했기 때문이었지.
장례식도 다녀오고, 화장된 것도 봤으니까 죽은 건 확실하다. 즉. 지금 제 눈에 보이는 저건 분명 귀신이라는 소리. 하지만 천박사는 본디 그런 것들을 볼 수 있는 힘이 없었기에, 이 상황이 그저 황당하기만 했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천박사를 바라보고 있던 옛 지인, 타라는 비아냥거리는 투로 답했다.
“그러는 너도 뭐가 문제라서 내가 보이는 거야?”
“난들 알겠어? 살다 살다 귀신을 다 보게 되고. 기가 막히네.”
“말하는 거 봐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저 말하는 꼴 보라. 하여간, 사람은 변하질 않는다.
아니 이 경우엔 사람이 아니라 귀신은 변하지 않는다고 해야 좋은 걸까.
“……으휴. 귀신일 때나 살아 있을 때나 말 많은 건 똑같네.”
살아있을 적과 똑같은 타라의 모습에 냉소적인 대답을 한 그는 제 두 눈을 가볍게 비볐다.
그 모습이 꼭 졸린 상태에서 내뱉는 잠꼬대 하는 것처럼 보인 건지, 옆에서 운전하고 있던 인배가 힐끔힐끔 시선을 던졌다.
“뭘 중얼거리고 계세요?”
“아냐, 그냥 혼잣말 하는 거야.”
사실은 뒷좌석 귀신이랑 말하는 거지만, 그렇게 말해도 헛소리한다 생각하겠지.
믿지 않을 이야기를 해서 입씨름하는 건 사양인 그는 백미러에 비치는 타라와 앞을 번갈아 보았다.
이렇게나 선명하게 보이는데 인배는 못 본다니. 정말 제게만 갑자기 신통력이 생긴 건가.
답 모를 문제에 고민하는 사이, 인배는 조용한 차 안을 제 목소리로 가득 채웠다.
“이번 건도 금액이 꽤 쏠쏠했죠? 매일 이런 일만 들어오면 좋을 텐데!”
평탄한 길을 운전하는 건 꽤 심심했는지 인배는 간단했던 업무와 비싼 보수, 그리고 의뢰인이 덤으로 떠넘겨 준 직접 농사지은 과일까지 들먹이며 조잘거렸다. 천박사는 그 말에 ‘어’ ‘그렇지’라는 식으로 대충 대꾸하면서 이곳저곳을 힐끔거리다가……. 갑자기 앞으로 끼어드는 트럭을 발견했다.
“야, 야! 잠깐! 앞!”
“예? 헉!”
그렇게 커다란 트럭이 갑자기 어떻게 튀어나온 건가. 두 사람은 그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잡이와 핸들을 꽉 잡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그때. 뒤에 가만히 앉아있던 타라가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었고, 그와 동시에 신기할 정도로 순식간에 차량이 정지되었다.
‘쿵!’ 묵직한 소리를 내며 부딪힌 트럭은 앞 범퍼를 스치듯 들이박고 멈추었고, 안전벨트를 한 덕에 천박사와 인배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헉. 미친, 진짜 죽을 뻔했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린 인배는 난감해하며 트럭에서 내리는 상대 운전자를 보곤, 냅다 밖으로 뛰어나갔다. 당연하지만, 목덜미를 잡고 어지러워하는 액션도 잊지 않았다.
“이봐요! 운전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그렇게 인배가 상황을 수습하러 간 와중. 뻐근한 몸 여기저기를 주무르던 천박사는 뻗은 손을 거두는 타라에게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재수가 없으려고 이려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살았으니 다행이지.”
“차가 다쳤잖아, 차가.”
“그건 수리하면 되는 거지. 딱 봐도 저쪽이 다 물어줄 사고인데.”
그건 그렇다. 블랙박스를 보면 누구든 분명 이건 상대 과실이 더 크다 할 테니까.
제 몸이 무사한 걸 다행이라 여기기로 한 천박사는 열심히 말싸움하는 인배를 보다가, 어색하게 멈춰 선 자신들의 차량이 자꾸 떠올라 마른침을 삼켰다.
‘기분 탓인가.’
이래서야 꼭 타라가 자신들을 지켜준 거 같지 않나.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결과에, 자꾸 헛웃음이 나오는 그였다.